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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04. 2024

공무원 수험생들이 스터디를 짜는 이유

옹기종기의 휴직일기 ep.4

 공무원 수험생 시절, 나는 단 한 차례도 스터디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가뜩이나 피곤하고 시간이 모자란 것이 공무원 시험 공부인데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만들어 시간을 뺏길 필요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많은 수험생들은 여전히 자신이 준비하는 시험의 스터디를 모집하고, 함께 공부를 하며, 밥을 먹고 카페에 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여전히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도 스터디를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내가 모르는 스터디의 순기능이 적어도 한두 개쯤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 출근을 안하고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시간들'을 꽤 많이 보내다보니 왜 사람들이 굳이 수험생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스터디를 구성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거기서 발생되는 관계에서 울고 웃고 하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람에게는 아무리 싫고 지긋지긋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집단'이 삶의 어느 시점에서든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인이 되기 전인 청소년기에는 그것이 '학교'라는 형태로 존재하고, 사회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그것이 보통 '직장'이라는 형태로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철천지 원수를 만나기도 하고, 평생토록 잊지 못할 폭언을 듣기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일에 고통 받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 집단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며 살아간다.


 재밌게도 인생 전체에서 그 집단이라는 것이 잠시 사라지는 시기가 바로 '공무원 수험생'일 때다.


 그래서 그 공백의 시기에 수험생들이 스터디를 짜고, 학원을 다니는 등 자의적인 방법으로 집단을 만들어 어떤 무리에 소속되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 같다.


 막상 휴직을 하고 비록 일시적이지만 정말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로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하루를 보내다 보니 마치 다시 수험생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무기력함의 연속이었던 첫 번째 수험생 시절처럼 삶의 공백을 이용하지 못하고 그저 흘려 보내기만 하게 될 것 같다.


 비록 스터디를 할 건 아니지만, 이제 그만 빈둥거리고 하나의 목표를 두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휴직 기간을 보내야겠다.


 오랜만에 돌아온 도서관 열람실이라는 공간이 마냥 싫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혼술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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