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을 싫어하는 남편과 두리안을 사랑하는 아내
#두리안. 가시뒤에 있는 즐거움
#Durian, dibalik duri ada kenikmatan
15년 전 해외 첫 여행지는 싱가포르였습니다. 동기 친구들 중에 해외에 안 나가본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충격받아 급히 비행기티켓을 끊고 해외로 나가버렸습니다. 여자혼자 해외에 나가니 부모님이 맘에 들어하실 리가 없었죠. 그래서 급히 한인교회를 찾아 연락을 드렸고, 그 덕에 부모님께 허락받아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한인교회 목사님께서 저희 학교 선배셨던 덕에 도움을 받아 해외 첫 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 그때 처음 먹어본 과일이 두리안이었습니다. 두리안을 사 와 저에게 주시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한입 베어 물었는데... 웬걸요~ 이거 너무 맛있는 게 아니겠어요? 냄새가 별로라고 하는데 저는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강한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달콤한 냄새도 강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습니다. 냠냠냠 맛있게 먹으니 목사님께서 놀라시며 처음 먹는 게 맞냐고, 왜 이렇게 잘 먹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알았습니다. 아~ 내가 두리안을 잘 먹는 편이구나~ ^^
남편은 두리안을 싫어합니다. 음~ 이건 맛있네~ 하면서 두 번째 조각은 절대 들지 않아요. 와이프가 좋아하니 한입 옆에서 거들어주는 것 말고는 먹고 싶어 하며 먹었던 적은 없습니다. 다행히도 와이프가 좋아하는 걸 알고 매년 두리안철마다 한 번씩 사다 줍니다. 맛있게 먹는 저를 보면서 억지로는 먹지 말라고 하는데... 본인이야 억지로 먹겠지만, 저는 없어서 못 먹지요 ㅋㅋ
두리안을 처음 먹으면 거부감이 들지만, 3번째 먹으면 그 매력에 빠져버린다고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남편은 10번을 먹어도 왜 그 매력을 못 찾는 걸까요? 냄새가 심해서 그런 건지, 식감이 싫어 그런 건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서로 이해를 못 하고 있어요 ㅋㅋ)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리안은 냄새가 심합니다. 멀리서도 냄새가 나죠. 저는 그 냄새를 참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일면 '똥냄새'라며 참 싫어합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모두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두리안철에는 마트 안에서 팔기도 하지만 일부 마트에서는 문 밖 놔두고 팔기도 합니다. 두리안을 안에서 팔면 두리안냄새가 마트 전체를 감싸거든요. 그리고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두리안 출입금지' 표시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공적인 자리에서는 두리안을 자제해야 합니다.
남편이 두리안을 싫어하는 이유가 냄새 때문인가 생각했는데... 그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만 보니.. 남편이 싫어하는 과일 중에 '감'도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홍시, 단감 모두... 싫어하더라고요~ 두리안 식감이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두리안이 크림같이 부드러운 맛이 있어서 좋아하지만 그런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딱히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정말이지 두리안을 너무 좋아합니다. 먹을수록 맛있는 이 두리안을 어찌 안 먹을 수가 있을까요? 처음 몇 번은 찾아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먹다 보니 두리안 철이 되면 너무 먹고 싶어 집니다.
두리안은 그 달콤함이 정말 완벽합니다. 망고의 달콤함도 참 좋지만, 망고스틴의 달콤함도 말할 것 없지만. 두리안의 달콤함은 엄청난 부드러움이 함께하기에 더 완벽합니다. 그래서 과일의 왕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거겠죠? 딱딱한 껍데기를 벗겨내면 그 무엇보다 부드러운 과육이 있고 또 그 안에는 작은 씨앗이 있습니다. 가끔 씨앗이 큰 애들이 있는데.. 조금 비싸도 씨앗이 작은 두리안을 찾아서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씨가 크면 그 부드러움을 느끼기 어렵거든요~
두리안[durian]은 인도네시아어입니다. 두리[duri]는 '가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안[an]은 '명사화 접사'입니다. 두리안의 껍질을 보면 왜 두리안인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비슷한 말로는 람부탄[rambutan]이 있습니다. 람붓[rambut]은 '머리카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안[an]은 '명사화 접사'입니다. 람부탄 역시 머리카락처럼 껍데기에 있는 걸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됩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태국이나 필리핀 두리안이 더 유명하지만, 두리안이 인도네시아어인걸 보면 말 다했지요. 하하. 인도네시아의 두리안철은 12월부터 시작됩니다. 한국 겨울에 이곳은 과일의 왕이 오는 거죠. 그래서 12월쯤 되면 길거리에도 두리안 파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두리안 전문점들은 특수를 노려 판매를 시작합니다. 두리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장 맛있는 철인 지금 이 시기에 두리안을 먹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두리안은 꽤 비쌉니다. 인도네시아 서민층이 편히 먹을 수 있는 가격은 아니에요. 그래서 두리안 나무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렇게 커다란 두리안이 달리는 나무라면 부자가 확실합니다. 제 주변에 꽤 부자 친구가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족 중에 메단에 두리안 농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농장을 해서 부자가 된 건지 부자여서 농장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리안 나무를 가지고 있으면 부자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가 봅니다.
올 해도 두리안 철이 되어서 남편을 끌고 두리안 가게에 갔습니다. 두리안들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더라고요. 사실 두리안을 잘 먹지만 잘 아는 편은 아닙니다. 이전에는 메단 두리안을 맛있게 먹어본 적이 있어서 메단 두리안이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메단 두리안이 정말 맛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간 가게에는 모두 발리에서 온 두리안이라고 하더라고요. 발리에서 온 몬통 두리안. 2kg짜리 3만 원 정도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샀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50% 할인이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두리안철에 두리안을 먹나 봅니다. 만오천 원 정도에 배가 터질 만큼 먹고 나니 만족감은 배가 되고, 집에 돌아오니 또 먹고 싶어 집니다.
올해 두리안의 계절에는 남편을 꼬셔서 두리안을 몇 번 더 먹으러 가봐야겠습니다. 먹을수록 먹고 싶어 지니 큰일입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