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안하니 불면증이 사라졌다
옹기종기의 휴직일기 ep.3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직장인의 삶과 불면증이라는 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두 개의 단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기상 시간이 정해져 있어 전날 밤에 쉬이 잠들지 못하고, 여기에 업무 스트레스와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겹쳐 며칠 째 이어진 야근으로 인해 피곤해진 몸을 가지고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엔 적당히 뒤척이다가 새벽 1, 2시가 되면 자연스레 스르륵 잠이 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정도가 심한 사람들의 경우엔 단 한숨도 못잔 채, 혹은 운좋게 잠이 들더라도 자는 동안 수 십번씩 깨는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의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4년 전 면직을 결심했을 때의 내가 그랬고, 몇 달 전 휴직을 결심했을 때의 내가 그랬다.
업무 생각과 더불어 억울, 분노, 증오, 혐오, 무기력, 자기비하 등등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 속을 굴러다녀 밤새도록 잠에 들지 못하는 그 고통은 결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휴직을 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몸을 혹사해도 나를 찾아오지 않던 잠이라는 녀석이 이젠 밤 10시, 11시만 되면 당연한 듯이 나를 찾아오고 있다.
겨우 잠이 들더라도 수 십번씩 깨느라 자도자도 피곤했던 불과 며칠 전의 나와는 다르게 이제는 자는 동안 중간에 정신이 들지도 않고, 7~8시간만 자도 충분히 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슨 수를 써도 몇 년째 고쳐지지 않던 불면증이 휴직이라는 처방으로 순식간에 고쳐 진 것이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단순한 것인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동안 엄살을 피운 건 아닌가 싶어 민망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별다른 고민 없이 잠을 푹- 잘 수 있으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휴직하길 참 잘했다 싶다.
* 배경 출처: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