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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PEACE Dec 08. 2022

동남아 Day1. 새로운 여행, 잘 한 선택일까?

여자 혼자 동남아 여행/호찌민 전쟁 박물관, 호찌민-무이네 슬리핑 버스

12.3_2022


갑자기 동남아요?


이렇게 된 경위 : 조지아 여행 후 여독이 도무지 풀리지 않아 가까운 곳에 다녀오자며 비행기 티켓을 알아봤다. 가장 저렴한 티켓은 호찌민행! 그런데 호찌민은 캄보디아 프놈펜이랑 너무 가깝지 않나요..? 일단 오키.. 근데 캄보디아 가는데 앙코르와트를 안가..? 그래서 일단 씨엠립까지 가기로 함. 근데 캄보디아에서 한국 들어오는 표는 너무 비싼데.. 방콕까지만 갈까? 오키오키 방콕에서 들어오자! 근데 방콕에서 말레이시아를 육로로 갈 수 있을 거 같아서 알아보니 기차 타고 간대요. 기차 처돌이인 내가 눈이 안 돌 수가.. 이렇게 된 거 말레이시아 가서 잉잉이를 만나고 올까..? 하다가 결국 베트남-캄보디아-태국-말레이시아 대장정을 떠나게 됨. 출국 3주 전에 결정한 여행이지만 이번에도 파워 J답게 엑셀로 계획을 다 짰음^^


심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이기도 하고, 여름 날씨인 데다 올해 두 번째 중장기 여행이므로 돈도 아껴야 해서 기내용 가방으로 여행을 다니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유럽, 조지아 등등 이때까지의 여행에서 앞 배낭 역할을 했던 30L 노스페이스 가방이 이번 여행의 메인 가방! 오스프리 윗 뚜껑 떼고 가져가고 싶었는데 내건 등판이 딱딱한 재질이라 안 접혀요.. 비엣젯 기내 수화물 규정이 깐깐하다고 해서 오며 가며 마음 졸이느니 거지같이 다니자~! 하면서 도전!


배낭 5.5 손가방 1킬로 조금 안되게 짐을 꾸렸다. 내가 카운터에서 안내받은 건 캐비닛에 넣는 짐+핸드캐리 가방+면세품까지 포함해서 7kg이라고 했다.


비엣젯 간단 후기 : 인천공항 출발 편은 소문처럼 게이트 앞에 저울 가져와서 재지는 않았는데 카운터에서 꼼꼼히 봤다. 앞에 분 가방이 7킬로였는지 면세품 구매하실 거냐 그럼 위탁으로 좀 더 넣어라 이런 얘기도 하셨음. 귀국행에서는 더 깐깐하게 본다고 하니 짐을 줄인 건 잘한 선택인 거 같다.


워낙 지연으로 유명해서 지연될 거라고 생각하고 여유 부리려고 했는데 제때 보딩 했다. 근데 비행기를 타고나서 55분 지연됨. 방송으로 승객 한 명이 컨택이 안돼서 지연되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일까요.. 비엣젯.. 그렇게 친절한 항공사입니까..? 하여튼 8:55 출발이었는데 9:50에 비행기가 떴다.


좌석은 너무 불편하다. 좁고 덜컹거리는 마슈로카에서도 잘만 자던 내가,, 이 세계에서는 예민 보스? 우리 줄은 등받이도 젖힐 수 없었고 잠들기에 너무 불편해서 많이 깼다.


호찌민 입국 심사 : 소문대로 줄이 엄청 길었는데 예상보단 빨리 줄었다. 그리고 너무 더웠고.. 한국 여행자는 베트남 무비자 15일이라서 리턴 티켓 꼭 있어야 한다.


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가는 버스 바우처를 준비했는데 비엣젯 카운터에서 리턴 티켓 없어서 입국 거절되어도 항공사 책임이 없다는 서약서 쓰라고 해서 좀 걱정했었다. 근데 막상 호찌민 입국할 땐 “노비자?” 이래서 ”노비자!”하면서 프놈펜 가는 버스 바우처 보여주니까 바로 도장 꽝 찍어주심.


그렇게 베트남 뜨거운 공기를 호흡한 것이 오전 2시, 월드컵 16강 진출 소식에 일단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더운 와중에 기분 좋게 옷 갈아입고 출국 홈으로 올라왔다.


