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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PEACE Nov 04. 2022

조지아 Day17. 우린 어디에 있든 행복해!

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카즈베기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성당 트레킹

10/25_2022


오늘은 잉잉이랑 시내 나가서 주타까지 택시 셰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주타 트레킹을 가고 30분 기다려도 사람이 없으면 게르게티 츠민다 사베마 교회를 가자고 얘기한 날이었다.


오늘도 날씨 최고!

근데   늦잠 잤음ㅋㅋㅋㅋㅋ잉잉이한테  10분만 늦어도 될까ㅜㅜ하니까   완전  15 늦어줘라고 해서 10 40 다돼서 만났다. 이거 한국에서도 많이 하던 건데 역시 사람 사는   똑같음.


카즈베기에도 ATM이 있긴 해요.. 수수료 비싼..

카즈베기는 숙박비를 전부 현금으로 받기 때문에 또다시 현금 거지가 돼서 130라리를 더 뽑았다.(한화 69,217원 출금)


이 갱얼쥐도 주타 안 간대요

우리는 안일하게 당연히 2명쯤은 있지 않을까? 4명이어도 가자했는데 택시기사만 한 가득이고 아무도 없었다. 간간이 보이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어제 도착해서 트루소 먼저 가보고 싶다고 하거나 사메바 성당 트레킹을 간다고 했다.


날씨 정말 좋은데ㅠ

트루소 간다는 사람들 중 한 팀은 주타 가고 싶은데 겨울을 대비한 옷이 없어서 못 갈 거 같다 그랬다. 잉잉이네 호스텔 친구도 그랬다는데,, 주타가 더 춥나요…?


(스포) 패딩에 만족한 잉잉쓰

잉잉이도 오늘 너무 춥다고 안 입는 옷 빌려달라고 해서 경량 패딩 가져다줬다. 나도 언니한테 빌려온 거라니까 잉잉이가 한국말로 “언니, 고마워” 이럼ㅋㅋㅋ 한국말 천재 잉잉이!


강인한 조지안들.. 계단은 사치죠..

하여간 그러고 있는 동안 한 택시 기사들이 거짓말 안 치고 어디 가냐 어디 가자 20번은 물어본 듯..^^ 잉잉이랑 농담처럼 여행객은 1팀인데 택시기사는 10명이라며 병원 학교 식당 다 문 닫고 택시만 연 카즈베기라고 그랬다. (근데 사실임)


2열 젤 오른 쪽 거 드세요. 짱 맛있음

 명만  구해서 인당 어떻게 40라리로 흥정할  있으면 가보려고 했는데 정말  1명도 찾을  없었다. 결국 40 가량 센트럴을 배회하다 Spar에서 먹을   사고 그냥 교회 가자 하고 레몬 홍차 샀음!


레몬 좋아요. (1.65라리) 내일 트빌리시 갈 때도 사가야지. 스파에서 나와서 만난 가족들은 어디로 트레킹 가는 줄은 모르겠지만 5인승 차 타고 가족끼리 간다 해서 진짜 마지막 미련을 버리고 “됐다! 그냥 교회 가자!” 하고 출발했다.


잉잉이가 우리는 주타를 가든 어딜 가든 행복할 거라 했는데 주타를 못 간 아쉬움보단 그 말에 공감하는 바가 커서 마음을 정하니까 그다지 아쉽지 않아 졌다. 내가 갈 운명이면 어떻게든 가겠죠 뭐..^^


30분 동안 서 있으면서 수많은 택시 기사들에게 기를 빨린 상태라 길 안 찾고 그냥 일단 가보자며 무작정 올라갔다. 지나가는데 갑자기 학교가 여기에..? 애기들 와글와글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사길을 한참 올라가는데 잉잉이가 뒤쳐짐ㅋㅋㅋㅋ ”잉잉아 괜찮아?”이러니까 잉잉이가 한국말로 “할 수 있다!” 외쳤다ㅋㅋㅋㅋ 근데 또 이런 경사가..?


내려오는 사람들한테 “교회 갔다 온 거니..?” 물어보니까 이 고개만 넘으면 쉽다고 ’굳 웨이’라고 해서 올라갔다. 올라가는데 귀여운 아깽이도 따라와서 같이 올라갔다.


쉽다면서요..? 험해 보이긴 했는데 일단 뭔가 파이프까지 연결해 놓은 거 보면 사람이 갈 수는 있겠지 하면서 올라감. 사실 혼자였다면 좀 무서웠을 텐데 잉잉이가 같이 있어서 브레이브 걸 돼서 앞장서서 갔다!


자그맣게 보이는 성당

오늘 날씨도 정말 최고라 걷다가 뒤 돌아보면 감탄하고 또 걷고 그랬다. 사메바 성당은 가까워지는 거 같은데 여전히 너무 위에 있는 느낌이었음..


