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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인도네시아 Jun 03. 2024

가난한 대학생들을 위한 '500원짜리' 국수

인도네시아식 닭국수

1.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이 족자카르타로 오는 이유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에 하나이다. 도시마다 최저임금이 다 다른데, 족자카르타는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수준은 가장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 내에 1000여 개의 대학들이 밀집해 있다. 높은 건물이 보이면 그냥 다 대학교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좋은 대학 중에 하나인 '가자마다대학교'가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새 학기마다 새로운 지역의 학생들이 오고 또 떠나기도 한다.

왜 수도인 자카르타로 가지 않지? 한국은 인서울이 중요하다 보니 서울로 서울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조금 다르다. 족자카르타에 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생활비가 많이 드는 자카르타보다는 물가가 저렴한 족자카르타를 선택한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시켜 주는 것도 감사한데 부모님께 차마 생활비까지 부담을 드릴 수 없으니 족자카르타로 오는 것이다. 학교도 좋고 물가도 저렴하니, 가난한 대학생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2. 인도네시아의 '닭고기 국수 mie ayam'


인도네시아가 자랑하는 몇몇 개의 면요리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미아얌-닭고기 국수이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인구가 8-90%에 달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 '닭고기'는 엄청 중요한 식재료이다. 그런 닭고기를 통째로 넣으면 비싸니까 살만 발라내서 양념해 국수랑 먹는 것이 미아얌이다. 한국의 면요리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약간은 불은듯한 면에 달콤 짭짤하게 양념된 닭고기 고명을 얹어 비벼 먹으면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탄수화물인 면과 단백질인 닭고기 고명 그리고 약간의 채소를 얹어주니 영양가도 충분히 들어 있다. 그렇다 보니 미 아얌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서민들이 영양가 있는 한 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아주 간편한 요리가 된다. 특히 손이 많이 가지 않고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어 서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3. 인도네시아의 500원짜리 국수


대학교 근처에 가면 저렴한 맛집이 많다는 건 어느 나라나 동일하다. 덕분에 족자카르타에 사는 우리는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다.  5000루피아짜리 국수를 판다고 쓰여있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편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5000루피아.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500원도 안 되는 돈이다. 인도네시아 물가가 저렴하다고 그 정도는 아니다.  족자카르타 물가가 정말 정말 저렴해서 천 원에서 이천 원짜리 음식들이 있을 뿐이다. 자카르타에서는 어림도 없다. 한국인들이 많은 지역에서 살 때는 한국 물가와 크게 다른 것을 못 느꼈었다. 그런데 국수 한 그릇에 500원이라니...  말도 안 된다.

생각보다 메뉴가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인 미아얌이 5000루피아다. 그리고 다른 메뉴들은 천 원대 정도. 아무래도 이 메뉴는 가난한 대학생들을 위해 주인장이 마음 먹고 만들어놓은 메뉴 같다. 면도 양이 많고 고명도 푸짐하다. 혼자 족자카르타까지 유학 나와 공부하는 인도네시아 대학생 친구들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될 것이다.

500원-1000원짜리 만두도 하나 시켜먹으면 참 맛있다.


이렇게 가난한 대학생시절에 배고픈 배를 채우며 먹던 음식이 시간이 지나면 가장 그립기 마련이다. 나에게는 뭐였을까? 천 원짜리 김밥 한 줄. 혹은 작은 컵라면 한 그릇과 조금 여유가 있으면 먹었던 삼각김밥. 그 정도일까? 그 맛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는 이 500원짜리 닭국수 한 그릇이 가난한 대학생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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