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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Oct 30. 2022

왕진과 구문룡 사진

드디어 주인공 등장??

그 봉술 잘 익히기는 했다만, 빈틈이 더러 있구나.



앞서 말했듯 왕진은 고 태위의 탄압을 피해 동경에서 도망 나와 연안부에 있는 노충(북송 때 유명한 장군가의 충사중, 여기서는 충악을 가리킴) 경략 상공에게로 향했다. 연로하신 홀어머니와 동행하는 길이다 보니 무리하게 움직일 수 없어 소화산 곁의 한 마을인 화음현의 사가촌, 한 장원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 집에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몸에 아홉 마리의 용을 새겨 구문룡이라 불리는 사진이란 이가 바로 그다. 그는 글공부보다는 창과 칼, 막대 쓰는 법을 익히는 것을 즐겨해서 그의 아버지 집에 머무는 사람들 중 무예가들에게 무술을 배웠다. 


80만 금군의 교두로 있던 봉술의 달인, 왕진이 마침 사진이 봉술을 연습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로 "봉술을 잘 하지만, 실력자를 만나면 이기기 어렵겠구나."라고 말한 것이다. 혈기왕성한 젊은이인 사진은 이걸 듣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지 지금 당장 왕진과 실력을 겨뤄봐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왕진은 혹여 사진이 다치게 될까 염려되어 대련을 꺼렸지만, 사진의 아버지가 아들이 철들도록 혼줄을 내달라고 팔다리가 부러지더라도 왕진에게 탓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몇 수를 주고받지 않았지만 사진은 자신의 실력이 모자람을 깨닫고 왕진을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넙쭉 절을 했다. 그날부터 사진은 창, 철퇴, 활, 채찍, 칼, 도끼, 곤봉, 방패 등 여러 가지 무기를 다루는 법들을 배웠다. 어느덧 왕진이 사가촌에 온 지 6개월이 흘렀고 문득, 이곳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렀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연안부로 길을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진과 그의 아버지는 왕진이 떠나는 것을 막고 싶었지만 워낙 그 뜻이 완고해서 그가 가는 길을 막을 수 없었다. 


       

브루스 리의 곤봉술?



왕진이 떠나고 시간이 흘러 사진의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사진은 집안을 돌보지 않고 모든 일들을 머슴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오직 무예를 익히는 것에만 집중했다. 어느 날 자신의 집을 기웃거리던 사냥꾼 이길에게 소화산에 도둑떼가 들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얘기를 요약하자면 3명의 두령이 있는데 첫째는 신기 군사(헤아릴 수 없는 기략을 쓰는 군사)라 불리는 주무, 둘째는 도간호(산골을 뛰 넘는 호랑이)라 불리는 진달, 셋째는 백화사(흰 꽃뱀?)라 불리는 양춘이라고 했다. 그는 사가촌을 지키기 위해서 사 씨 집안사람들을 집에 모아 병장기를 각자 준비해두고 일상일에 집중하다 대통 소리만 들리면 뛰쳐나가 도적들과 싸우자고 약속을 한다. 


그 시각 소화산에서는 산채의 곡식과 돈이 떨어져 가고 있어 3 두령이 어느 마을을 털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진달은 가까운 화음현을 털자고 했고 양춘은 화음현은 사가촌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돈과 곡식이 넉넉하진 않지만 안전한 포성현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꾀를 쓰는데 능숙한 주무는 양춘의 의견에 찬성하니, 진달은 홧김에 졸개들을 데리고 사가촌으로 달렸다. 그러나 엄청난 실력차로 인해 진달은 금세 잡혀버리고 말았다. 양춘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구해내자고 했지만, 신기군사란 별명이 있는 주무는 힘으로는 안 될 것 같으니 일단 계책으로 한번 시도해보고 이 방법이 실패하게 될 경우에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자고 했다.


일찍이 저희들은 비록 한날한시에 태어나지는 못했어도
죽는 날은 한날한시가 되기를 맹세한 적이 있습니다.



