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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Nov 28. 2022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최근 들어 내 삶에 헤어짐이 많다. 그것도 내 삶에 나름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과의 헤어짐이라 내심 마음 가운데 섭섭한 기운이 맴돈다. 하나는 회사의 두 부장님이 그룹 내 다른 사업부로 이동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좋은 실적으로 인한 승진이 아니라 오히려 성과가 좋지 않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느낌이라 조금 안타깝다. 또 다른 하나는 내 결혼식 때 기도를 해주셨던 목사님이 다른 교회의 담임 목사님으로 가신다. 이건 목사님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이 꿈꿔오고 계획했던 목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가 알던 사람을 더 이상 매일 또는 매주 볼 수 없다는 것에 내 마음은 마냥 서운할 따름이다. 그러나 조금 이상한 점은 헤어지는 이 사람들과 나와의 친밀함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한 적도 없었고 상대편에서도 용무로 인한 연락 빼곤 먼저 연락을 해온 적도 없었다. 아, 목사님께는 내가 먼저 연락한 적이 있다. 바로 결혼식 때 기도를 부탁드리려 내가 먼저 연락하고 식사 약속도 잡았다. 그러나 이 것도 단순히 친목을 위해 연락한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연락이었으니 제외하도록 하자.  


사람은 참 신기하다. 크게 친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헤어짐에도 왜 이렇게 마음이 싱숭생숭하는 것일까? 이는 일상 속의 변화라서 크게 다가오는 것일까? 알다시피 사람은 습관에 따라 살고 변화를 싫어한다. 인간관계의 변화도 우리 삶에 큰 변화중 하나이다. 특히 나의 직장 상사가 바뀐다는 것은 얼마나 큰 변화인가? 어떤 사람이 오느냐에 따라 업무 스타일도 바뀔 수도 있고 더 나아가 회식문화도 바뀔지도 모른다.(너무 잦은 회식은 극혐!) 새로움에는 항상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익숙해지기 위한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옛 어른도 변화에 쓰이는 노력보다 익숙함이 좋아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지혜의 말을 후손들에게 남겨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헤어짐은 그 누구도 막을 수는 없다. 인생이란 긴 시간 속에서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고 헤어져야 하는 시기가 있는 것이다. 가야만 하는 사람을 붙잡고 슬퍼만 한다는 것은 애처롭긴 하지만 이는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일 뿐이다. 좀 정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좀 섭섭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감정도 한낱 아침 안개처럼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보내주어야 한다. 가는 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면서 말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정이 많은 편이었는데, 한날 우리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한 날이었다. 아침에는 엄마의 말에 수긍하며 "응 알겠어."라고 대답했지만 저녁에 저녁밥을 먹으며 강아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안 보이니 마음의 허전함에 눈물이 맺혔다. 그날 대성통곡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처음 이별에 대한 슬픔이란 것을 느꼈다. 그 후 성장하면서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법화경>>이라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말인데,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슬픔과 서운함을 마음속 저 깊이 눌러 놓는, 내게는 마법의 단어다.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이 내 눈가에 그렁그렁 맺히면 이 말을 마음속에서 여러 번 되뇌어 마음을 진정시키곤 한다. 남자가 울면 너무 멋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억지로 참는다. 여하튼, 우리 인생에서 만남이 있으면 결국 헤어짐도 있는 법이다.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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