좀 힘들만하면 잉잉이가 한국말로 “이지 잘한다~”, “잉잉 할 수 있다~” 이래서 웃으면서 올라갔다. 거의 다 왔을 때 사진 찍고 놀고 있는데 마을에서부터 따라오던 냥이가 숨을 엄청 헐떡거림ㅜ 잉잉이가 물을 따라줬다. 역시 천사 잉잉이ㅜㅜ


성당에 도착했을 때 가족들 중 아저씨가 너네 고양이냐 그래서 아니라니까 자기는 강아지랑 걷는 사람 많이 봤는데 고양이랑 걸어오는 사람 처음 봤다며 러키 걸즈들이라고 해줬다ㅋㅋㅋㅋ그리고 가족들 중 아기가 아깽이랑 놀기 시작했다.


부디스트로서 말하자면 성당이란 멀리서 볼 때 아름다운 것..(?) 하지 말란 건 엄청 많고 사실 조지아 여행 3주가 다 돼가니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러시아 단체 관광객들이 너무.. 너무 많았다) 금방 나와서 다른 뷰 포인트를 찾아갔다.


건너편에 망원경 있는 쪽으로 가서  쉬자고 앉았다가 냅다 바나나 까먹음.  거까지 바나나 2 챙겨 온 천사 잉잉.. 바나나 먹으면서 “잉잉 주타  가도 행복하지?”이러니까 “이지 우리가 어디에 있든 우린 항상 행복해렇게 말해줘서 엄청 감동받았다.


카즈베기 산 봉우리가 구름에 가려 안 보여서 일단 저쪽으로 가보자며 카즈베기 산봉우리 쪽으로 가봤다. 우리의 아깽이는 어느새 사라짐ㅜㅜ


아무래도 성당은 멀어질수록 더 예뻤고(?) 사진 찍고 가는데 가도 가도 딱히 풍경이 달라지지 않아서 잠깐 앉아서 구름이 걷히길 기다려 보자 하면서 2차 피크닉을 시작했다.


사실 난 마실 것만 잔뜩 챙겨 온 여성.. 이 과자도 어제 수영장 갈 때 잉잉이가 가져와서 먹은 건데 잉잉이는 “으.. 내 취향 아님;” 했던 거였다. 내가 “오잉 난 괜찮은뎁!”이래서 남은 거 또 가져온 것이었음.. 잉잉아 넌 천사 맞아..


그리고 잉잉이는 금손임

내가 “잉잉 너 천사인 듯”이러니까 “맞아 우리 지금 같이 천국에 있잖아”이럼ㅠ 그 와중에 “천국이랑 지옥이랑 가까운 거 알지,,” 이딴 말 밖에 못 뱉은 난 노 낭만 걸..^^ 조지아 여행 운은 친구 운에 다 쏟은 거 같다.


신기한 것은.. 2 피크닉을 하고 있는데 누가 굳이 우리가 있는 곳까지 와서 인사하길래 ?_? 이렇게 쳐다봤는데 그분이 “우리 어제도 만났잖아!” 이래서 다시 보니 어제 수영장에서 이거 먹어도 되는 스파클링 워터라고 알려주셨던 분이었다! 그분도 카즈베기  봉우리 보고 싶어서 구름이 걷히길 기다리고 계셨는데 아직 교회 안 들어 가봤다며 교회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분은 가시면서 “우리 인연이  같으니  만날  같아~ 또봐~~” 이러면서 가셨다. 그렇죠. 인연이면  만나겠죠. 여행은  재밌는 거야 정말..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카즈베기 산 봉우리는 이 정도밖에 안 보여서 할머니 손이 된 잉잉이와 할머니 무릎을 가진 나는 내려가기로 함. (잉잉이는 내가 어제 무릎 아픈 이후로 ”할머니 니(무릎) 이지 괜찮아?” 이럼..^^..)


내려갈 때는 새로운 길로 가보자 하고 그냥 내려가 봤다. 이것도 혼자였다면  길 찾아보고 그랬을 텐데 잉잉이랑 같이 있으니까 무서운  없었다! 우린 함께하면 행복하고 용감해짐. 산길 조금을 지나고 나면 차가 올라오는 길이랑 연결되는 길이었다.


이 길 너무 익숙하지 않아..? 하면서 떠올려보니 코룰디 호수 가는 길 상태랑 똑같았다. (잉잉이도 메스티아 다녀옴) 근데 차가 정말 많이 지나가서 잉잉이랑 대체 여행자들 다 어디 숨어있다가 이제 나오는 거냐며.. 주타 갈 사람은 정녕 없는 거냐며 내려옴.


생각보다 길이 힘들어서 조금 지쳐갔다. 지쳤던 이유 중 하나는 차가 너무 많이 지나가서 공기도 별로고 빵빵 거리고..^^.. 그런 것도 있었다.


suv 차량은 무서워서 못 찍었음ㅋㅋㅋㅋ

그리고 의문의 총소리와 트루소 트레킹 때 무서웠던 차들의 향연 때문에 쫄아있었던 나는 애들이 창문 내리고 탈래? 물어볼 때 정말 무서웠음.. 그리고 여행자들이 흔히 타는 9인승 미니 벤 말고 일반 suv차량들이 차 브랜드 맞춰서 줄줄이 갈 때는 더 무서웠다.


