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와의 홈스쿨링 이야기
우리 선생님이 너무 싫다.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선생님과 공부하는 게 재미있을 줄만 알았다.
재미는커녕 그를 탈출해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도 그가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매일 보는 그는 똑똑하지만 성질이 급하고 말이 너무 많았다.
“아 알아들었다고!! 똑같은 말 좀 그만해!!”
홈스쿨링 5개월간 내 입에서 지겹도록 나온 말이다.
아니, 알아 들었는데 왜 자꾸 똑같은 설명을 늘어놓는 걸까?
학교 선생님들도 이러실까?
이제 좀 넘어갈 때도 됐는데 그는 놓아줄 생각을 안 한다.
선생님은 알았을 것이다.
그저 수업을 끝내고 싶어서 하는 말이었음을.
선생님은 보았을 것이다.
알아 들었다고 떵떵거리는 그 입 위에 반쯤 감겨있는 눈을.
친절한 그는 50분짜리 수업을 2시간으로 늘리기도 했다.
제대로 못 알아들은 학생 오로지 한 명을 위해서.
이제 와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못 알아 들었다.
'내가 못 하고 싶어서 못 하냐?’
매 수학 시간마다 선생님에게 대들었다.
입밖으론 채 내지 못한 채, 속으로만 대들었다.
뼛속까지 문과의 피가 흐르는 나에게 수학은 독약 같았다.
그런 나에게 약이 되어주어야 할 수학 선생님은 또 다른 독약 같았다.
수학 시간은 선생님의 급한 성격의 끝과 내 집중력의 한계가 가장 잘 보였던 시간이다.
“에잇, 너 그냥 학교 가!”
본인의 성질을 못 이긴 선생님이 말한다.
함수 문제를 못 푸는 불쌍한 학생에게 이젠 급기야 학교를 가란다.
참나, 학교 가지 말고 자기랑 공부하자고 먼저 제안한 사람이 누군데?
DSLR로 나를 살살 꼬셨던 그 사람은 어디 간 걸까?
우리 수학 선생님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다.
안 그래도 수학이 싫은데..
안 그래도 성질 급한 선생님이 싫은데..
안 그래도 함수 하나 제대로 못 푸는 내가 싫은데..
서러움이 터져 눈물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