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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Oct 27. 2022

악의 축, 두둥등장

건달이 국방부 장관이 되는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때는 송나라 철종 시절, 동경 개봉부 선무군에 한 건달이 있었다. 그 이름은 고이. 뜻은 고씨의 두 번째 자식이라는 의미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창, 몽둥이를 다루는 것과 공차기에만 관심이 있을 뿐 다른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특히 공차기 실력이 뛰어나서 사람들이 그를 고구(高毬)라고 부를 정도였다. 게다가 앞서 말한 창, 몽둥이만 잘 다루는 것이 아니라 씨름, 노름, 피리불기 금(琴) 뜯기 등 모든 잡기에 능했다고 하니, 차라리 그는 과거에 태어날 것이 아니라 요즘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재능충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해본다. 여하튼, 신은 균형의 수호자라 그에게 잡기를 주고 학문의 뜻을 빼앗았는지 모르겠지만, 글공부를 하지 않아 인의예지를 닦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남을 등쳐먹는 건달의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까불다가는 언젠가 임자 만나는 법이다. 건달 짓을 하다가 한 부윤에게 잡혀 신명 나게 매를 맞은 후 동경성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래서 고구는 회서 임회주의 유 대랑(유세권)이라는 사람이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을 잘 거두어들인다고 들어 그곳에서 3년간 빈둥거리며 생활한다. 그더런 어느 날 풍년으로 인해 철종 황제가 온 천하에 사면령을 내렸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고구가 동경성으로 떠나려 하자 유 대랑은 성안 금랑교에 생약포를 하는 자신의 친척인 동 장사를 찾아가라고 소개했다. 


이 고구란 자를 어떻게 내 집에 받아들인단 말이냐?



동경으로 돌아온 고구는 유 대랑의 말에 따라 동 장사를 찾아가 유 대랑의 편지를 들이밀었다. 동 장사는 이런 건달을 자기 집에 들이는 것이 매우 꺼렸지만, 일단 유 대랑의 얼굴을 봐서 내 쫒지는 못 하고 그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십 여일이 지나 동 장사는 고구에게  "우리 집 형편이 나빠 자네 앞날을 그르칠까 걱정이네, 그래서 자네를 소 학사 댁에 보내 뒷날 출세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려 하는데 어떤가?"라고 고구의 의중을 물었다. 고구는 기쁜 마음으로 동 장사의 편지와 함께 소 학사의 집으로 갔다. 그러나 소 학사 그도 고구를 집에 들이는 것이 영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풍류?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고 아끼는 소왕(小王), 도 태위라고 불리는 왕진경 부마 댁에 보내기로 했다. 그는 현 황제인 철종 황제의 매부이며, 전 황제인 신종 황제의 사위였다. 앞서 기술했듯 풍류를 사랑하던 도 태위는 고구를 가까이에 두고 친밀하게 지냈다. 


도 태위의 생일로 잔치를 열었다. 그리고 자신의 처남인 단왕을 초대했다. 단왕은 신종 황제의 11번째 아들로 철종 황제의 동생이다. 단왕 역시 놀이를 좋아하는 호사가였다. 도 태위 집안을 거닐며 구경을 하다 옥으로 된 사자 모양의 서진(문진, 글을 쓸 때 종이를 누르는 도구)을 보고 마음에 들어했다. 눈치가 빠른 태위는 서진은 물론이고 용 모양 옥 붓걸이까지 주겠다고 했다. 이 것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바로 고구가 하게 된 것이다. 


전하께서 그 사람을 쓰시고자 하신다면 뜻대로 하십시오. 
그가 궁 안에서 시중을 들어 전하를 즐겁게 한다면 제게도 큰 기쁨이겠습니다.    



'될놈될'이란 줄임말이 있다. '될 놈은 뭘 해도 된다.'라는 의미이다. 바로 여기 고구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고구가 단왕의 궁에 가게 되었고 단왕은 공차기를 하고 있었다.(앞에서 말했듯이 고구는 공차기를 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때마침 단왕이 받지 못 한 공이 고구 앞에 떨어졌고 그가 노련한 발놀림으로 다시 단왕에게로 패스를 해주었으니, 첫 만남에 단왕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니나 다를까 단왕은 선물로 온 옥 사자 서진, 용 모양의 옥 붓걸이는 거들더보지도 않고 오직 수준 높은 공차기 실력을 보여준 고구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결국 고구를 자기 곁에 두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설상가상이란 고사성어가 무색하게 고구에게 행운이 거듭 왔다. 후사가 없던 철종 황제가 붕어하게 되었고 그 뒤를 이어 그가 모시는 단왕이 휘종 황제가 된 것이다. 황제가 된 단왕은 자기가 총애하던 고구를 어떻게든 챙겨주어 추밀원 관원을 거쳐 전수부 태위가 되었다. 전수부 태위는 도성 안의 군을 다스리는 높은 직위다. 게다가 도성을 지키는 군대다 보니 특별히 선별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인원이 80만 명이 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사실상 송나라의 군권을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길거리의 건달이 국방부 장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저 공차기를 잘해서. 그리고 휘종 황제의 이 결정은 '나비효과'가 되어 수많은 문제들의 원인이 된다.  



지금은 없지만 악의 축 4인방



높은 자리에 가야 사람은 비로소 그 본성이 드러나는 법이다. 고 태위는 부임하자마자 쓸데없이 부하직원들을 불러 거드름을 피웠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한 명은 오지 않아 괘씸하게 여기겨 알아보니 왕진이란 사람이었다. 80만 금군의 교두의 자리에 있는 인물이었다. 고구는 예전 건달로 지내던 시절 한 늙은 약장수에게 시비를 걸다 죽도록 얻어맞은 일이 있었는데, 고구를 죽도록 팬 사람, 그가 바로 왕진의 아버지인 왕승이었다. 속이 좁은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되었으니 전혀 관련 없는 예전 일을 트집 잡아 왕진을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여긴 왕진은 곧바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길을 떠났다. 그리고 다다른 곳은 바로 사가촌이었다. 그렇다 바로 구문룡(九紋龍) 사진이 있는 곳이다.     








이 글은 이문열 작가가 편역한 <<수호지>>를 보고 요약 정리한 내용입니다.


네이버 책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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