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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PEACE Nov 10. 2022

조지아 Day20. 내가 알던 조지아가 다가 아니야!

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 나들이, 오두막 숙소

10.28_2022 

어제 늦게 숙소에 돌아와서 오늘은 자고 여유롭게 시그나기로 가기로 했다. 침대를 비워줘야 해서 짐 대충 싸서 어디 놔두면 되냐니까 거실에 그냥 두라고.. 제 짐 너무 공개적인 곳에 있는 거 아니에요?


막내랑 삼촌, 잉잉이랑 언니들도 다 떠나고 남은 오라비와 나는 시간이 돼서 시그나기 같이 가기로 했다. 11시 반에 루스타벨리 역으로 가서 삼고리 역으로 갔다. 시그나기 마슈로카 정류장은 나와서 바로 있는 곳이 아니라 그 옆쪽에 있음. 모여있는 아저씨들한테 시그나기? 하면 알려주신다.


<트빌리시 삼고리역-시그나기> 마슈로카 20라리

12시 10분에 마슈로카 탔는데 1시에 출발하는 마슈로카였음..^^ 늦은 전 좀 죄송했고요.. 


이때까지 탔던 마슈로카 중에 가장 빡센 기사님을 만났다. 길은 험하지 않았는데 과속-추월의 반복에 잠을 잘 수 없었음. 


점점 시그나기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이 바뀌었다. 이제까지 쿠타이시-메스티아-카즈베기 이동을 할 때 어마어마한 산들을 보고 또 그 산길을 달렸는데 시그나기 가는 길은 초원이 보이고 포도밭이 보였다.


약간 제주도 가면 귤나무가 집집마다 있는 느낌일까요..? 예쁜 유럽 소도시 같은 풍경으로 바뀌고 하늘도 예뻐서 잠을 안 자도 손해 보진 않는 풍경이었다. 


시그나기에 도착하자마자 시그나기를 왜 사랑의 도시라고 하는지 납득했다. 정말 아기자기하고 색감도 좋고 예쁜 소도시였다.


Three gracia 2인 50라리 (조식 포함)


그리고 숙소도 정말 예뻤다. 사실 메스티아에서 코티지에서 머물러 보고 싶었는데 무슈쿠디아니 매너 너무 좋아서 다 취소한 사람.. 그래서 오두막 감성의 시그나기 숙소를 꽤 기대했는데 너무 귀엽고 예뻤다. 나무 감성 너무 좋아요.


짐 던져두고 일단 약국으로 갔다. 왜냐하면 저는 메스티아-트빌리시 오는 8시간 동안 화장실 더러워서 다 참은 사람.. 그러고 나서 1박 했던 트빌리시 숙소 너무 더러워서 참고 참고 화장실 간 사람.. 또 정신 못 차리고 카즈베기 갈 때 화장실 다 참은 사람.. 심지어 트레킹 할 때마다 화장실 다 참은 사람..


맞음. 방광염 걸림. 방광염 안 걸려본 사람도 이건 방광염이다 알 수밖에 없는 고통이었음. 걸을 때 좀 아팠고 내리막길 걸을 땐 너무 아팠음..^^ 생리통도 심한 편이라 상태가 말도 아니었음..^^


인터넷 찾아보니 항생 소염제를 먹으면 될 거 같아서 번역기 돌려 부탁했더니 이걸 줬다. 근데 약 한통에 63라리요..? 내가 너무 비싸다고 하니까 손으로 낮추는 제스처를 취하길래 더 싼 약이 있나 싶어서 끄덕끄덕 하니까 손가락으로 3 만들면서 눈짓하심. 나는 30라리짜리 주는 줄 알고 또 끄덕끄덕하니까 3알을 잘라서 줬다?!


조지아 약국은 한 알 씩 살 수 있습니다. 19라리 주고 3알 삼. 1일 1알임. 3일 뒤에 한국 가는 비행기 탐. 오히려 좋아!


<Kusika restaurant & Hotel>


그리고 코룰디에서 만났던 언니가 추천해주신 식당으로 갔다. 진짜 이 풍경이 말이 되나요. 어이없어 정말..

 

사실 조지아 오자마자 시그나기에 왔더라면 잊혔을 풍경 같기도 한데 메스티아-카즈베기 가서 트레킹 실컷 하고 오니까 그간 봐왔던 조지아와는 완전 다른 풍경에 더 매력을 느꼈다.


사실상 한 끼만 제대로 먹는 상황이라 많이 시켜서 제대로 먹자 하고 잔뜩 시킨 우리. 어제 삼겹살 먹으면서 마셨던 사페라비도 맛있었는데 여기 사페라비도 너무 맛있었다.

 

그냥 와인 다 맛있는 거 같기도. 근데 와인을 계속 먹다 보니까 처음에 므츠헤타에서 마시고 홀딱 반했던 낀지말라우리에 대한 열망이 조금 사라지긴 했다. 너무 달면 많이 못 먹으니까요.. 


밥 먹고 있는데 비 옴ㅋㅋㅋㅋㅋㅋ 안쪽으로 옮겨서 마저 먹었다. 안쪽도 예쁘고요.. 사실 시그나기에서 안 이쁜 게 거의 없었다.


노을도 분홍 빛이라고요.. 정말 예쁜 도시. 그리고 약 먹으니까 좀 괜찮아져서 더 좋았다.


마트에서 와인 두 병 사 와서 숙소로 돌아옴. 숙소 전등도 너무 귀엽지 않나요.. 정말 사랑의 도시 그 자체.. 숙소도 너무 귀엽고 뷰도 너무 좋아.. 


술에 진심인 우리는 새로운 와인에 도전했는데 끼시랑 사페라비 둘 다 맛있었다. 마시는 와인마다 맛있어서 한국 돌아갈 때 무슨 와인 사가야 할지 더 고민되는 사람 나야 나.


ㅋㅋㅋㅋ아이폰의 한계네요ㅋㅋㅋㅋㅋ

시그나기의 밤엔 별도 엄청 많이 보였다. 카즈베기에선 별이 많이 보일 거 같았는데 너무 춥고 밤에 방 밖에 나가기 무서워서 못 봤어요..


몸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시그나기 마을 자체가 예뻐서 아픈 것도 잊을 만큼 좋았다. 와인 마시고 별 보고 그야말로 러블리한 도시의 하루. 그리고 조지아 마지막 여정지의 하루.


조지아를 20일 간 여행하면서 봐왔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내가 다음에 돌아와도 또 새로운 풍경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기대감도 생겼다. 내일 트빌리시 마지막 밤이란 게 전혀 안 믿기고 아쉬움은 더 커지지만 오늘 만난 기대를 더 깊이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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