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조지아 기념품, 트빌리시-알마티 에어아스타나
10.30_2022
오늘은 트빌리시_최종_최종_최종의 날. 아침부터 “하나도 안 믿겨..”하면서 짐을 싸놓고 나왔다.
어제 민박집 사장님께서 “이건 꼭 먹고 가야 된다”라고 추천해주신 식당이 있어서 12시 반에 오라비 만나서 볼트 타고 갔다.
<Varazi Beer House ვარაზი>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메뉴대로 시켜먹었는데,, 진짜 짜증 났다.. 이걸 모르고 27년을 살아왔다니… 짜증 나.. 열받아..(농담임. 그만큼 맛있었다는 뜻)
진짜 둘 다 한입 먹고 정지해서 너털웃음 지었다. 정말 맛있었어요. 노 필터 맥주도 구라미 덕에 메스티아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여기서 마신 것도 너무 맛있었다. 트빌리시에서 외식한 거 중에 제일 비쌌고 또 제일 맛있었음.
다 먹고 너무 배불러서 조금 걷기로 했는데 매연 무슨 일이야…?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볼트 불러서 자유 광장으로 감.
나는 기념품을 안 모으는데 조지아는 너무 좋았기 때문에 엽서 사서 누군가에게라도 편지를 쓰고 싶었다. 두 번째 들어간 기념품샵에 예쁜 엽서가 많아서 여기서 엽서 몇 개랑 컵 하나 샀다. 한국 돌아가서 이 컵에 소주 먹으면서 울어야지..
그리고 오라비는 기념품에 다소 진심인 사람.. 여기를 제일 마지막으로 갔는데 다른 곳에 있는 거 다 여기 있을 듯. 제일 크고 종류도 많아서 한참 고르고 골라 기념품 다 사고 중심가로 갔다.
핼러윈 때문에 축제 분위기였는데 한국의 소식을 들은 터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처음 트빌리시 왔을 때 갔던 카페 가서 카페인을 수혈했다. 이제 생각해 보니 kvart coffee도 체인인가 보군요.
체력 진짜 좋은 편인데 생리 중이라 자꾸 힘이 쭉쭉 빠졌다. 아님 떠나기 싫었던 거던지. 그리고 계속 내가 한국 가는 걸 미루었을 때 대책이 있을까 고민하느라 바빴다. 진지하게 대책이 있다면 비행기 표 찢고 메스티아에 다시 갔다 오고 싶단 생각을 메스티아 떠날 때부터 트빌리시에 돌아올 때부터 하고 있었음..
그리고 오라비와 서로 엽서도 써줬다ㅋㅋㅋㅋ 낭만 여행이네요.. 아직 잉잉이가 써준 엽서도 안 읽어서 두 장의 엽서는 비행기에서 보기 위해 챙겨뒀다. 보드카에 엽서 읽으면서 눈물 삼켜야지..
사실 트빌리시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해서 할 게 없었다. 그래도 아쉬워서 산책해봄.. 오늘은 하늘도 정말 예뻤다. M2 열기구도 오늘은 거의 내내 떠올랐다.
내가 좋아하던 무법도시 st 지하도도 이제 안녕..
처음에 트빌리시 왔을 때 혼자 걸었던 대통령궁 쪽까지 갔다가 다시 센트럴로 돌아왔다. 오늘따라 하늘도 왜 이리 촉촉하고 예쁜 거야..
옷도 몇 개 버리고 소모품도 써버리고 슬리퍼도 비행기에서 신고 버릴 거라 가방에 자리가 좀 남아서 까르푸 가서 와인이랑 꿀 샀다. 민박집 사장님이 집에 가져가는 용으로 추천해주신 와인이랑 꿀(linden이 중요하다고 하심) 사면서 이 까르푸도 안녕이구나,, 매우 감성적인 상태.. 지금 MBTI 검사하면 F나올지도 몰라..
짐을 대강 싸고 나갔는데 와인을 안전하게 감싸기 위해서 결국 옷을 다시 다 꺼내서 쌌다. 옷으로 돌돌 감았는데.. 부디 무사히 한국에서 볼 수 있기를..^^
짐 싸고 나오면서 무쉬카 스탶친구에게 나간다고 하니까 ”응 잘 가”함. 그래 내향인인 나는 이런 무심함이 좋았지..^_ㅠ 그동안 고마웠어 무쉬카..
오라비께서 공항까지 데려다주신다고 해서 같이 93번 공항버스를 탔다. 시내를 지나가면서 추억이 막 떠올라서 진심으로 눈물 날 거 같았는데 잠깐만, 시내요?
시내로 가면 반대임ㅋㅋㅋㅋㅋ 구글맵이 시키는 대로 탔는데 왜인지 모르게 반대로 가고 있었다. 안 그래도 택시에 비해 너무 오래 걸려서 볼트 탈 걸 그랬나 하고 있었던 참이라 그냥 내려서 볼트를 불렀다.
근데 볼트 기사가 전화 와서 어디냐고 계속 물어봄. 거리 이름이랑 번지수를 말해줬더니 진짜 처음 듣는 화를 들었다..^^ 너무 화내서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대략 그 거리는 10분 거리에 있는 거다. 나 너 엄청 오래 기다렸다. 뭐 이런 내용 같았다.
