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조직도 변하고는 있다
그래도 예전보단 나아지는 중
그동안 너무 공무원 조직의 부정적인 면만 이야기한 것 같아 오늘은 긍정적인 쪽으로 변해가는 공무원 조직의 모습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공무원 조직에 들어온지 6년이 넘어가기 시작하니 조금씩이나마 예전에 비해 공무원 조직이 변한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건 호칭에 대한 변화다. 내가 신규 공무원이었던 당시 내가 있던 부서의 부서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당연한 듯이 '이 XX, 저 XX' 하며 굉장히 모욕적인 멸칭을 썼었다. 별 것 아닌 일에 소리를 지르거나,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반말을 지껄이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행동이었다.
사실 당시 그러한 부서장의 언행보다도 더 충격이었던 건, 이러한 행동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었다. 한번은 별 것도 아닌 일에 욕을 먹은 내가 화가 나서 자리에 앉아 씩씩대고 있으니, 선배라는 사람이 내게 와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저 분 스타일이 원래 좀 그래~ 그러니깐 앞으론 잘 좀 해~"
당시 사회생활이 처음이었던 나는 저 정도 욕은 당연히 먹어야하는 게 사회생활이구나~ 하고 매우 의기소침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대조적으로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부서는 부서장부터 아래 직원까지 그 누구도 내게 반말조차 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다음부터 이 부분은 좀 신경 써주세요.'정도의 점잖은 '요청'이 있을 뿐이다.
이렇듯 다행히도 지금은 저런 사람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그저 '스타일' 혹은 '문화'로 치부되는 시대는 지난 듯하다.
또 하나 생각 나는 것은 가외 업무를 하는 지방직 공무원들에 대한 보상이다. 대표적으로 '선거 사무원 업무'에 대한 보상이 있다.
내가 신규 시절이었던 2018년에는 전국지방선거가 있었는데, 당시 투표 사무원들에게는 포상휴가가 주어지지 않았었다.
개표 사무원들에게만 밤을 새서 개표를 했다는 이유로 하루짜리 포상휴가가 주어졌었는데, 그마저도 개표 시간이 새벽 2시를 넘어가지 않으면 반일짜리 휴가만 주는 반쪽 짜리 포상이었다. 선거 사무원 수당 역시 12시간을 넘게 하루종일 일하고도 6~7만원정도의 말도 안되는 금액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지금은 투표 사무원이나 개표 사무원 모두 선거 업무에 참여하기만 하면 하루짜리 포상휴가를 받고, 선거 사무원 수당 역시 15~16만원 수준까지 올라간 듯하다.
자기 업무도 못하고 밤을 꼬박 새워 선거 당일에 12시간 이상을 갈아넣는데, 고생하는 공무원들에게 이 정도 보상은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비하면 선거철마다 돌아왔던 '이번엔 누굴 선거 사무원으로 보낼까'에 대한 눈치싸움도 많이 줄어든 듯하다. 이 역시 좋은 변화다.
이말고도 알게 모르게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들이 꽤나 많다. 하나하나 다 이야기할 순 없지만 신규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던지, 당사자의 의견을 고려한 인사발령이라던지, 육아휴직자들에 대한 조직의 분위기 변화라던지, 찾아보면 세세한 부분에서 바뀐 것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이렇듯 변화의 속도는 사기업에 비해 현저히 느릴지언정 그래도 조금씩, 천천히, 공무원 조직 역시 좋은 쪽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처럼 MZ 세대들의 공직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어 간다면, 어쩌면 이 변화의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조직이 바뀐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공직 사회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그러니 공무원 입직을 준비 중인 공시생들이여 너무 기죽지 마라. 적어도 여러분이 들어와 생활할 '공직 사회'라는 곳은 오늘보다는 훨씬 더 나은 곳이 되어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