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그만두게 된다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중학교 1-2학년 즈음이었다.
걷는 자세가 이상해서 정형외과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던 것,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한 후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게 된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척추측만증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나도 척추측만증인데!’ 라거나 ‘자세 안 좋아서 그런 거 아니야?’라는 말을 하곤 한다.
아마도 병명 자체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병의 세부 내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특발성’이라는 단어 그대로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이 허리가 돌아가면서 S자로 휘는 질환이다.
주로 키가 크고 마른 여자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성장기에 척추가 자라는데 받쳐줄 근육이 약하기 때문에 성장기 동안 계속해서 척추가 휘면서 자라는 되는 거다.
40도 이상 휘면 폐나 심장 등 장기가 눌릴 확률이 있어 수술을 받게 되지만, 20-30도 정도 휜 경우 더 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성장기 동안 착용하는 보조기 치료를 받게 되는데, 나의 경우 후자에 해당했다.
발견 당시 아직 수술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더 놔두면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지금은 위쪽이 19도, 아래쪽이 29도 정도 휘어 있다.)
그래서 한창 사춘기였던 중학교 2-3학년 내내 몸통을 압박하는 플라스틱 보조기를 교복 위에 입고 다녔다.
그 당시 내가 착용했던 보조기는 생긴 것도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요, 맞춤 제작이기 때문에 비싸고, 여름에는 덥고, 뼈를 강제로 보조기에 맞추다 보니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했으며, 체형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플라스틱 판에 골반뼈와 척추뼈가 눌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지금은 가볍게 말하곤 하지만,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척추측만증이나 보조기 치료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척추측만증은 항상 나에게 아픔이었다.
사춘기 시절 나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만성적인 허리 신경통을 지금까지도 겪고 있으며,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페스티벌이나 축제 등도 제대로 즐겨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남들보다 허리가 약하다는 것 외에 일상에는 크게 무리가 없는 편이라 척추측만증임을 잊고 살아갈 때도 많았는데, 최근 척추측만증이 또다시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최근 허리 통증이 심해져 병원에 갔더니, 척추측만증으로 인한 신경통이 심하고 아래쪽 디스크가 좋지 않다고 하셨다.
측만증 때문에 엑스레이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MRI를 찍지 않으면 진단도 명확하게 내릴 수가 없다고.
결국 앞으로 깊이 숙이거나 오래 앉아있는 것이 좋지 않기 때문에 요가를 당분간 쉬고, 바닥이나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피하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전업 수험생인 데다가 요가로 스트레스를 푸는 나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요가를 쉬다가 한 달 여 지나 허리가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 다시 요가를 시작했는데, 통증이 계속 찾아왔고 쉽게 되던 동작들조차 몸이 굳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모든 게 원망스럽고 화가 났다.
내가 겨우 찾은 숨통조차 뺏기는 게 억울하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텐데 요가에 대한 꿈은 접어야 하는 건가 싶어 좌절감이 들었다.
그래도 요가를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한 덕분인지,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 안정됐다.
허리가 안 좋을 때는 괜히 조급함이나 불안함에 쫓겨 요가를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고 일단 푹 쉬는 것,
회복이 되면 차근차근 처음부터 수련하며 다시 쌓아 올려 가는 것,
건강 관리를 잘 하고 허리 강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겠구나, 그럼 그렇게 실천해야겠다 싶어졌다.
의사 선생님들이나 물리치료사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과한 가동범위를 요하는 요가를 그만두는 것을 추천하시는데, 요가를 그만두게 된다면 나는 괜찮을까?
내 답은 ‘아니다’였고, 건강하게, 다치지 않고, 통증 없이 요가를 잘 해내고 싶어졌다.
잠깐 강도 높은 요가 수련은 쉬어가며 다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병원을 열심히 다니고, 요가 이론/해부학도 공부하고, 이런저런 것들을 해보려 한다.
요가와는 평생 함께 하고 싶으니, 노력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