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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인도네시아 Mar 17. 2024

의사가 간을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토끼의 간을 노렸나.

#. 간을 드세요.

인도네시아에 오고 푹푹 쓰러지던 어느 날이었어요. 원래도 저혈압 빈혈이랑 친구하고 있었지만 어느 날부턴가 속도 매스껍고 일어나기도 힘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안될 거 같아 병원을 찾아갔는데 철분수치도 낮고 해모글로빈이 어쩌고저쩌고 하네요. 특별히 안 좋은 건 없대요. 다행이었죠. 그래서 약 좀 달라하니 알겠다고 하면서 약은 약대로 먹고 ‘하띠’를 먹으라고 했습니다.


‘Hati'는 heart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dengan senang hati.‘라고 하면 ’ 기쁜 마음으로‘라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이 ’hati 하띠‘가 신체로 오게 되면 ’ 간’을 가리킵니다. 인니어를 처음 공부할 때 dengan senang hati는 즐거운 간이 되는 거냐고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덕분에 저절로 외워버린 것은 비밀ㅋㅋ


아무튼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어이가 없어서 도대체 ‘간’을 어디서 구하냐니까 시장에 가면 있답니다. 어머나. 마트 가면 파니까 사서 그냥 익혀먹으라네요. 어머나. 그 이후에 마트에 갈 때마다 간을 만나면 그 일화가 떠오릅니다. 한국에선 간을 파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적잖이 당황했었죠.


#1. 한국의 간요리

한국에선 안 파는데.. 생각해 보니 한 가지 음식이 생각납니다. 바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순대였어요. 인도네시아에 와서 한국의 순대맛을 찾을 수 없어 너무 아쉽고 늘 그리운 음식입니다~ 그중에서도 그 퍽퍽한 간을 저는 좋아했어요. 남편이 안 좋아해서 다 제 거였거든요 ㅋㅋ약간의 비릿한 그 맛이 늘 좋았었습니다.

순대는 집에서 한 번도 해 먹어 본 적 없는 요리예요. 냉동이나 냉장보관되어 있는 요리된 순대를 사다 따뜻하게 데워먹은 적은 있었지만 직접 원재료를 사본적은 없었죠. 늘 포장마차에서 찜기에 올려있던 것만 보았었기에 ‘간’을 어떻게 구하는지 어떻게 요리하는지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 실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도 않았었어요.

그런데 인도네시아에 와서 ‘간’을 먹기 시작하면서 그 실체(?)를 생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2. 인도네시아의 간요리

인도네시아에서도 간을 먹습니다. 한국보다 흔한 요리입니다. 한국은 ‘순대’ 정도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물 요리에도 자주 들어가고, 꼬치로 팔기도 하고, 마트에서 팔기도 합니다. 가격대가 저렴해서 서민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닭간꼬치와 메추리알 꼬치 2-300원정도씩?


인도네시아에는 한국과 다르게 ‘닭간’과 ‘소간’을 먹습니다. 무슬림이 80%가 넘는 나라여서 돼지 간의 유통은 철저하게 제한됩니다.

하지만 마트에 가면 새빨간 닭간과 소간을 진열해 놓고 팝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파는 곳이니까 놀라면 안 되지만 아직 낯설긴 하네요~ 매번 갈 때마다 놓여있는 걸 보면 수요가 있기에 공급도 있는 거겠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의사 선생님도 마트에서 간을 사다 먹으라고 했으니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단백질+철분 덩어리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이 이야기의 시작은 길거리에 붙여있던 대형마트 전단지였습니다. 하하^^

세일한다고 붙어있는 4개의 물건 중에 ‘소 간’이 있네요~ 100g에 500원쯤 하니, 1kg을 사도 5000원. 서민들에게도 괜찮은 금액이라고 생각됩니다.



문득 토끼의 간을 노렸던 용왕님이 생각나네요. 용왕님도 철분이 부족한 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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