내가 잘못 찍어준 줄 알고 엄청 사과했는데 아니었음ㅡㅡ GPS 제대로 찍혀있는데요ㅡㅡ 그 사이에 기사가 다시 전화 와서 ”너 공항 가는 거 맞지 40라리에 해줄 테니까 기다려” 이러는 거 아니겠음..? (볼트 앱에서는 공항까지 24라리 찍혔음) 그래서 됐다고 그냥 취소한다니까 취소해도 돈 내는 거 아냐고 또 화를 냈다..^^ 돈이고 나발이고 이 사람한테 내 잘못도 아닌 걸로 화 듣고 있기 싫어서 취소한다 하고 끊어버렸다. 돈 낸다는 건 취소 수수료(?) 개념의 3.3라리 나간 거 말한 듯. 트빌리시 시작과 끝엔 택시 사고가 있었네요..^^
다시 볼트 불렀는데 이번엔 아주 나이스한 기사님이 왔다. 다소 거친 운전 실력을 자랑했지만 그것이 조지안이니까요..
진짜 공항은 가까워지고 이별의 시간이 왔음ㅜ 아직까지도 슬프네요.. 다시 온 트빌리시 공항은 생각보다 컸다.
오라비는 다시 공항버스를 타고 돌아가고 진짜 혼자가 되어 출국장으로 올라갔다. 2층 출국장은 티켓 있어야만 올라갈 수 있답니다.
메스티아에서도 틈틈이 호스텔 사람들과 구라미랑 놀고, 카즈베기에서부터는 거의 혼자 있을 틈도 없이 사람들과 너무 즐겁게 놀다가 갑자기 혼자가 되니까 진짜 그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공허했다. 너무 슬퍼지니까 감정은 그만 말하겠습니다. 근데 정말 슬펐음..
그건 그렇고 트빌리시 공항 출국장에는 게이트 바로 앞에 흡연장도 있음. 역시 골초들의 나라.. 그리고 면세는 딱히 별 거 없을 거 같아서 들어가 보지도 않았고 그냥 계속 보딩만 기다렸다.
지연 아스타나 답게 10시 보딩이라더니 10시 40분에 들어갔다.
트빌리시-알마티 구간 기내식 쌀은 치킨입니다. 슬픈 와중에도 저 샐러드가 너무 맛있었음.
근데ㅋㅋㅋ 나 아직 밥 먹고 있는데 앞자리 아저씨가 자기 다 먹었다고 의자 뒤로 젖혀서 맥주 쏟아짐.. 너무 어이가 없어서 고장 나서 멈춰 있는데 옆자리 커플들이 휴지랑 물티슈를 챙겨줬다. 하.. 맥주로 축축이 젖은 바지 입고 비행함ㅋㅋㅋㅋㅋ
조지아 여행은 큰 탈 없이 너무 행복했는데 떠나자마자 축축한 바지를 얻어서 더더욱 슬프고 짜증 났다..^^
축축이 젖은 바지 입고 잠도 잤다..^^ 그리고 알마티 도착하니까 비가 오고 있었다. 알마티 시간으로 4시 50분쯤 도착.
원래는 예약한 호텔에서 답변도 안 오고 해 뜰 때까지 얼마 안 걸릴 거 같아서 공항에서 해 뜨길 기다렸다가 나갈 생각이었는데 바지가 너무 찝찝해서 일단 호텔로 가봤다. 호텔은 진짜 공항 나오자마자 보인다.
1~3층은 항공사들이 쓰는 거 같고 4층이 리셉션&호텔 방임.
예약했냐길래 홈페이지에서 예약했는데 너네가 답장 없던데 이러니까 확인 전화 안 갔으면 예약 안된 거라고 함.. 그럼 전화를 주지 그랬어.. 번호도 적었잖아ㅠ
다른 숙소라도 알아볼까 싶어서 와이파이 좀 써도 되냐니까 비번 알려주고 좀 기다리면 방 나올 수도 있는데 기다릴래? (아무래도 시간제로 운영하는 곳이라 24시간 내내 나가면 치우고 사람 다시 들어가고 하는 거 같았음)하길래 기다려볼게 하고 앉아 있었다.
그래도 와이파이가 되니까 시간은 잘 갔다. 여전히 찝찝한 바지를 입고 1시간쯤 기다려 6시가 됐다. 그때 직원이 와서 이제 방 치우고 있는데 화장실은 방에 있고 샤워실은 공용이고 12시간에 8000탱게인데 들어갈 거냐며 방 상태를 확인시켜줬다. (1탱게=3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방은 무난했으나 샤워실은.. 네.. 샤워는 못할 거 같아요.. 일단 알겠다고 하고 물 300탱게&방 8000탱게(12시간) 결제하고 들어가서 바지부터 빨았다.
자는 동안 마를까 싶었지만 냄새나고 축축하기 vs 냄새 안 나고 축축하기 중에 후자를 고름. 빨래하고 씻고 나니까 이미 7시였다. 조지아 시간으로는 새벽 5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조지아를 떠나가는 기분이 드는 오늘은 정말 하루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