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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Oct 26. 2022

'경험디자인'의 시대이다.

얼마 전부터 나는 동네 작은 카페에 자주 방문을 하게 되었다. 요즘 거리마다 커피숍이 넘쳐난다고는 하지만 우리 동네만큼은 예외였다. 그런데 몇 달 사이에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브랜드 커피숍, 테이크아웃이 주로 되는 커피숍에 브런치 카페까지 연달아 생기면서 한적하기만 했던 동네가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지척에 새로운 장소가 오픈하면 호기심에 한 번쯤 가보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예외이지 않았다. 새롭게 들어선 점포들을 순회하듯 방문하며 서비스분위기가격 등에 대해 나만의 점수를 매겼다.점점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로 자리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점포가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작은 김밥 집이나 분식점이 생기면 좋겠다’라는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겨 나갔다. 거기에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이 들어섰다. 무려, 좌측에는 대형 커피숍이 그리고 우측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가 있는 사이에 말이다.


그 사장님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물론 대형 커피숍도 날로 고객이 늘어나서 이른 아침부터 문전성시였고, 프랜차이즈 점포에도 24시간이 바쁜 상황이었다. 그러니 어쩌면 이름 모를 커피숍이 입점해도 된다는 사업전략이 있었을 수 있다. 우리 동네는 요즘 젊은 세대가 많이 모이는 이른바 힙한 장소도 아닌 강북의 평범한 동네다. 이런 평범한 동네에 커피숍을 또 생긴다는 것이 소비자로서는 반갑지만 저러다가 혹시 장사가 안되면 어쩌지라는 오지랖에 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커피숍이 오픈하고 나의 생각은 완전히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가게는 오픈하는 그날부터 손님이 꽉 들어차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 커피숍은 전면이 투명한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서 가게를 훤히 들여다 보이는 구조여서 지나다니면서 커피숍에 어떤 상황인지 아주 쉽게 파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도 궁금해서 그 커피숍에 가게 되었다. 인테리어가 신박했다요즘은 어딜 가든 깔끔하고 사진을 마구 찍고 싶아지는 인테리어가 아니면  되기 때문에 모던한 분위기는 합격이었다.


코로나 이후로 모든 곳이 키오스크로 넘쳐나고 있다. 몇 년 전 나는 모 대학교 호텔관광학과 학생 수업을 맡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 AI와 이세돌 바둑 구단과의 대결이 이슈였고, AI에 등장에 과연 인간의 모든 노동이 기기로 대체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뉴스에서는 점포 앞에서 안내를 돕는 로봇, 집에서 말벗이 되어주는 로봇 등에 대해 보도가 되곤 했다. 해당 뉴스들을 접하면서 나도 학생들에게 어쩌면 ‘서비스 직종에 많은 일들이 기기로 대체될 것이다’라고 강의를 했지만 그것은 조금은 먼 이야기로만 여겨졌다. 


우리는 2020 코로나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10년에 걸쳐서 겪을 일을 3 만에 압축적으로 경험을 하게 되었다그중에 하나가 비대면 서비스다실로 많은 곳에서 대면 서비스가 아닌 비대면으로 업무가 대체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 동네는 유난히 고연령층에 주민들이 많은데, 새로 생긴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못해서 결국에는 울면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동네에 웃픈 스토리가 회자되곤 했다.

다시 커피숍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 그 커피숍은 직원이 직접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주문을 받아주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대단히 밝고 경쾌했다. 나의 일의 특성상 가끔 주말에도 이른 아침 시간에 커피숍에 가서 작업을 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대형 브랜드 커피숍의 아르바이트생들은 항상 밝은 인상은 아니었다. 


커피는 키오스크로 주문하지만 샌드위치와 같은 것은 직접 주문을 해야 하는데 가끔은 말을 붙이기 어려울 만큼의 인상으로 주문을 받아서 민망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작은 커피숍은 주인이 직접 커피 주문을 받을 때가 많았는데 경쾌한 목소리로 주문을 받아주고 커피콩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고, 꼭 맛을 본 후에 피드백을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고객에게 입맛에 맞았는지 취향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더 감동을 주는 포인트는 커피를 직접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갑질 고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적절한 서비스에 대해서 고객들의 인식도 매우 달라졌다. 고가의 서비스가 아니고서는 적정한 서비스를 오히려 고객들은 선호한다. 동네의 작은 커피숍에서 서빙하는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거의 이색적인 경험이 아닐  없다


나처럼 업무나 스터디를 하기 위해 혼자 방문한 고객은 커피숍의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그들의 동선은 커피를 주문하고 가져온 장비 등을 설치하고 있으면 멀리서 “000커피 주문하신 고객님”이라고 외치거나 진동벨로 요란하게 알람이 오거나, 핸드폰으로 알람이 온다. 이런 순간 대부분의 고객은 헐레벌떡 음료를 받으러 뛰쳐나가게 된다. 

'와~~~직접 서빙을 해주는 서비스라니….' 자동적으로 무한 감사가 나간다. 어쩌면 새로 오픈했으니까 이러한 혜자스러운 친절이 제공될 수도 있다.


연세대학교 김진우 교수는 동아비즈니스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 명의 예비 소비자가 구매 여행을 시작해서'즐거운 구매 경험'을 하고 구매 이후에사용자로서 편리하고 자신의 생활이향상되는 경험을 한 후에 다양한 서비스경험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되는 과정,이러한 '총체적 경험 전반'을 구성하는'경험 디자인'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봐야한다."
동아 비즈니스 리뷰, 2015년 12월



그렇다. 우리는 현재 ‘경험 디자인의 시대 살고 있다. 그리고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많은 것들이 현실에서 경험하고 먼 미래에만 존재할 줄 알았던 일들이 매우 빠르게 앞당겨 왔다. 엔데믹 시대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할 것인가? 코로나 이후 비대면이 확산되다 보니 얼떨결에 새로운 서비스를 받아들였고, 또 익숙해 가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제는 선택적 대면을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굳이 다수의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대면 상황을 선택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는 따듯한 친절, 그리고 의외의 경험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은 감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키오스크 앞에서 헤매고 있을 때 먼저 다가와서 ‘도와드릴까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는 직원이 있다면 아마도 우리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다. 고객은 왕이 아니기 때문에 ‘셀프서비스는 당연한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예상하지 못하던 서빙을 직접 받을 때의 감사함은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줄 것이다.

 이제 다양한 매장, 관공서, 병원 등등 결국 고객이 방문해야 매출이 일어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이윤이 창출되는 모든 접점에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전환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과연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각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바라봐야  것이다.


아침 일찍 긴 줄을 서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더라도 럭셔리 브랜드를 구입하게 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가격이 비싸더라도 아침 일찍 배송되는 제품을 문 앞에서 받아보는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매장 밖에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밖에서 기다리다 커피를 받게 하지만 가격은 싸기에 구매를 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다양한 방법론 중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제공된 즐거운 구매 경험이 고객에게  맞았을  고객은  브랜드  매장에 충성을 약속하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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