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 GPT를 써보며.
정답이 없어 힘들었던 나날들
한때 왜 마케터들은 이렇게 답이 없는 일을 해야 하는지, 매번 새로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정답이 있는 일을 하는 직군을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정답이 있는 일은, 시간과 경험이 비례하며 전문가의 권위를 더해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매번 새로운 Creative 혹은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마케터들에게는 어느 정도 연차 이상이면, 연륜이 고성과를 보장한다고 비례해서 말하기는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제 정답이 있는 일은 AI가 찾는 과정의 번거로움을 없애고 단순화해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현실이 된 AI 시대, 나의 직업은 괜찮을까? 일단 누구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업무흐름을 나열해 보자. 이 중 단순 반복되는 유형의 일이 많을수록 AI 영향권에 속하는 직군이다.
현재 내 업무는 어떨까? 직업으로서의 마케터의 일은 AI가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까?
오늘 하루, 하고 있는 일을 살펴보았다.
- 메타버스 비즈니스 방향성에 대한 고민
- 론칭한 서비스 UX에 대한 고민 및 사용후기 작성
- 유튜브 영상콘텐츠 방향성에 대한 고민
- 제한된 리소스에서 마케팅 콘텐츠 양을 늘리기 위한 고민
- 새로 들어오는 사람과 기존 멤버들의 합에 대한 고민
- 특정 공간유입을 위한 마케팅 유입 아이디에이션 전달
- 브런치 콘텐츠의 기획 및 작성
정답이 있기도 어렵고, 선택한 답안지가 성공했을 시의 기댓값을 고려하여 우리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선택지를 골라야 할뿐더러 이 선택지를 성공시키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대안의 수는 정말 다양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치고 들어오는 많은 협조 요청 업무들은, 기존의 업무와 연결되어 시너지 포인트로 연결시키고, 방향성과 어긋나는 것은 압축 생략해야 하는 대담함도 필요하다. 또한 새로 시작한 업무가 작은 성과라도 만들어졌을 경우, 이를 캐치하여 확장시키는 ‘물 들어올 때 노젓기’ 실행안도 발 빠르게 직관적으로 펼쳐야 한다.
데이터는 상식, 차이는 직관이 만든다
마케팅의 성과측정이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의사결정이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위해 극도로 단순화한 대시보드 지표는 Creative의 임팩트를 과소평가하게 만들었다. 노출량이 같다고 임팩트가 같을 수가 없고, 똑같이 1유입이 됐다고 기억의 지속력이 같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AI는 성과 10을 11로 만들기 위한 AB테스트의 자동화, 이른바 머신러닝에 기반한 광고자동화 과정에서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왜. 지금. 우리가 이 광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은 답을 주지는 못한다.
결론적으로 AI는 마케터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마케터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케터는 우리 제품, 서비스가 시장에 잘 침투되어 교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서 선기획, 후대응하는 일들을 진행하는 사람들이다. 환자 한 명 한명의 각 임상사례가 다르듯이, 한 기업에서 내놓는 서비스와 제품은 밖에서는 비슷하게 보일지라도 수많은 상황적 맥락이 고려된 다층적 선택의 조합 부산물이다. 기업이 갖고 있는 내재적 역량과 자원현황, 그 조직을 담당하는 구성원들의 동기 수준 등의 내부상황은 물론 원자재 단가의 인상, 공교롭게 동기간 경쟁사의 대규모 광고캠페인 등 통제불가능한 외생변수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확실한 답'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신화적인 용어일 뿐이다.
앞으로 더 평가받을 수 있는 마케터?
AI의 이성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AI도 생각하지 못한 비이성의 미친 짓을 AI의 도움을 받아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다. 외부정보들 가운데서 아직은 작지만 폭발력이 큰 단초를 가장 먼저 포착하여 발 빠르게 대응하는 사람들이다. 먼저 과감하게 일을 벌일 수 있는 것은 AI가 아니다. 데이터는 누군가 용기 있게 벌인 행동에 따른 결과물이다. AI와 경쟁하지 말고, AI에게 일을 줄 수 있는 마케터가 되도록 하자. 정형화된 패턴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닌, 지금 왜 이런 글이 필요한지를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400년전 책 돈키호테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P.S 기존 답이 있는 직업에 가까운 회계사, 변호사, 의사, 약사 등은 사실 충분히 업무기술 상으로는 AI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식의 최종검증과 솔루션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인해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다. 위 직군들은 AI가 실제 일을 하고, 본인들은 최종 솔루션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종의 처방보험 역할로서 지속되지 않을까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