출국 홈에 올라온 이유 : 새벽 도착인데 오늘 무이네로 이동할 거라 숙박비가 아까워서+또 이동해서 짐 풀고 자고 또 짐 싸서 이동하기 귀찮아서 그냥 공항 노숙하기로.


(사실 비행기에서 잘 자는 타입이라  좀 잘 줄 알았고 공항에서도 잘 수 있을 줄 알았음)


호찌민 공항 노숙 후기 : 짱이다! 에어컨 틀어줘서 시원하고 의자 팔걸이 없어서 누워있기 가능! 의자도 창문 바라보게 되어있어서 추하게 잠자기 가능! 와이파이 가능! 충전 가능!


근데 놀라운 점 : 쥐가 있음ㅋㅋㅋㅋ 원래 제일 구석 자리에 있다가 쥐구멍에서 쥐가 나와서 나랑 눈 마주치고 다시 쥐구멍에 들어가는 바람에 잠을 못 자고 그냥 책 읽으면서 해가 뜨길 기다렸다.


출국장에 있는 카페 Puro Gusto가 24시간이라 여기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샌드위치 사 먹음. 14만 7천 동, 공항인 거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


5시 반쯤 해가 떠서 슬슬 센트럴로 나가려고 환전소를 찾았는데 도착홈에서 나오는 길에 있던 환전소가 끝이었다..! 환전은 꼭 나오기 전에 하세요ㅠㅠ


ATM 기기는 모두 자체 수수료가 붙는 것뿐.. ATM기기 앞에서 한참 고민하는 동안 너무 더워서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달리 방법도 없고 어차피 건당 수수료가 붙으니까 베트남 경비 대부분을 ATM에서 뽑기로 했다. HSBC가 5만 동으로 그나마 수수료가 싸서 트레블 월렛으로 10만 원 환전-인출했다. 근데 또 잔돈이 없어서 도착동을 헤매다 이미 물도 있고 배도 안 고파서 담배 한 갑이 32,000동(1500원 정도) 샀다.


152번 버스 타면 시내로 간다! 도착홈 나와서 오른쪽으로 가면 버스 정류장 있음. 새벽이라 나랑 아저씨 한 명 태우고 에어컨 쐬면서 조용히 갔다. 앉아있으면 와서 돈 거둬가고 표를 준다. 가는 길에 점점 늘어나는 오토바이를 보면서 진짜 베트남에 왔구나 실감하게 되었다.


시내에 도착을 했는데 아직 7시도 안 됨.. 거리에는 목욕탕 의자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들+밤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뭔갈 먹는 사람들, 러닝 하는 사람들, 등교&출근하는 수많은 오토바이, 베트남스러운 풍경이 뒤섞여 펼쳐지고 있었다.


호찌민 시청부터 우체국까지 근처를 산책하다가 아침을 먹으러 갔다. 그래도 베트남에 왔으니 쌀국수지! 현지인 틈에 섞여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더워서 가게로 들어갔다.


PHO 24 소고기 쌀국수 콤보(음료 나옴) 55,000동


에어컨 안 틀어줘서 그냥 똑같았음. 맛은 그냥 쌀국수 맛이었다. 저 음료의 정체는 뭔가요.. 라임주스인가. 더워 죽는 줄 알았는데 완전 신맛으로 더위를 날리는 맛이긴 했다. 근데 끝 맛에 오이 향 나서 오싫모(오이 싫어하는 모임) 인간은 조금 괴로웠다.


아이스커피 24,000동


구글에서 근처 카페를 찾아서 갔다. 근데 내가 찾은 카페가 아니었음. 오히려 한적하고 저렴해서 만족! 카페에 도착했을 때가 8시였기 때문에 2시간 정도 커피 마시면서 책 읽고 충전도 하고 무이네 가기 전까지 뭐할지 찾아봤다.


호찌민은 딱히 할 게 없는 거 같다.. 마사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쇼핑도 관심 없고, 오늘은 메콩강 투어나 구찌터널 투어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뭐하지.. 하다가 일단 샴푸랑 선크림 사야 해서 나갔는데 미리 봐 둔 드럭 스토어가 없어졌다. 한 5분 걸었는데 땀이 주룩주룩.. 더위를 피하려고 박물관을 가야겠다 싶어서 전쟁박물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사이공 스퀘어, 벤탄 시장, 하탐 주얼리 등등 볼 거 다 보고 땀에 절어서 전쟁 박물관 도착!


