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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PEACE Nov 08. 2022

조지아 Day18. 결국 가야할 곳은 다 가게 되어있다

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카즈베기 주타 트레킹, 카즈베기-트빌리시 막차

10.26_2022


오늘도 우선 센트럴에서 주타 트레킹 갈 사람을 찾아보기로 한 잉잉이와 나. 그렇지만 역시 아무도 없어요ㅠ


오늘도 택시 기사만 한 트럭인 카즈베기 센트럴.. 그냥 서있는데 계속 빵빵 거리고 어떤 기사는 와서 우리가 핸드폰 보고 있으니까 핸드폰을 억지로 가져가면서까지 말 걸어서 너무 짜증 나는 상황이었다.



잉잉이랑 택시 기사들 피해서 강아지들 있는 땡볕으로 감. 가서 강아지들한테 "너네 30라리씩 내고 주타 가자" 이러면서 농담 따먹기 하고 있는데 또 택시 기사들 와서 빵빵 거리고 말 걸고 난리도 아니었다..^^


주타 2명 90라리까지 흥정을 했는데 잉잉이가 각 40 이상은 절대 못 낸다고 해서 더 기다려 봤다. 트레킹 복장을 한 사람 다 붙잡고 물어봤지만 오늘도 트루소나 교회를 가겠다는 사람뿐이었다. 9시 20분쯤 만나서 거의 1시간을 물어보다가 그냥 포기하고 다른 데 산책 갔다 와서 룸스 호텔 갔다가 트빌리시 가기로 했다. 산책 갈만한 포인트를 찾고 있는데 또 트레킹 복장을 한 사람이 택시 기사들이랑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귀 열고 들어 보니 주타 얘기를 하고 있길래 달려가서 주타 가냐고 물어봄! 그 아시아인 친구도 택시 셰어 할 사람 있으면 주타 가려고 한다고 해서 3명이서 가기로 했다. 거의 1시간을 찾다가 포기했는데 또 어떻게 주타 갈 사람을 찾게 된 우리..


3명 120라리로 딜을 했는데 와글와글 모여있던 기사 중에 아까 핸드폰 가져가던 아저씨가 따라오라고 했다.. 우리는 그 기사 차에 그다지 타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냥 택시 기사들 사이에 뭔가 룰이 있는지 저 사람 따라가라 해서 일단 갔다.


우리와 같이 주타를 가게 된 친구는 일본인이었는데 자기 숙소 가서 짐을 좀 가지고 가도 되냐 해서 이렇게 된 김에 잉잉이랑 나도 짐 다 싣어서 주타 갔다 와서 바로 마슈로카를 타자고 얘기가 나왔다. 기사 아저씨는 노 머니 폴 호스텔 이러면서 흔쾌히 우리 숙소들 들려서 짐 실어줌. 돈 받으니까 착해진 아저씨..


그리고 바로 주타 가는 줄 알았는데 다시 센트럴로 와서 차를 바꿔 타라고 했다. 차 넘버 111, 222, 333, 777, 888, 999 다 자기 차라면서 우리는 222 타고 가면 된다고 했다. 약간 동네에서 차를 많이 소유하고 기사를 고용해서 부리는 카즈베기 택시계 큰손 같은 사람인가 봄..


커피도 사주겠다고 마시고 출발하라고 했는데 우리 셋 다 오늘 트빌리시 돌아가야 해서 시간 없다고 그냥 출발해달라고 했다.

10시 50분쯤 출발해서 11시 25분에 주타 도착! 4시에 온다고 했는데 우리 셋 다 트빌리시 가야 된다고 3시에 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트레킹 시작. 조지아 트레킹 해본 사람들 대부분이 우쉬굴리가 최고라고 했는데 난 개인적으로 예쁜 걸로는 주타가 최고였다. 날씨도 좋아서 너무 행복했다.

피프티 시즌에서 묶고 싶었는데 겨울이라 포기한 게 아까울 정도로 너무 예뻤다. 나중에 따뜻할 때 돌아오게 되면 꼭 여기서 하루는 자봐야지. (근데 만약 조지아 돌아오면 메스티아 먼저 갈 거임..ㅜ 여름 메스티아 궁금하고요..) 그래도 예쁜 걸로는 진짜 주타가 최고!

 

그리고 소문처럼 정말 소똥, 말똥이 많았다. 아니 많은 수준이 아니라 이 정도면 똥으로 길을 만들어놨다고 해야 되는 거 아닐까..


그래도 한가로이 풀 뜯어먹는 소랑 말들을 보는 건 좋았다. 너무 예뻐서 예쁘단 말 밖에 할 수가 없었음. 우쉬굴리..? 기억도 안 나.. 주타 최고 예뻐요..


잉잉이랑 “주타 안 가도 우리 예쁜 풍경 많이 봐서 괜찮아~~” 이러고 있었는데 “왜 사람들이 주타를 안 올까”, ”우리 오길 정말 잘한 거 같아” 이런 얘기도 계속했다.


중간에 개울을 건너야 되는데 손을 담가보니 얼음물 그 자체였다. 누가 봐도 청정해 보여서 잉잉이랑 마셔봤는데 솔티 스파클링 지하수보다 훨씬 괜찮았다.


일본인 친구는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이 재밌게 걸어갔다. 일주일 휴가로 트빌리시랑 카즈베기만 보고 가는 거래서 다음엔 메스티아 꼭 가보라고 추천해줬다가 올라갈수록 예뻐지는 풍경에 메스티아 굳이 안 가도 될 거 같다고(농담) 했줬음ㅋㅋㅋ 아시아 3국이 모여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되게 재밌는 풍경이었다.


