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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열 Sep 20. 2024

변산의 60년생 쥐띠들(4)

대한민국 최초의 온천 누드탕

웅덩이는 은빛물결이 출렁거렸다. 물고기들도 유유히 왔다 갔다 하였다. 쥐새끼들은 침을 한번 꼴깍 삼켰다.  누님들은 춤추는 요정 같았다.  동화 속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백옥 같은 피부는 달빛에 반사되어 더욱 빛이 났다. 가슴은 풍만하고 뽈록 튀어나온 젖몽우리는 빨간 앵두와 같고 막 피어난 산 딸기와 같았다. 여성의 알몸은 생겨나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동공이 흔들렸다. 황홀하였다. 눈의 초점이 흐릿하였다. 궁금했던 무릎 사이는 어둠에 가려 시커멓다. 더 자세히 봤다. 남자들만 털이 나고 수염이 나는 줄 알았다. 누님들도 털이 나 있었다.

  황홀했던 노천탕 누드 감상도 오래가지 못했다. 참지 못한 영배의 신음과 기침소리, 풀밭의 부스럭 거리는 소리는 고요한 밤중에는 너무 크게 들렸다. 다음날 동네 형님들한테 쥐띠들 다 잡혔다. 범행을 자백받고 우리는 누님들 보는 앞에서 형들한테 디지게 맞았다. 학교에는 알리지 않았다. 다행히 퇴학은 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버드나무 아래로 철조망이 쳐있었다. 팻말도 보였다."남성출입금지"전기와 수도가 들어오면서 원질래 노천탕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지서리 중심에 버스 정거장이 있었다. 그때는 차부라고 불렀다. 완행버스인 안전여객과 전북여객 두 회사가 번갈아 시간을 정하여 운행하고 있었다. 버스 운전사는 비행기 파일럿 정도 대우를 받았다. 운전학원도 몇 개월 다녀야 했고 대형면허 시험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차부에서는 버스표를 팔았다. 여자 쥐띠 조보연집이었다. 조보연 아버지는 변산면장을 역임을 하셨다. 버스표도 팔고 조각선 대서소를 운영하였다. 지역주민들 대부분 한글을 모르는 까막눈이였다. 편지도 못 읽었다. 한글을 더듬더듬 읽더라도 출생신고와 사망신고 모든 서류들이 한자로 기입해야 하기 때문 그때 그 시절은 보통사람들조차 어려운 숙제였다. 형과 동생이 출생년 및 이름이 바뀌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러한 문제를 조각선 대서소에서 다 해결하여 주었다. 변산의 변호사나 법무사 역할이었다. 손님이 끊이지 않아 돈벌이도 좋았다. 보연이 집을 쪽문으로 들어가면 별채에서 미국사람이 살고 있었다. 평화 봉사단 브라이언베리씨였다.

 외국인 베리씨를 할머니는 병으로 죽은 막내아들이 환생했다고 믿었다. 보연이 가족과 똑같은 한국 생활을 하셨다. 전기가 없는 초가집에서 요강을 사용하였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변산의 최초의 다문화 가정이었다. 베리 형님이 정월 대보름날 풍물놀이를 구경하고 즐기면서 동네를 활보하였다. 지남리 원호네 밭귀퉁이에 똥 웅덩이가 있었다. 녹지 않은 하얀 눈에 살짝 덮여있었다.  웬만한 시골 사람들은 똥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베리형은 성큼성큼 하얀 눈밭을 다니다 지뢰를 밟은 것이다. 똥통에 배꼽까지 빠져버렸다. 눈에 뒹굴면서 "항쿡사람 텅 드러워요~~" 농악보다 더 우스운 광경이 눈밭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똥통에 빠진 베리형님의 유명한 일화였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변산이 그리워  한국 불교로 귀화하여 많은 불교 업적과 변산의 70년대 관련 사진과 작품을 남기셨다. 베리 씨의 유언대로 변산에 위치한 창녕조 씨 상호군공파 묘에 묻혔다. 묘지석에는 "살래에 살아서 큰 출세 했고만 그려!" 글이 새겨져 있었다.(당시에는 산내면이었다)

브라이언 베리 묘지 

   조보연 집옆에는 유성곤 전파사가 있었다. 쥐띠 영곤이 형님이었다. Tv는 없고 고장 난 국산 라디오나 전축 수리가 전부였다. 국산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 접점이 안 좋다. 몇 대 두드리면 소리가 잘 났다. 그러다 소리가 멈춘다. 그럴 때 주먹으로 휘어 갈긴다. 소리가 멈춘다. 그때 전파사에 들고 와 수리를 했다. 덤으로 벽에 걸린 괘종시계나 사발시계도 수리를 하였다. 전파사 앞에는 10번 집이라는 제법 큰 가게가 있었다. 학교 점빵보다는 큰 가게였다. 전화번호가 10번이라 가게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 변산면의 현대백화점이었다. 

<사진출처 : 브라이언베리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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