오늘도 떨리는 목소리를 부여잡고
동서양 역사를 보면 대부분의 왕조 시대의 후계는 왕의 아들이나 친인척으로 삼곤 했다.
그 사람의 지식, 경험, 인품, 태도, 리더십 등이 우선이라기보다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이 더 강해서, 아무 준비도 안된 사람도 그 자리에 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 미신은 불과 얼마 전까지 심지어는 지금도 조직 곳곳에 남아있다.
그나마 서양 기업들은 일찍이 리더 양성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눈을 떴었다.
그중에 리더의 판단 하나, 명령 하나에 수많은 목숨들이 오고 가는 군대는 리더 양성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미군은 리더가 배워야 할 것 중 심지어는 회의 운영하는 방법까지 가르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조직들의 대부분은 그저 도제식으로 본인이 경험한 회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정도이거나 조금 나은 경우가 본인의 경험에 비춰 개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조직 내에서 업무를 부여하고 평가하고 성과를 내려고 하다 보면 아무리 시대가 코칭과 피드백의 시대라 해도, 좋고 긍정적인 말과 환한 표정만으로 성과를 내고 구성원들을 리드하긴 어렵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혹은 의도적으로 ‘혼’을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라떼 시절처럼 목적에 벗어난 감정을 쏟아내어 혼을 내는 것은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혼내는 것이 꽤 어렵다.
차라리 칭찬은 실수를 해도 얼마든지 더 좋은 말로 만회할 수 있지만, 혼내는 것은 칭찬보다 몇 배는 정교하고 정확해야 한다.
표현이나 언어 선택 그리고 표정 하나까지
칭찬 좀 미숙하게 했다고, 사람의 맘을 잃거나 반발을 사진 않는다, 하지만 혼은 잘못 내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순식간에 몰릴 수도 있다.
즉, 초점을 벗어나면 안 된다. 혼을 맞는 상대방의 표정과 반응은 당연히 좋을 수 없다. 심지어는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 혼의 본 궤도에서 탈선하기 일쑤다.
이럴수록 정신줄 붙잡고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을 마치 뉴스앵커가 전달하듯이 전달해야 한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란 건 신문을 한 시간만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혼내는 대상을 만난 건 그저 우연이고 관계가 유지되는 이유는 일 외는 없단 거다. 그야말로 ‘일로 만난 사이’ 일뿐이다. 그러므로 혈연관계나 선후배관계에서나 봄 직한 표정과 몸짓을 기대하면 안 된다.
혼을 내는 상황에선 혼내는 사람이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즉, 혼내는 내용은 상대방에게 다 털어낸 것이다. 근데 그 기분과 내용을 여전히 자신의 맘속에 간직하는 실수를 범한다.
그러면 소위 ‘뒤끝’이 생긴다.
조직 내에서는 중국의 변검 같은 빠른 표정 전환이 필수다.
즉, 언제 혼냈냐는 듯 표정전환을 통해서 상대방과 나의 관계를 혼내기 이전으로 최소한 표면적으론 되돌릴 필요가 있다.
혼내고 나와서 “나 방금 혼내고 나왔음” 하고 엄근진 해봐야 관련 없는 사람들에겐 괜히 분위기만 망치는 사람으로 순식간에 전락하고 만다.
혼내는 상황에서 말이나 행동으로 반발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때는 조용히 혼내는 걸 멈추고 후퇴하자. 거기서 위에 말한 혼나는 사람의 자세를 떠올려서 굴복시키려다가는 내가 되려 굴복당하는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 한발 후퇴하고 나중에 두발 전진으로 갚아주면 된다.
자잘한 팁 몇 가지 추가하자면, 혼내러 들어갈 때는 해야 할 말을 꼭 써가자, 그리고 물 한잔도 꼭 챙겨가자, 가능하다면 머그잔보다는 텀블러에 시원한 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