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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인도네시아 Nov 22. 2023

건강검진을 예약하면 밥을 준다

인도네시아에서 건강검진을 한다는 건.

#1. 건강검진


외국에 살다 보면 한국기관에서 건강검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비자 때문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에 우리 역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하여 급히 병원을 방문했다.

족자카르타에서 가장 좋은 국립 병원, 사르지토 병원. 병원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건강검진센터가 어딘지 몰라 한참을 찾아 헤맨 끝에 물어물어 도착한 곳은 VVIP 건물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꽤 많은 돈을 내가며 건강검진을 받기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VIP들을 위한 장소로 만들었나 보다.

한국에서는 10만 원 정도 하는 기본 건강검진을 받으면 된다고 안내받아서, 같은 항목으로 견적을 내보니... 무려 40만 원이 나왔다... 둘이 해야 하니 80만 원.................................... 이건 아니지..

아무리 해도 그건 안될 것 같아서 병원 기준 베이식 건강검진을 물어보니, 10만 원짜리가 있다고 한다. 훨씬 더 간소화된 검진이지만, 가격에 맞춰해야지..피검사와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X-ray 등등으로  기본검사를 진행했다. 나중에 퇴짜 맞으면 추가 검사를 하더라도... 40만 원짜리는 너무 무리야...


#2. 인건비와 기계


인도네시아에서 느끼는 건, 인건비는 저렴하고 기계는 비싸다는 것이다. 사람의 노동이 좀 더 저렴하기 때문에 사람이 만드는 것, 사람이 하는 일들을 상상이하의 가격으로 단가를 맞출 수 있다. 하지만 기계를 개발할 수 없고, 기계를 개발하거나 수입하면 발생하는 비용 등이 높기 때문에 기술력이 들어간 경우 단가가 상상이상으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서 의사를 만나는 비용은 저렴하지만, 기계를 사용해서 검사하는 비용은 높아진다. 핸드메이드 제품은 저렴하지만 기계로 찍어내야 하는 제품은 비싸진다. 장인의 솜씨가 들어간 자티 가구는 저렴하지만 공장에서 기계를 사용해 찍어낸 MDF 가구들은 비싸다.

같은 맥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하나를 사면 저렴하고 마트에서 다량으로 구매하면 비싸다. 그리고 온라인쇼핑으로 하나를 주문하면 배송비가 저렴하지만 10개를 주문하면 배송비가 비싸진다. 아무래도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간단히 하나를 보내는 건 저렴하지만, 10개를 주문해서 부피가 커지면 오토바이로 배송할 수 없어지니, 차량에 대한 비용이 붙어서 훨씬 비싸지는 것 같다.


아무튼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한다는 것은 기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단가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적당히 맞춰서 진행했다.



#. 건강검진을 하면 밥을 준다


건강검진을 하러 간 날, 금식을 하고 오라고 해서 8시간 정도 공복상태로 갔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전담 간호사 한분이 우리를 안내해 주신다. (와... 기본 건강검진을 하는데 전담간호사가 있다니..!!) 그리고 간호사님을 따라간 곳에는 밥이 있다. 잉?? 밥이 왜 있지? 한국 촌나라에서 온 우리는 건강검진을 신청하면 밥이 나온다는 사실에 너무 깜짝 놀랐다. 너무나 정성스럽게 준비되어 있는 밥을 보며 우리가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피검사 후에 먹어도 된다고.... 와우^^


정말 정갈하게 밥, 국, 달걀, 야채, 그리고 과일까지. 병원식이다. 인도네시아 음식이 한국음식과 비슷하긴 하지만 병원식을 보니 똑같다. 똑같아. 산모에게 빵조각하고 커피 한잔을 주던 캐나다하고는 다르다.ㅋㅋ 역시 인도네시아도 밥심으로 산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밥이니 믿고 먹을 수 있다.

덕분에 안 먹던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서 나머지 검사들을 마칠 수 있었다.


40만 원짜리 건강검진 견적을 부탁해 놓고 10만 원짜리 베이식 검사를 해서 미안한 맘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렇게 극진히 대접해 주시니 너무너무 감사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시려고 하는 인도네시아 간호사선생님들과 의사 선생님들의 친절함은 또한 최고!! 밥 먹으러 병원 간 건 아닌데... 건강검진보다는 밥이 더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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