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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행정실엔 민원이 없을까?

단지 민원이 싫다면 교행이 정답

by 옹기종기

일반적으로 공무원 조직의 치명적인 단점으로는 적은 급여, 경직된 조직 문화, 악성 민원 등이 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악성 민원이다. 사회 전체가 비정상적인 몇몇 사람들의 행패로 인해 병들어 가는 요즘, 공직 사회에서의 악성 민원은 해결 되기는커녕 점점 더 심각성을 더하며 곪아가고만 있다.


그래서 그런지 수많은 저연차 공무원들이 더 시간이 가기 전에 '민원'에서의 탈출을 꿈꾼다. 그리고 그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로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의 갈아타기를 시도한다. 특히 직장에 욕심이 없을수록, 워라밸을 중요시할수록, 아이가 있는 기혼자일수록, 구청이나 동사무소를 떠나 이곳 학교 행정실로 오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고, 5년 전 일반행정직을 그만두고 지금은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의문이 들게 된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엔 정말 민원이 없을까?'​


사실 구청, 동사무소의 민원 성격과 다를 뿐, 학교 행정실에도 민원은 존재한다. 다만 민원의 구성이 불특정 다수로 구성된 일반행정직 공무원들과 다르게 '학부모, 교사'로 한정된다는 게 다를 뿐이다. 물론 민원인이 한정되는 만큼 민원의 범위나 요구는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다.


비유를 하자면 구청, 시청, 동사무소의 경우 세상의 모든 일과 관련된 민원이 다 쏟아져 들어온다고 하면, (물론 그만큼 담당하는 부서 수도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학교의 경우는 확실히 제증명 발급이나 학교 시설 관리 등 한정된 분야에 대한 민원만 들어온다. 따지고 보면 제증명 발급이나 학교 시설 관리는 행정실에서 당연히 처리해야 하는 업무나 다름 없으니 민원이라 칭하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 같은 경우 지난 몇 년동안 학교 근무를 하면서 민원이라 할 만한 걸 떠올려 보면 기껏해야 학교 시설을 무리하게 개방해 달라고 하는 요청이나, 학교 공사 소음에 대한 항의 전화를 받은 것 정도가 전부였다.


비슷한 기간을 근무했던 동사무소, 구청 시절엔 기가 찰 정도의 악성 민원을 수십 개도 넘게 받았던 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교행직 공무원이 일행직 공무원에 비해 적어도 민원이라는 카테고리 하나에 있어서 만큼은 장점이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만약 공무원이 싫은 이유가 단지 '민원 상대' 하나뿐이라면 교행직 공무원으로의 이직이 답이 될 수도 있다고 보인다.


다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반행정직 공무원들은 겪지 않아도 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들만이 겪는 치명적 단점들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조직 내 소수 집단이라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반복되는 복잡한 회계 업무와 시설 업무, 명확한 승진의 한계선 등 치명적 단점들에 환멸을 느껴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따라서 만약 민원 상대가 싫어 교육행정직으로의 이직 혹은 입직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교육행정직의 좋은 점만 보고 막연한 환상을 가진 채 이 직렬을 준비하시기 보다는, 이런 세세한 단점들까지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셨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JTBC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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