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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atriz May 21. 2024

The Pla'tonic' Love

<그녀> 속 시퀀스에 대한 소고(小考)

마리아 타케우치 - Plastic Love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더 이상 나의 말이 아니게 왜곡되는 것처럼. 인생은 아이러니의 연속과도 같다.


하지만, 입을 거쳐 나왔다는 사실은 곧 과거로 남아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된다. 동시에 제 아무리 마음의 실재성을 부인하고 발화된 말이 물질과도 같다고 말할지라도, 말에는 관념과 자아가 투영될 수밖에 없다. 발화됐다는 사실과 함께, 완곡히 발화되지 못한 저의(底意)들은 조화를 이뤄 전달돼, 관계를 맺어준다.

여기 누군가를 대신해 편지에 마음을 눌러 담아 대필하며 살아가는 그가 있다. 관념 속을 거닌 <그녀> 속 그는 잿빛 각진 건물, 좁디좁은 창문, 딱딱한 책상에 네모난 포스트잇 사이에서 둥근듯 반듯한 안경 너머 있는 눈으로 언제나 무심한 듯 세심하게 세상을 탐구한다.

출처: 네이버 시리즈온

그는 삶의 충만감을 갈망한다. 내면의 그를 찾아줄 누군가를 희구한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기반 정신적 육체적 관계. 플라토닉 러브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는 사석에서 세상의 풍파로 인해 방어기제로 가득 찬 여성을 만난다. 즐거웠지만, 즐겁지만은 않았다. 첫만남에 유머가득한 그에게 이성적으로 끌렸음에도, 프렌치키스는 거부하는. 그의 사타구니와 낭심을 어루만짐에도, 한 밤의 꿈이 아니기를 갈망하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 헤매지만, 시간 가성비를 따지며 언제든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되어있는. 끝을 추산하는 상대와 순간과 순간 속의 대화에서. 그는 다시 고독을 느낀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인공지능의 그녀와 침대에서 대화한다. 인생의 1/3를 보내는 직사각형의 침대에서. 모든 속박과 굴레에서 벗어나. 그는 가장 자유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그녀는 그의 무심함과 울적함에 숨겨진 감정의 소용돌이와, 세심한 눈빛으로 포집한 그의 위트에 감탄한다. 그는 그녀에게 접속해 교접한다. 그는 비로소 그녀로 인해 완성됨을 느낀다.

출처: 네이버 시리즈온

다른 세상은 도시 위의 광활한 우주다. 뒤집힌 세상에서. 밤하늘에서 쳐다본 잿빛 건물들은 이제 반짝이는 별과 같다. 건물 사이의 도로와 불 켜진 가로등은 은하수다. 각진 도시에서 그는 구원받는다.


로베르토
집에오면 그날 있던 일 알려줄래?
말 많다던 동료 이야기며
점심 먹다 셔츠에 얼룩 묻힌 얘기며
잠에서 깰 때 떠올랐다 잊어버린 재밌는 생각이며
사람들 미친 짓 이야기로 같이 웃어도 좋아
늦게 퇴근해서 내가 자고 있어도
그날 했던 생각 짤막하게라도 속삭여줘
당신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좋아
곁에서 당신의 눈을 통해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아
사랑하는 마리아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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