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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기쁨 Dec 30. 2023

우정과 공감의 울타리, 브런치

브런치 작가 1년을 돌아보며


우리가 글을 쓴다든지 어떤 메시지를 발하는 것은
병 속에 메시지를 담아서 강물 위에 띄워 보내는 것과 같은데
어떤 사람이 그 병을 건져서 메시지를 읽고 거기에 공감하고
내 삶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때,
이 편지를 쓴 사람은 보람을 느끼거든요.
이렇게 서로 반응해 주는 일을 통해  공감의 울타리들이 만들어지고
우정을 나누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잘잘법>,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

©NAYOUNG 2023






한 번씩 바다에 띄운 유리병 편지가 몇 년 만에 혹은 몇십 년 만에 누군가에게 발견되었다는 뉴스 기사를 볼 때가 있다.

누군가는 건져서 읽어 주기를 바라며 바다로 띄워 보냈지만 그것이 과연 어떤 이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인지, 다시 빛을 보고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이 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는 채로 보낸 편지가 마침내 누군가의 손에 닿았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기사거리가 될 만큼 감동을 자아낸다.


얼마 전 4년 만에 대서양을 건넌 유리병 편지가 한 소녀에게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발신인은 아일랜드에 사는 한 여자 아이인데 편지에 “아일랜드에서 인사드립니다. 누군가 이 병을 발견하길 기대하며 바다에 보냅니다.”라고 썼다.

그리고 그것을 미국 동부 뉴저지에 사는 소녀가 할아버지와 해변에서 쓰레기를 청소하다가 발견했다.

4년이란 시간, 3천 마일이란 거리를 묵묵히 이겨내고 소녀의 바람이 꿈과 같이 이루어지고,

이 두 소녀 사이에 시공간을 뛰어넘는 우정과 연대를 나누는 이야기는 인생에 한 번쯤 일어나길 소망하게 되는 낭만과 감동을 준다.

(이상 2023. 8. 25. 머니투데이 기사 참조)




위에서 인용한 김기석 목사님의 비유와 아일랜드 소녀의 유리병 이야기는 지난 1년 동안 브런치 안에서 있었던 나의 글쓰기에 대해 말해주는 것 같다. 2023년 12월 29일, 오늘로써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정확하게 1년이 되었다. 아직 초보 작가인 나에게 브런치라는 공간은 재능 있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좋은 글을 쓰는 수많은 작가님들과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차원 높은 주제의 글들, 그리고 다양한 경험과 삶의 이야기들로 가득한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와 같았다. 그곳에서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나의 글은 마치 대양의 물 한 방울 같아 보일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 커다란 바다 같은 브런치 안에서 내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기뻤고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했다. 어떨 땐 완성된 내 글이 아직 덜 영근 글 같아 이걸 발행을 해, 말아? 몇 번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발행 버튼을 누를 때도 있었다.

발행버튼을 타고 내 글을 세상에 내보낼 때는 마음이 소심해지려고도 한다.


이 글을 누가 읽을까?

몇 사람이나 읽어줄까?

그냥 거대한 브런치 바다를 유영하다 아무도 모르게 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단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손에, 마음에 가 닿을 수도 있을 거라는 소망이 나로 하여금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했다.

내 소중한 편지를 담은 유리병이 어쩌면 영원히 바다를 표류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꼭 가서 닿길 간절히 바라며 바다로 떠내려 보낸 아일랜드의 작은 소녀의 마음이 글을 쓰는 내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브런치 세계에서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마침내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가 닿은 순간, 그가 나의 글을 건져내서 병마개를 열어 편지를 읽고 반응을 보내오는 바로 그 순간이다.


얼굴도 모르는 작가님들이 라이킷을 눌러주고, 답글로 마음을 나눠 줄 때, 나는 이 거대한 브런치라는 바다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수많은 유리병 편지들이 바다를 떠다니다 기적과 같이 만나서 함께 웃기도 하고, 위로를 주고, 서로를 지지하는 곳, 인상착의나 개인정보를 들춰내지 않아도 글만으로 충분히 깊고 따뜻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곳, 브런치는 한 해 동안 나에게 공감과 우정의 울타리를 제공해 준 참 고마운 곳이었다.


1년 동안 발행한 글이 40편이니...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나의 글을 찾아내고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내년에는 좀 더 부지런히 글을 쓰고, 더 깊은 공감과 우정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브런치 작가 1주년을 기념하면서

그리고 신년을 맞이하면서

브런치스토리에게

그리고  나의 스토리를 찾아와 주시고 따뜻한 반응을 해 주신 모든 작가님과 구독자님들께 감사드린다.

모든 분들이 2024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기원하며

그분들께 가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떠내려 보내는 유리병 편지로 인사를 전한다.






©NAYOUNG 2023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읽어주시고 라이킷을 눌러주시고 답글을 남겨주셔서 기쁘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유리병 편지가 브런치의 바다에서 만나고 따스한 우정을 만들어 가는

2024년이 될 것을 기대하며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2023. 12. 29. 하늘기쁨

 




#브런치1년#유리병편지#우정#공감#편지#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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