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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기쁨 Jan 04. 2024

좋은 어른이 많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2010년 7월 27일/ 아이들의 미술전시회


-오래전 아이들과 홈스쿨을 하면서 그날 배운 것들, 홈스쿨 하는 엄마로서의 마음 등을 다음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들이지만 그냥 묻어버리기엔 절실했던 마음과 아기자기한 우리 홈스쿨의 흔적들을 되새기면서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유용한 지혜들을 하나하나 모아보려고 합니다--




<미술전시회를 열었어요~> 2010년  7월 27일


로뎀나무미술전시회

장소: 우리 집 지하 전시실

기간: 2010. 7. 17~ 7. 21 ,1주일간

작가: 김OO, 김OO


아이들이 난데없이 미술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하길래 그냥 저러다 말겠지~~ 하면서 알아서 해봐, 대답을 했는데 이렇게 두 아이의 열정으로 멋진 미술전시회를 열었어요.

전시회를 위해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고(거의 찍어내는 수준), 초대장을 만들고, 둘이서 기획회의를 거쳐 여러 아이디어를 풀어내면서 즐겁게 그리고 한편으로 엄마는 그 뒤치다꺼리를 다 하느라 괴로워하면서 전시회를 준비했어요.



아이들의 그림들



큰언니 작가님과 동생 작가님


안내 데스크에 앉으신 큰 언니 작가님과 그림 설명을 맡은 동생 작가님이십니다.

오늘은 작가님으로 제대로 대우를 받은 날이었어요.





방명록도 만들고요,  맛있는 간식도 준비하고 오신 손님들 심심하지 말라고 그림 체험공간까지 기획을 했어요.

그래서 예쁜 캐릭터그림을 색칠해서 미술전시회 참석기념품으로 가져가도록이요..




오신 손님들은 아이들의 친구 몇 명과 대부분은 함께 사역하는 공동생활과 주변에 사는 이모 삼촌들이었어요.

아이들이 건네준 작은 초대장에도 마음을 다해 찾아와 주고 호응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손님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작품 앞에서 기념 촬영도 함께 했습니다.

어떤 삼촌은 큰 아이가 그린 물고기 입 모양을 익살스럽게 흉내도 냅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체험 공간에서 기념품을 색칠하는 손님들의 모습입니다.

예쁜 이모들도, 아기를 데리고 온 엄마도, 건장한 삼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이 마련한 것들을 함께 즐거워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지요..




방명록을 쓰고 있는 이모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모입니다.

따뜻하고 격려 가득한 말들로 방명록을 수놓아주신 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은  전시회를 열어본 소감을 "내가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제대로 갖춰진 정식 전시회가 아니어도 자신들의 마음과 열정을 담아 준비했고 그 시간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내내 즐거워하고 뿌듯해했었습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하고 성취감을 갖도록 하는 것은 그렇게 크고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된다라는 것, 그다지 별것 아닌 것 같다할지라도  자신이 꿈꾸는 것을 시도해 보도록 함께 지지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이 시간을 통해 엄마인 저도 새롭게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마음으로 흔쾌히 도와주지 못한 것 다음번 제2회 때는 제대로 만회해야겠어요..^^


<2010년 7월의 블로그 글에서>




그 당시 우리는 특이한 구조의 3층 주택에서 함께 일하는 선교단체 간사님 몇 사람과 공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집에는 1층 거실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면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넓고 잘 꾸며진 지하 공간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공부를 하거나 1주일에 한번 홈스쿨 친구들과 함께 수업과 활동을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 시기에 딱 필요한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미술전시회를 열고 가까이에 사는 친구들과 간사님 이모 삼촌들을 손님으로 초대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고 있고 찾아와 준 이모 삼촌들을 떠 올리며 고마워하곤 합니다.


전시회라고는 하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작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몇 점 걸어둔 것에 불과했음에도 나와 아이들이 정작 놀라웠던 것은 초대장을 받아 든 어른들의 반응이었습니다.


황금 같은 주말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와 준 분들,

주말에 올 시간이 없었다며 주중에 퇴근하면서 고단한 몸을 끌고 들렀다 간 분들,

아이들의 전시회를 축하하는 의미로 정장을 차려입고 예를 갖춰 오신 분들,

아이들을 위해 꽃을 준비하고, 선물과 간식을 가져오신 분들,

그림에 대한 감상을 다채롭게 나눠주시면서 아이들과 그림으로 대화를 나누시는 분들,

방명록을 써라, 기념품 색칠을 하라 귀찮은 요구에도 하나하나 다 따라주시며 즐기시는 분들...


대부분 우리와 함께 일하는 간사님들이지만 아이들의 작은 도전에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응원하고 참여해 줄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홈스쿨을 하는 내내 간사님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들이 되어 주고, 안전하고 따뜻한 마을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선생님으로, 때로는 상담자로, 친구로, 가족으로... 우리 아이들의 삶과 배움의 울타리 안에는 언제나 이분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아이들에게 사랑과 배려와 친절, 사람을 존중하는 좋은 가치들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삶을 가르쳐준 고마운 분들입니다.


20대 중반이 된 딸아이에게는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가 있습니다. 또래도 있고, 자기 보다 더 나이가 많은 친구들도 있고, 초등학생인 친구도 있습니다. 초등학생인 친구는 우리 간사님 중의 한 분의 딸입니다. 그 아이가 학교에서 속상한 일을 당했을 때 우리 큰 딸은 진심으로 함께 속상해하며 위로해 주다 둘이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간혹 월급을 타는 날에 그 아이를 만나러 나가서 한참을 재미있게 놀고 오기도 합니다. 딸아이는 그 아이가 자기에게 그냥 어린 동생이 아니라 '친구'라고 합니다. 자기 말로는 정신연령도 비슷하고 말도 잘 통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 어린 동생을 친구로 생각할 수 있는지 물었을 때, 어렸을 때 자기를 그렇게 대해준 공동체의 이모들 때문에 그런 것이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큰 딸이 아이와 친구가 되고 난 이후로 아이도 힘들었던 마음이 많이 회복되고 이다음에 나도 언니처럼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했다며 그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우리 큰 딸에게 무척 고마워합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고 진심을 다해 대하는 법을 가르쳐 준 그 이모들이 참 고맙습니다.


아이들 주변에 좋은 어른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입니다.

15년이 더 넘는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좋은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 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마도 그분들은 잘 모를 것입니다. 자신의 소소한 친절이 한 아이의 삶에 어떤 메시지와 변화를 주었었는지를 말입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더욱 좋은 어른들로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고 있을 그분들에게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들이 되어준 고마운 간사님들(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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