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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atriz Oct 28. 2024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평점과 평, 그리고 부연설명과 잡설들

여인의 향기 (1992)

평점: 10/10

평: 그 남자의 향기: 군복땀내와 화약내, 쿠바제 시가, 린든B존슨, 해석학과 수사학, 그리고 향수(香水/鄕愁).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실수로 엉키는 스텝이 탱고를 만들듯, 실수는 인생을 완성시킨다


나이가 들면서 보고 또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난 것만 같다. 특히 마지막 씬의 알파치노의 연설 속에서 학생과 어른을 향해 고함치던 Integrity & Courage & He didn't sell his soul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화는 얼핏보면 나이가 지긋하게 든 여색을 밝히는 꼬장꼬장한 꼰대(?)같은 할아버지가 능력은 출중하지만 집안형편이 좋지 못한 고등학생이 사회에 교화시키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 풀이될 수 있다.

일어난 일에 대한 해석의 여지는 무한하고, 각자 느낀 감상과 인상은 제각기 다르기에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식으로 이들의 관계를 바라보게 된다면.

흘러간 시간에 대해 야만의 시대라며 흘겨보기만 하겠다고 (그리고 지금이라는 찰나의 상황과 관계만이 최고이자 최선의 상황임을 간주하겠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알파치노와 크리스 오도넬 중 어느 하나가 더 올바르고 개화(비야만적인)된 존재이다 라는 생각보다는. 둘 다 올바르며 동시에 둘 다 결점이 있음에도, 이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가 세련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 보는 것이 더 좋을것 같다.

좀 더 크게 보자면 영화 속 이들의 관계는 (30년을 한 세대라 칭하는데) 한 세대의 시작과 끝자락에 선 인물들의 대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개봉 당시 두 남성배우의 나이 차이는 딱 30살이었다).

60년대 존슨 행정부에서 전도유망했던 알파치노는 정치적 공작에 의해 조직에서 가지고 있던 실권을 잃어버려 뒷방 어르신으로 살아갈 예정이었지만, 크리스 오도넬을 만남으로써 내면에 숨겨왔던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 정치학 강연 제의도 받게 된다.

명문고에서 다른 학생들과 달리 집안배경이 유복하지 못한 것이 컴플렉스였던 크리스 오도넬은 알파치노를 만나 스스로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와 떳떳한 양심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이를 통해 그는 더 알찬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알 파치노(52)와 크리스 오도넬(22) 사이에 서 있는 나이에서 과연 난 어디로 갈 것인가? 오직 시간과 섭리가 나의 길을 이끌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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