 

우리는 반영을 볼 수 있는 <Chaukhi Lake> 여기를 가려고 했는데 걷다 보니 그 옆쪽 폭포에 도착.. 설산이 가까워지니까 흐르는 물 따라 얼음들이 많이 얼어있었다.

 

다시 길을 찾아서 호수 가는 길. 개울을 건너야 해서 돌 밟고 건너다가 맵스미 보니까 길이 있어서 맵스미 따라오니까 이런 다리가 있었다. 맵스미는 이 다리가 있는 걸 대체 어떻게 안 거지.


호수 도착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얼어있음.. 반영은 없었지만 그 나름대로 너무 예뻤다. 그리고 잉잉이는 얼어있는 호수를 처음 본다고 했다(!) 눈도 20살 넘어서 처음 봤다고 해서 겨울에 한국 놀러 오면 눈 보러 가자고 했다!


이때가 1시 3-40분쯤.. 여기에서 바나나 먹고 물 마시고 휴식타임을 가졌다. 오늘도 내 바나나를 가져온 잉잉이.. 바나나 요정 잉잉이 덕분에 바나나 실컷 먹었던 카즈베기의 날들.


돌아가는 길도 너무 예뻤음

2시에 딱 호수에서 출발했는데 3시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싶긴 했다. 그럼에도 너무 예뻐서 자꾸 뒤돌아보면서 걸었음.


피프티 시즌을 지나고 트레킹 초입에 도착할 때 이미 일본인 친구는 보이지 않았다. 잉잉이 신발은 트루소에 이어 나머지 한 짝 마저 밑창이 떨어져 버려서 두 번이나 넘어짐ㅜ 나도 무릎 때문에 내리막이 더 힘들어서 걸음이 뒤쳐졌다.


결국 3시 20분에 도착한 나.. 잉잉이는 조금 더 늦게 도착해서 3시 반에 카즈베기로 향했다.


내가 가본 다른 조지아 도시들도 심하지만 카즈베기는 역시 무서움.. 경적도 더 심하게들 울려대고 러시아스럽다고 느낀 게 추월하거나 뭔가 갓길에 댄 차들한테 경적도 울리고 진짜로 욕을 한다. 추월하면 건너편에서 오던 차 운전자가 손가락 욕해버림^^.. 조금 러시아스럽군요..


도착하니까 4시 10분쯤이었는데 4시 마슈로카가 아직 안 가고 있었다. 자리는 1자리 밖에 없대서 일본인 친구가 타고 가게 됐다. 5시 마슈로카도 짐 실어놔도 된다 해서 1등으로 실어놓음.


이거 맛없어요..

나랑 잉잉이는 신발 갈아 신고 굶은 사람들 마냥(사실임) 빵을 먹었다. 빵 정말 맛없었지만.. 약간 살려고 먹었다. 그리고 마슈로카 정류장 건너편 공원 가면 화장실 있음. 휴지는 없음.


5시 10분쯤 마슈로카 출발. 트레킹을 너무 열심히 했나..^^ 정말 피곤했다. 그렇지만 왠지 잠들진 않아서 깜깜한 창 밖을 보면서 트빌리시로 향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완전히 해가 져서 꼬불꼬불한 산길을 라이트에만 의지해서 달리니까 조금 무서울 법도 했는데 조지아 여행 18일 차에게 무서움은 사치죠.. 메스티아에서 트빌리시 갈 때처럼 트빌리시가 가까워지는 건 점점 늘어나는 차량으로 알 수 있었다.



8시에 디두베에 도착! 역시 수도는 수도임.. 황량한 카즈베기에 있다가 마슈로카 내리자마자 음악 소리 들리고 사람들도 많아서 트빌리시에 도착한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배고팠다..


우리 숙소는 풀 부킹이라 잉잉이는 다른 숙소를 찾아가고 나도 버스 타고 숙소로 향했다. Moosica Hostel 거의 고향집 같은 기분.. 불과 보름 전에 머문 곳인데 몇 달 만에 돌아가는 거 같았다.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나가는 걸 체감해서 버스 안에서 벌써 슬퍼졌다.


근데 여성 도미토리 사진 없음ㅋㅋㅋㅋㅋ 숙소 앞 피아노 소리 들리는 건물 괜스레 첨부합니다..

혼성 도미토리 자리가 없어서 5라리 더 주고 여성 도미토리룸으로 예약을 했는데 뭔가 더 깨끗한 느낌..? 좋은 향기도 났다(?) 그리고 1층 침대 가능하면 1층 침대로 달라고 말한 것도 메모해놓고 1층 침대 남겨놔 줌. 스탶 친구들이 상냥하진 않은데 뭔가 불편함 없이 다 처리해준다! 나에게 큰 관심 없어서 오히려 좋아.


그리고 또 라면을 먹었음ㅋㅋㅋㅋ 정말 너무 피곤해서 나갈 힘도 없어서 그냥 라면을 먹었다. 처음 조지아 왔을 때 만났던 미국인 친구랑 영국인 아저씨도 다 떠난 무쉬카ㅜ 나도 떠날 날이 얼마 안 남아서 아쉬움밖에 남지 않는다. 러시아 인접국이라 춥고 시릴 거라고 각오하고 온 조지아가 생각보다 더 따뜻하고 상냥해서 정말 떠나기 싫다. 떠나기도 싫고 남은 거라곤 이별뿐이라고 느껴지는 밤이지만 애써 남은 일정도 아쉬움 남지 않게 즐겁게 보내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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