이 사진 찍은 이유 : SUV 차 지나가는데 말 안 걸어줬으면해서 뒤돌아서 사진 찍는 척함

이건 숙소 와서 깨달은 건데 내가 계속 카즈베기에서 무섭다 무섭다 했던 건 카즈베기가 러시아 국경과 불과 20km밖에 안 떨어져 있는 곳이라 그런지 러시아 느낌이 더 많이 나서인 거 같다. 생김새나 표정 같은 게 되게 비슷하고.. 메스티아 기준으로 보면 메스티아는 사람들이 확연히 조지안 느낌이 나는데 여긴 러시안인가, 조지안인가 긴가민가하게 만드는 느낌.. 잉잉이는 크게 공감 못하는 걸 보니 정말 나의 러시아 PTSD였음을.. 나는 솔직히 카즈베기에서 특히 남자랑 마주치면 너무 무서웠다ㅜ


거의 지쳐갈 쯤에 드디어 코룰디 호수 가는 길이 생각나는 돌 길이 끝나고 포장된 도로가 나왔다! 그리고 이때부터 카즈베기 산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쭉 뻗은 도로와 산맥들, 뒤로 돌아보면 보이는 카즈벡 산까지 너무 먹있어서 다시 기운이 났다.


다시 좀 기운 차리고 즐겁게 내려가고 있는데 또 양 떼가 나타났다. 양을 보고 있는데 양치기 아저씨가 약간 절뚝거리면서 다가왔다. 난 이때도 좀 쫄아있었기 때문에 “가..마르 조바..^^”하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그 아저씨가 잉잉이한테 “워”하면서 놀래킴. 매우 취한 사람처럼 절룩거리며 걷고 손에 양들 때문에 뾰족한 긴 막대기도 들고 있어서 난 공포 그 자체였다. 역시 카즈베기 무섭다고요.. 잉잉이도 나쁜 말 잘 안 하는 편인데 ”크레이지 양치기”라고 그랬다ㅋㅋㅋㅋ


어쨌든 카즈베기 마을에 다시 도착! 원래는 주타 가면 트레킹하고 빠빠이 하고 성당 가면 내려와서 룸스 가서 커피 먹자! 했었는데 센트럴에 도착한 우리.. ”배고프지 않아..?” 운을 띄움ㅋㅋㅋㅋ



저기를 올라갔다 왔으니 배고플 만도

일단 내일 주타를 갈 사람이 있으면 일찍 주타 갔다가 트빌리시 가자면서 트빌리시 가는 막차 시간을 확인하러 마슈로카 정류장에 갔다. 지금은 계절 탓인지 5시가 막차라고 했는데 사람이 차면 출발하니까 4시에는 와야겠단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트에 갔다.


마슈로카 시간표

맥주 2캔이랑 낀깔리 5개 더 사고 아침에 빵이랑 먹을 고기 완자 3개랑 트레킹하게 되면 먹을(못하게 되면 언젠가 먹을) 빵 한 개, 끓여먹는 라면을 사서 16.1라리


마트에서 장 보고 나오면서 또 자연스럽게 “밥 먹으러 집에 갈 거지?“ 이러면서 이별각을 잡게 됐다ㅋㅋㅋ 사실 잉잉이네 숙소나 내 숙소나 (룸스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보일 거 다 보여서 크게 미련이 없었기 때문에..


가다가 에어드랍 해야지! 하면서 길거리에 앉아서 에어드랍 서로 해주고 헤어졌다. 오는 길엔 구름이 거의 마을까지 내려와 있어서 또 어제랑 다른 풍경이었다.


빨래 돌리고 낀깔리 넣고 또 라면을 끓여먹었다. 너무 배고팠나요..? 사진이 없어요..? 맨날 라면만 먹어서 굳이 찍어야 되나 싶었을 수도..^^ 내년 여름까지 라면 안 먹어도 될 듯.


해가 지고 있어요

내일 또 트빌리시로 이동을 해야 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트빌리시 돌아 가면 거의 여행이 끝나는데 아직도 여행자의 피가 끓고 있다ㅜ 너무 아쉬워.. 내게 열흘 더 있다면 난 다시 메스티아를 갈 테야..


구라미가 카즈베기 오늘도 무섭냐고 해서 좀 무섭고 메스티아가 더 좋다고 하니까 구라미는 자기가 없어서 그런 거라며.. 맞는 말임.. 오던가ㅜ


다시 봐도 크로마키 같은 풍경

오늘 주타를 못 가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행복했다. 트레킹 하면서  힘들 때마다 장난 삼아 “잉잉아 행복해?” 물어봤는데 잉잉이가 계속 “우린 어디에 있든 행복하단  잊지 말자”라고 해준  정말 인상 깊은 기억.


이제 한국  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아서 아쉬움만 가득한 카즈베기의 마지막 밤이 벌써 찾아왔다.  여전히 무서워서 첫날 이후론 해지면 쭈욱 호스텔에 있고,  이 큰 건물에  밖에 없다. 다소 무섭군요.. 내일 트빌리시 가면  울산에 있다가 서울  여성마냥 정신없겠지.  고요한 밤을 즐겨야겠다는 마음을 애써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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