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랑 오렌지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 중에 하나가 열대과일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달콤한 망고가 1kg (망고 2-3개 정도)에 2천 원~4천 원 정도밖에 안 하니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저희 딸은 6월쯤부터 시작되는 망고철을 눈 빠져라 기다리고 있지요. 수박은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지만 망고가 안 나올 때 더 맛있습니다^^ 한국처럼 10kg짜리 큰 수박은 잘 없지만 4kg 정도 되는 수박이 5천 원 정도밖에 안 하니 냉장고에는 배고픈 아이들을 항시 대기 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선 손도 못 대는 망고스틴도 1kg에 2-3천 원 정도. 달콤하니 너무 맛있지만 자꾸 먹다 보니 껍질이 절반이라 왠지 먹은 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비밀이에요. ㅋㅋ 이뿐만 아니라 용과는 1kg에 500원~1000원밖에 안 하고 아보카도도 비슷한 가격입니다. 특히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는 두리안은 다른 과일들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두리안철이 되면 손쉽게 좋은 품질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이렇게 과일의 나라에 살다 보니 간식으로 웬만하면 과일을 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사람은 한국 과일이 좋은가 봅니다. 그 맛있는 과일을 두고 사과와 배가 먹고 싶어지고 참외와 감이 그리운 건 향수병 같은 걸까요?
어릴 때 가을이 되면 감을 박스 째 구입하고 사과와 배가 넘쳐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과일이라는 건 그렇게 박스로 사는 줄로만 알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엄청나게 먹어치우는 저희 삼 남매를 위해 늘 과일로 창고를 채우셨어요. 다른 집들도 다들 그런 줄 알았는데... 집들마다 다르더군요^^;; 게다가 인도네시아에 와보니 또 다릅니다. 인도네시아처럼 1년 내내 과일들이 줄지어 나오는 나라에서는 그렇게 박스로 사다 쟁여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때그때 신선한 과일들을 먹는 게 더 좋지요. 특히나 인도네시아의 과일들은 무른 편이어서 금방 상하기 마련입니다. 열대과일이기 때문에 차가운 냉장고에서 보관하는 것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네, 그렇습니다. 한국의 과일들은 좀 단단한 편이지요. 사계절의 나라에서 나는 과일들은 좀 단단한 편입니다. 귤이나 딸기를 제외하고 보통 가을에 수확하는 과일들은 대부분 더 단단하고 당도가 높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그렇게 물컹물컹한 과일들을 먹다 보면 단단한 사과와 배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비자 때문에 한국에 잠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딸이 있으니 엄마는 저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십니다. 오늘만 해도 마트를 두 군데 들렸는데... 가는 곳바다 오렌지박스와 망고박스가 쌓여있습니다. 과일값이 너무 비싸니 수입과일들을 대거 풀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이 그 첫날인가 봅니다.
지난 1월에 아이들과 함께 왔을 때는 한국딸기에 로망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2만 원짜리 박스를 집어 들었었습니다. 정말 한국 물가에 혀를 내둘렀었죠. 작은 박스 하나에 2만 원이라니... 인도네시아에 와서 비싸게 느껴지는 건지, 다들 비싸다고 느끼는 건지.. 딸기 하나에 천 원이다... 생각하며 먹었네요ㅋㅋ 그래도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면 먹을 수 없는 과일이니 눈물을 머금고 샀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하며 먹으니 아깝지는 않았죠^^
그런데 오늘은 딸기, 배, 사과가 아닌 오렌지와 망고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오렌지와 망고에 로망을 가지고 계신 어머니는 오렌지 7개의 만원, 망고 4개에 만원이면 저렴한 편이라고 너무 좋아하십니다. 제가 보기에도 꽤 좋은 퀄리티의 과일들이 수입된 거 같았습니다. 망고 하나에 2500원... 인도네시아에 가면 1kg에 2500원 정도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과일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배가... 배가...... 2개에 19980원입니다... 헉.....
한 개에 만원이군요;; 어머나... 이래서 수입규제를 풀었나 봐요.
바다 건너온 과일들 가격이 더 싸다니.. 어릴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있네요. 한국이 그만큼 경제 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먹거리 수입률이 높아지면 위험하다고 하셨던 고등학교 때 사회선생님의 말씀도 생각나네요. 어쨌거나 딸기도 2만 원, 배도 2만 원.. 과일 한번 먹으려면 2만 원이 기본입니다.
그렇게 과일코너를 돌아다니니 열대과일들이 많이 보입니다. 한국 과일들이 워낙에 비싸니, 운송비, 세금을 다 합친 외국 과일이 더 저렴한 거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집 앞마당에 달려있는 바나나들인데.. 하하^^ 이렇게 판매되고 있으니 반갑네요.
용과나 아보카도도 저희 집 동네를 거닐면 발에 치이는 과일입니다^^;; 1kg에 천 원 정도밖에 안 하는 흔하디 흔한 과일이지만 망고만큼 당도가 높지 않으니 잘 안 먹어지더라고요. 가끔 저 혼자 천 원어치 사 와서 먹기는 하는데.. 역시 맛있는 건 망고입니다^^;; 규제를 푼거중에 망고가 있는 이유도 그때문일겁니다. 열대과일 다 맛있지만 한국인 입맛에 잘 맞고 보관도 편리하고 당도도 높아 맛있는건 망고입니다.
결국 한국에 와서도 망고를 먹게 되네요. 사실 저는 안 먹었습니다. 하하 저야 인도네시아 가서 실컷 먹으면 되기에 굳이 여기에서 먹을 필요가 없지요. 제가 먹을 거 하나라도 부모님이 드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저에겐 너무 흔한, 부모님에겐 너무 귀한 과일이기에..^^ 그렇지만 하나에 만원 하는 한국과일도 먹을 수는 없겠네요. 하하. 엄마가 해주시는 밥이 제일이니, 열심히 엄마밥 먹고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