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의 <닌자터틀> 시리즈나 <배틀쉽>과 비슷한 케이스다. 블록버스터 장르영화의 작가주의 감독이 제작을 맡은 작품에서, 작품의 감독은 작가주의 감독의 스타일과 미학을 따라하려 하지만 -완전히 효과적이거나 비슷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의 부활>의 영상미는 눈을 쉽게 뗄 수 없는 독특한 무언가다. 먼지들은 마치 물속인듯, 반짝이는 별인 듯 인물 주위를 떠다닌다. 모닥불에서 피어오른 불씨도 반딧불이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자연광은 바다에서 사람들까지 모든 것을 감싸면서 실루엣을 빛내고 조금씩 먹어치운다. 이런 작은 디테일들은 거의 모든 것을 CG로 처리한 <제국의 부활>의 배경 세계에 덧붙여지면서 인공적인, 우리의 세계가 아닌 듯한 느낌을 창조해낸다. 어떤 장소나 숏도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자연, 바다, 하늘과 은하수까지 말이다. 하지만 300의 세계에서는 그것들은 '진짜'다. 인공적인 것이 자연적인 것이 되고, 자연적인 것이 인공적인 것이 된다. 이 둘의 경계가 흐려지고 서로 뒤섞이면서 새로운, 하나의 비디오게임 같은 세계가 창조된다. 관객은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다 - 이 세계의 자연법칙은 왜곡되고 슬로우 모션과 극대화되고 과장된 핏빛의 폭력 등으로 대체된다. <제국의 부활>의 또다른 특징은 '인공적인' 것에서 기대되는 깨끗함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바다가 배경이거나 비가 내릴 때는 화면에 물방울이 맺히고 습기가 찬다. 칼을 휘두르고 찌르면서 잘린 팔다리와 함께 피가 솟구쳐 오르면 화면은, 관객의 시야는 함께 피범벅이 된다. 지저분하고 깔끔하지 않다. 거기에 더불어 앞서 언급한 햇빛, 자연광은 화면을 지나치게 밝히면서 관객의 눈을 부시게 한다. 우리의 세계와는 덜떨어진, 사실주의에서 멀리 떨어져 형식주의에 위치한 영화 세계지만 마치 현장에 함께하고 있는 듯, 생생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제 시각적인 요소에서 영화의 다른 부분으로 관심을 돌려 보면 (영화 자체가 시각적인 부분이 돋보이고 시각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작품이라 리뷰 역시 그쪽에 분량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 영화 자체는 조금은 멍청하다. 나쁘게 말하면 머리가 텅 빈 영화 - <제국의 부활>의 관심사는 오직 한 가지. 자극이다. 인공적인 화면과 슬로우 모션과 비현실적인 양의 피와 폭력의 목적은 단 하나 - 시각적인 자극이다. 물론 그러한 자극에 집중하느라 다른 종류의 자극, 예를 들어 감정적인 자극이나 울림에는 신경을 쓰지 못(않)하고, 이런 스타일리쉬한 폭력/액션 장르영화가 닿을 수 있는 최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 그래도 여전히 나쁜 경험은 아니다.
★★★
p. s. 엔딩 크레딧 시퀀스를 보니, 애니메이션판 300은 얼마나 멋질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