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와 나시고랭
저희 엄마는 누룽지를 좋아하셨어요. 가끔 밥이 많이 남으면 프라이팬에 밥을 얇게 펴서 누룽지를 만들어 주곤 하셨습니다. 오독오독 가족들이 모여 누룽지를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이미 우리 세대에는 전기밥솥이 있어 자연스럽게 누룽지가 만들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지요. 옛날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정 이야기지요^^ 하하 그래서 제 기억 속 누룽지는 프라이팬에 구워진 약간은 두꺼운 누룽지였습니다^^ 그래도 탄수화물을 구우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가끔 매운 음식을 요리했던 프라이팬을 씻어 누룽지를 만들어주시면 매콤한 누룽지가 되어 깔깔거리며 웃었던 기억도 있네요^^
배운 대로 한다고.. 인도네시아에 온 이후로도 저는 계속해서 프라이팬에 밥을 구웠습니다. 밥은 늘 남아있기에, 먹기도 애매하고 버리기도 애매한 양이면 프라이팬에 누룽지를 구웠습니다. 다행히도 딸내미가 누룽지를 너무 좋아해서 아침마다 물만 부어 주면 그 많던 누룽지를 다 해치웠습니다^^ 김치하나에 누룽지 한 그릇을 뚝딱하는 딸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하하^^
인도네시아에 와서 처음 먹은 음식이 나시고랭이었습니다. 나시고랭이 인도네시아 음식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죠^^ 나시고랭의 nasi(나시)는 ‘쌀밥’을 뜻하고 goreng(고랭)은 ‘튀기다’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한국말로 하면 볶음밥이죠^^ 흰쌀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는 나시고랭이 그렇게도 맛있었습니다. 짭조름하게 양념이 되어있으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나 인도네시아에서는 매운 고추를 넣어 알싸함까지 더해주니 한 그릇 뚝딱 해내는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
나시고랭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제일 유명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나시고랭이 인도네시아를 대표한다고 하면 의아해합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나시고랭은 그저 저녁에 남은 밥을 해결하는 아침식사일 뿐이죠^^
인도네시아의 매직쿠커(전기밥솥)는 밥을 만드는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밥을 보관하는
용도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녁에 남은 밥은 볶아서 두거나 아침까지 놔둔 찬밥을 볶아 간단한 아침으로 먹습니다. 요즘은 야채와 고기가 들어간 고급진 나시고랭이 대부분이지만, 보통 가정식으로는 달콤 간장소스와 고추맛을 가미해서 그저 맛깔난 양념된 밥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찰기가 없는 인도네시아 쌀밥에 양념을 더하면 마치 고기 먹고 난 뒤 약간 눌어붙어 고슬고슬한 볶음밥처럼 적당히 고소한 맛이 납니다.
그런 걸 보면 어느 나라나 남은 밥이 골칫덩어리인가 봅니다. 하하^^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 사는 엄마들의 어쩔 수 없는 고민이죠^^ 남은 음식을 남은 음식 같지 않게 맛있는 새 요리로 만들어 내는 방법!!
오늘 남은 밥은 뭘 해 먹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