전쟁박물관 입장료 4만 동 / 현금밖에 안 된다.


반전=박물관 안에 에어컨 안 틀어놓음.


의자에 앉아서 한참 쉬다가 둘러보는데 생각보다 전시가 너무 알차고 좋았다. 전쟁으로 죄 없는 시민들과 아기들이 죽은 사진이 적나라하게 전시되어있는데 보다가 눈물까지 찔끔 흘림(?) 제가 이렇게 감성적이었던가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풀 메탈 재킷을 보고 느꼈던 그 찜찜함보다도 더 적나라한 현실 그 자체는 더 잔인했다. 전시 중엔 반 동강 난 시신, 여자를 매달고 가는 지프차, 머리와 몸이 분리된 시신, 폭탄으로 피해 입은 몸과 얼굴 등 참혹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사진들도 많으니 잔인한 걸 못 보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할 거 같다.


특히 폭탄을 피해 울부짖으며 도망치는 아이들의 표정, 일가족이 몰살되어 잠든 것처럼 죽은 아이들의 얼굴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부끄럽게도 박물관에 방문하고 나서야 ‘에이전트 오렌지’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미국의 월남전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한다. 생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인데 미국이 이를 전쟁에 대량으로 사용해서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에도 수많은 기형아가 태어났다고 한다.


기형으로 태어난 한 아이가 아주 정교한 작업을 하는 비디오도 볼 수 있고 피해자가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쓴 편지도 있다. 전쟁은 끝났어도 우리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는 그 문장이 너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베트남 아이들이 이를 주제로 그린 그림도 한 구역에 같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에는 대포랑 바주카포, 헬기 등이 전시되어있다. 더위를 피해 간 거였는데 더위는 피하지 못했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내가 아는 것이 부족해서 부끄러웠던 시간이었다.


박물관 관람을 끝내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코코넛 아저씨가 말을 걸면서 따라와서 스몰토크 좀 나누다가 신기한 거 보여준다고 해서 ㅇㅇ하니까 냅다 코코넛을 잘라버렸다(?) 그래서 “????”하니까 5만 동이라고 맛있다길래 목도 마른 참이라 주섬주섬 지갑 꺼내면서 “근데 5만 동 너무 비싼데~”하고 던져봤다. “근데 이미 뚜껑 열었잖아~”하며 배 째라 식으로 나와서 빈또가 상해버린 나.. 그래서 지갑 넣는 척하면서 ”내가 열라고 한 거 아니잖아ㅡㅡ ”하니까 안 사고 갈 거 같았는지 3만 동에 해준다고 해서 먹었다ㅋㅋㅋㅋ


근데 버스가 안 서요…^^ 전쟁 박물관 앞 정류장엔 투어 버스가 주차되어있어서 정류장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안 보여서 그냥 지나가더라..


더워 죽겠지만 그랩? 안 타. 오기가 생겨서 땀 흘리며 전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버스 탔다. 버스 6,000동


무이네 가는 버스 터미널, 금호 삼코 버스는 31-33번으로 가면 된다. 4시 버스라 표 바꾸고 카페에서 시간 죽이려고 했는데 “2시 버스로 바꿔줄까?” 이래서 바로 오케이!


일반 버스를 타고 한 30분 달려서 엄청 깨끗한 터미널로 이동, 그리고 슬리핑 버스를 탄다. 인터넷에서 본 거랑 다르게 물이나 물티슈는 안 줘서 아까 코코넛 사 먹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비엣젯+공항 노숙으로 피곤해서 한 시간 자고 일어나니까 비가 오고 있었다.


중간에 휴게소도 들렀다. 슬리핑 버스 탈 땐 신발을 벗고 봉투에 넣어서 타는데 휴게소 도착하면 저렇게 슬리퍼를 꺼내 준다.


화장실은 쏘 나이스 했다. 조지아에서 오줌 참다 방광염 걸린 사람으로서 기꺼이 이용했음.