두 두령들은 자진해서 사진 앞으로 갔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자기들 3형제는 유비, 관우, 장비만 큼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마음만큼은 그들과 다르지 않다며 한날한시에 죽기로 맹세했기에 그것을 지키러 왔다고 했다. 아마 나였으면 옳거니 하며 그 두 사람까지 마저 잡아 관아로 바쳐 상금을 받았겠지만, 사진은 호걸 중의 호걸, 진달을 풀어주며 데리고 가라고 한다. 자신들을 풀어주면 오히려 사진에게 피해가 갈까 두렵다고 말하는 세 두령들에게 되려 술이나 한잔하자고 하며 큰 술상을 차려 그들과 우애를 다졌다. 처음엔 분명 계책이었을 텐데, 소화산으로 돌아간 두령들도 막돼먹은 자들은 아니었는지, 받은 은혜는 갚아야 한다 하며 선물을 사진에게 보내왔다. 이렇게 서로 정을 통하고 선물을 주고받다 보니 꼬리가 길어 밟히게 되었다. 바로 앞서 등장했던 사냥꾼 이길이 우연하게 산채에서 대접을 받고 돌아가다 취해 누워있는 왕사(사진 집의 상머슴)의 품에서 편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들통이 나게 된 것이다.   


중추절, 사진의 집으로 세 두령들이 찾아왔다. 서면으로 약속했던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신분이 관아에 쫓기는 몸이다 보니 장원 문을 걸어 잠그고 술을 마시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며 잔치가 한층 무르익어가고 있는데, 사진의 장원 담 밖에서 횃불이 일렁이고 큰 함성이 들렸다. 그렇다 이길이 고발해서 온 관군이었다. 두 명의 도두들과 실랑이를 하며 시간을 끌다 사진은 "내 스스로 산채의 두령들을 묶어 나가겠소."라고 말하며 병사들을 물려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을 속인 왕사(소화산에서 보낸 편지를 받았지만 이길이 이 편지를 훔쳐 가버려, 편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사진에게 말했기 때문)를 한칼에 배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짐을 싼다.
집 안에 값나갈 만한 물건을 모조리 꾸려 나서도록 해라.   



그리고 자신의 장원에 불을 지르고 장원 앞문으로 달려 나와 도망쳤다. 하늘이 주신 기회였던 건지 마침 눈앞에 자신을 관가에 고발한 이길이 있어서 죽일 수 있었다. 사진은 세 두령과 함께 소화산에서 매일 잔치를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 날 술에서 깨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도망칠 때 가지고 나온 재물 조금은 건졌지만, 그 외 진짜 값진 것들과 집은 모조리 잃어 빈털터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가슴 한켠에 울적함이 들었다. 그렇다고 작은 도둑 때의 대장으로 살기에는 자신이 이때까지 살아온 날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왕 교두(왕진)가 연안 경락부로 갔다는 기억이나 그를 찾아가기로 결심을 한다. 주무, 진달, 양춘은 사진을 소화산 도둑 때의 우두머리로 앉힐 생각이었지만, 그는 떠나기만 고집했다. 그리고 그의 스승이 있는 관서로 향해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Oh....Jesus...



악당이 나왔고 그에게 큰 피해를 받은 왕진이 주인공인 줄 알았지만, 왕진도 주인공은 아니었다. 뭔가 낚인 기분이었지만 그가 사가촌에서 사진을 제자로 키웠다. 그렇다면 구문룡 사진이 그의 제자이니 스승의 원수를 갚을 만큼 훗날 큰 호걸이 되는 것인가? 앞으로의 얘기는 사진의 성장일기일까?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이번화 등장인물]


이름 : 사진(史進)

별호 : 구문룡(九紋龍)

수호성 : 36 천강성 - 천미성

직업 : 촌장



이름 : 주무(朱武)

별호 : 신기군사(神機軍師)

수호성 : 72 지살성 - 지괴성

직업 : 산적



이름 : 진달(朱武)

별호 : 도간호(跳澗虎)

수호성 : 72 지살성 - 지주성

직업 : 산적



이름 : 양춘(朱武)

별호 : 백화사(白花蛇)

수호성 : 72 지살성 - 지은성

직업 : 산적










이 글은 이문열 작가가 편역 한 <<수호지>>를 보고 요약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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