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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ug 27. 2024

어느 공무원의 선행

그 공무원은 왜 쓰레기를 뒤졌을까

 최근 나름 미담이라고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나온 기사가 하나 있었다. 기사의 제목은 "쓰레기 더미 뒤져 돈봉투 찾아준 공무원들." ​


 요약하면 안동시 자원순환과에서 근무 중인 공무원과 환경미화원, 기간제 근로자 등 총 열 명이 한 민원인이 실수로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린 1,500달러(한화 약 200만 원 가량)를 찾기 위해 35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 약 2톤 가량의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그 결과 잃어버린 돈 1,500달러를 찾아줬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해당 기사에는 돈을 되찾은 민원인의 감사 표시와 함께, 미담의 주인공이 된 담당 주무관과 환경미화원의 겸손한 인터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누구나 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행동했을 것."​


 흔치 않은 선행을 한 안동시 자원순환과 ○○○ 주무관의 소감이다.


 언뜻 보면 삭막한 현대 사회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질 법한 이 미담을 듣고, 사실 나는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민원인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주고 싶었던 ○○○ 주무관의 순수한 마음과는 별개로, 해당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민원인들이 공무원들에게 요구할 민원의 범위가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나 버릴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이 내 머릿 속을 스쳤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누구도 이 뉴스를 보고 '아~ 앞으론 뭐 잃어버리면 구청에다 전화해서 찾아달라고 해야되겠다~'라고 곧바로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적어도 '아 찾을 방법이 없는데 구청에 전화해서 물어나 볼까?' 정도의 생각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 중 극히 일부는 그런 일은 공무원의 업무 범위가 아니라는 담당자의 설명에도, "다른 데서는 직접 쓰레기까지 뒤져서 찾아줬다는구만 너는 왜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안된다고만 하고 있냐? 내가 낸 세금이나 받아 먹는 주제에?"라고 폭력에 가까운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담당자의 상관에게 해당 민원인은 꽤나 '귀찮은' 존재가 될 것이고, 더 이상 잡음이 나는 걸 원치 않는 상관은 담당자에게 "야 그냥 나가서 좀 해 줘."라는 말 한 마디로 이 말도 안되는 민원을 처리하라고 명령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제2의, 제3의 민원인을 위해 쓰레기를 뒤지는 공무원들이 늘어날 것이고,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이 조직을 이끌어가야할 수많은 젊은 공무원들 중 꽤나 많은 인원들이 능력 있는 순서대로, 현명한 순서대로, 젊은 순서대로 이 조직을 떠나가게 될 것이다.


 지나친 망상이라고 해도 좋다. 나도 모르게 저 기사 내용을 보는 순간 이런 예상들이 내 머릿 속을 주르륵 스쳐 지나갔다.


 사실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35도가 넘는 뙤약볕에 한 시간이나 쓰레기를 뒤진 안동시 ○○○ 주무관의 행동은 칭찬 받아 마땅한 일 것이다. 정상적인 사회 분위기였다면 나 역시도 선행을 베푼 해당 공무원의 이야기를 듣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다만 요즘처럼 호의가 곧 권리가 되고, 그에 대한 보상이나 대가는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무시 당하는 현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이런 따뜻한 뉴스를 보고도 도저히 흐뭇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는다. 그저 이걸 핑계로 또 되도 않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겠구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 뿐이다.​


 공무원의 업무 범위는 결코 민원인의 요구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언제쯤 우리 사회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


 선행 공무원의 이야기를 듣고 '저걸 빌미로 또 말도 안되는 민원이 들어오면 어떡하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아닌,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는 당연한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는, 그런 환경에서 일고 싶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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