근데 그 비가 무이네에서도 내리고 있으면 어떡해요.. 듣던 거처럼 숙소 근처에 내려주지 않았고.. 버스는 터미널에서 승객들을 하차시켰다.


터미널에 서 있던 오토바이 기사가 “타고 갈래???” 이랬는데 백 퍼센트 바가지 씔 거 같아서 고민하는 사이 다른 사람들이 흥정해서 타고 갔다. 남은 유러피안에게 호텔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호텔에서 픽업 온다 해서 셰어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혼자 남겨진 나.. 무이네는 그랩이 안 된다고 들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랩을 불러 봤는데 잡혔다!


무이네에 지내면서 알게 된 건데 판티엣-무이네 지역이 꽤나 커서 보통 여행자들이 생각하는 무이네는 판티엣 근교 지역이고 판티엣은 또 분리된 지역이었다. 무이네에서는 이용 안 해봤지만 판티엣에서는 그랩 가능!


근데 비 오는 날에 오토바이 타본 거 처음이란 말이에요.. 처음에는 웃으면서 이것도 추억이지 이러면서 타다가 점차 웃음을 잃어갔다. 얼굴이 아플 정도로 비가 왔고 무엇보다 내가 젖는 건 괜찮아.. 근데 우비가 너무 펄럭이며 가방이 젖어가면서 안에 들어있는 여권,, 돈., 젖으면 어떡하지 근심이 늘어갔다.


그리고 그랩 기사인 친구는 나에게 관심이 너무 많았음.. 비 오는 날 오토바이 운전하면서 계속 번역기로 질문을 해왔다..^^ 터미널에서 무이네까지는 꽤 먼 거리였음.. 비 오지게 맞으면서 20분..? 너무 길어..


심지어 호스텔 입구를 못 찾아서 비 왕창 맞으며 한참을 헤매다 이 와중에 샴푸 없어서 사러 갔다 옴ㅎ.. 겨우 입구 찾아서 들어간 호스텔.. 일단 다 재끼고 씻으려고 하는데 문이 안 잠겨요.. 혼자 쿠당탕쿵쾅 하고 있는데 “아가씨 옆에 샤워실은 문이 잠겨요 거기 써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지아 여행기에서도 말했지만 한국인인 거 티 내는 편 (가방에 태극기 배지 달고 다님)인데 그건 다 이런 상황을 위해서다.


감사합니다 삼세번 복창하며 옆 샤워실에서 씻고 모든 것이 젖은 짐 대충 정리해두고 리셉션에 다시 가서 문 연 식당 있냐고 물어보니까 올라오는 길에 있는 식당이 12시까지는 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우비만 믿고 쫄딱 젖어서 왔던 내가 또 우비 입고 나가려는 게 불쌍했는지 우산도 빌려줌.


맥주가 500원? 솔직히 시끄러운 거 싫어하는 나, 쇼핑 관심 없는 나, 더우면 성격 안 좋아지는 나, 베트남이 옳은 선택이었나에 대한 질문을 오토바이 타고 오는 20분 동안 진지하게 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옳은 선택이었음. 맥주 500원? 옳고 말고.


 먹고 후식으로 맥주    땡기고 있는데 누가 봐도 유럽인인 애들이 축구 같이 보자고 말을 걸어왔다. 호스텔 체크인할  백패커랑 호텔 손님이 제한적으로 이용할  있는 구역이 있어서 놀이공원 팔찌 같은  채워주는  그거 보고 같은 숙소를 쓴다며 말을  거였다.


네덜란드 vs 미국 경기인데 말 걸어온 친구가 네덜란드인이라고 해서 명예 네덜란드인으로 빙의, 같이 응원해줌. 식당 아저씨도 같이 축구 보면서 수다 떨면서 여기 단골 되기로 다짐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네덜란드가 3:1로 이겼고 나는 내심 아쉬웠다. 어제 경기를 누군가랑 같이 봤다면 정말 즐거웠을 거 같아서였다.


오늘의 베스트샷

그렇게 12시에 돌아온 호스텔은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었고 바로 반팔로 갈아입고  준비를 했다. 더운 날씨와 오토바이의 소란스러움, 생각보다 열악한 숙소 환경에  여행이 어떻게 굴러갈지 예상이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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