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쩌다 인도네시아 Dec 05. 2023

네덜란드가 만든 설탕의 도시, 족자카르타.

족자카르타가 설탕에 빠진 이유

#1. 인도네시아의 설탕


인도네시아에 와서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설탕의 종류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백색 가루의 설탕만을 설탕으로 알고 살아왔던 나에게 설탕도 종류가 많다는 것은 문화충격이었다. 코코넛나무에서 채취한 굴라자와, 코코넛 설탕, 아렌 나무에서 채취한 아렌설탕(흑설탕), 사탕수수에서 채취한 설탕도 있다. 동글동글 딱딱하게 생긴 이 설탕을 찧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음에는 설탕이나 시럽을 많이 사용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을 보면서 너무 깜짝 놀랐었는데, 더운 나라에서 지내다 보니 당분섭취가 필수인 경우가 많다. 특히 외부활동이 많은 날이면 당분은 꼭 필요하다.

사탕수수로 얻는 설탕
아렌설탕과 자바설탕。 비슷하지만 원재료가 모두 다르다。


#2. 족자카르타 음식은 달다.


족자카르타의 지역 대표 음식은 '구득'이라는 음식이다. 색이 조금은 예쁘지 않아서 선뜻 맛보기는 어렵지만, 족자카르타에 왔다면 그래도 한 번쯤 먹어볼 만한 음식이다.

왼쪽이 구득, 오른쪽이 주 재료인 잭프룻

구득의 재료는 고기도 야채도 아닌, 잭프룻이라는 과일이다. 잭프룻은 10kg짜리 수박보다도 훨씬 큰데, 족자카르타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자주 만날 수 있다. 처음엔 과일을 어떻게 밥하고 같이 먹지? 싶었는데, 과일의 왕국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생각보다 과일을 반찬으로 많이 활용한다. 구득은 노랗게 잘 익은 잭프룻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아직 덜 익은 어린 잭프룻을 사용한다.  이 잭프룻을 각종 향신료와 설탕을 함께 하루정도 푹 익히면 구득이 된다.

구득을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아주 달기 때문이다. 구득을 만들 때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설탕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백색의 설탕이 아닌, 코코넛 나무에서 채취한 자바설탕을 사용한다. 구득 옆에는 보통 따후바즘이라고 하는 설탕에 절인 두부도 같이 주는데, 내 입맛엔 안 맞지만... 뭐... 족자의 전통음식이니 그런가 보다 하고 먹긴 한다..^^;;


족자카르타는 1000여 개의 대학이 있는 교육의 도시이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학생들이 유입되었다가 방학이 되면 빠진다. 다른 지역에서 유학 온 친구들에게 제일 힘든 게 뭐냐고 물어보면 바로 '음식'이라고 한다. 족자카르타 음식은 너무 달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맛의 특색이 있는데, 짜거나 매운맛을 좋아하는 지역에서 온 친구들은 족자카르타의 단맛에 깜짝 놀라곤 한다.

단맛은 어디에서 나올까? 각종 야채나 과일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이곳은 설탕을 자주 사용한다. 삼발을 만들 때도 설탕을 사용하고, 요리를 할 때도 설탕을 많이 넣는 편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백색의 가루 설탕이 아닌, 이곳 자바에서 나는 설탕을 주로 사용한다.


#3. 설탕공장


우연히 족자카르타 근처에는 설탕공장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덜란드 지배시대에 네덜란드인들은 이곳에 설탕을 심어 유럽으로 옮겼다. 1년 내내 더운 이 땅은 사탕수수를 1년 내내 수확할 수 있는 축복의 땅이었다. 그것이 축복이었을까 아픔이었을까 잘은 모르겠다. 처음부터 이곳에 사탕수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네덜란드사람들은 본국에서 돈이 되는 사탕수수를 심은 것이다. 그리고 그 땅을 점점 늘려나가 족자카르타와 솔로 근처를 사탕수수밭으로 만들었다.

아마도 그래서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를 포기하기 힘들었던 게 아닐까. 아직까지도 이 근처에는 사탕수수밭이 많고, 공장들도 아직 존재한다. 그리고 네덜란드 시대에 있던 공장은 보통 박물관으로 바뀌어 있다.


#. 네덜란드가 만든 설탕의 도시, 족자카르타


인도네시아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족자카르타 음식을 달게 만든 건 네덜란드사람들 때문이야. 여기에 설탕밭을 만들어버려서 족자사람들이 설탕맛에 너무 길들여져 버린 거지."

어쩌면 억지스러운 이 말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이상하리만큼 달달한 족자카르타 음식을 보면 딱히 틀리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물론 나도 점점 그 맛에 이미 길들여졌는지 달달한 구득과 설탕에 절인 두부마저 가끔 먹고 싶어 진다.

작가의 이전글 건강검진을 예약하면 밥을 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