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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29. 2024

면직 후와 휴직 후의 가장 큰 차이점

옹기종기의 휴직일기 ep.7

 눈 깜짝할 사이에 휴직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휴직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갈 줄은 몰랐다.


 단지 그동안에 못했던 것들을 조금 하고, 못 만났던 사람들을 몇 차례 만났을 뿐인데,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훅- 하고 지나갔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공무원 시험으로 치면 웬만한 선택 과목 하나를 끝낼 수 있는 시간이다. 그 긴 시간동안 나는 과연 무슨 생산적인 일을 했을까.


 처음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그만둘 때, 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병가나 휴직을 쓰지 않고 곧바로 면직하는 선택을 했었다.


 내가 당시 최소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금전적 손해가 있을 걸 알면서도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면직 대신 일단 휴직을 하면, 돌아갈 곳이 남아 있다는 무의식 중의 안도감 때문에, 휴직 기간동안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 보내지 않을 것 같다는 나름의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 그때의 선택과 달리 돌아갈 곳이 있는 상태에서 휴직을 하고 있으니, 아니나다를까 나도 모르게 자꾸 조금씩 해야할 일들을 미루고 있다.


 목표했던 자격증 시험의 공부를 세월아네월아 미루고 있고, 다이어트와 몸만들기를 미루고 있다.


 이미 휴직 초기에 그동안 지쳐 있던 나에 대한 휴식은 충분히 채워진 것 같은데, 이제는 조금씩 휴식이 아닌 게으름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면직 후와 휴직 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이것인 것 같다.


 사람은 정말 확고한 뜻이 있다면 유사시 도망칠 수 있는 길은 모두 끊어버린 채 다음의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 소위 '비빌 언덕'이 있다면 사람은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서야 결코 열과 성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고, 적어도 내 경우는 충분히 그런 것 같다.


 면직 후의 시간들처럼 이러다 영영 잘못될 것 같다는 '본능적 불안감'을 가지고 공부에 임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러고 있으면 어영부영 그냥 평범하고 게으른 한 인간으로 남겠구나라는 '의식적 불안감'은 마음 속에 품은 채 앞으로의 시간들을 보내야겠다.


 조금만 방심하면 게으름과 나태함이라는 놈들은 흐트러져 있는 나를 찾아와 금세 그 벌어진 틈을 파고 들어 나 스스로 내 삶을 낭비하게 만든다.


 제대로 된 삶을 산다는 것은 그래서 언제나 참으로 힘게만 느껴진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영화 <인썸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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