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진수 변호사 Aug 16. 2022

변호사용품#06 통화용 블루투스

우주인이 쓰는 블루투스



변호사 휴대폰은 바쁘다.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거인들같다. 다급한 의뢰인들도 있고 불안한 의뢰인도 있다. 여러 의뢰인, 상대방 변호사님, 담당 수사관님께 불쑥불쑥 전화가 온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새벽까지, 주말, 공휴일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늘 휴대폰 알림은 진동으로 해둔다. 벨소리로 설정해두면 노이로제에 걸려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변호사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같다. 진행 중인 사건의 중요 정보거나 사건 수임으로 이어지는 유용한 전화일 수도 있고, 단순히 불안한 마음에 심리상담을 원하거나 체리피커 의뢰인이 공짜정보만 빼먹으려는 무용한 전화일 수도 있다. 그래서 변호사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유용하면서도 무용한 전화다.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어떤 전화인지 알 방법이 없다.




변호사들은 대체로 악역이다. 돈만 쫓아다니면서 권모술수에 능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실제 변호사를 보면 '변호사도 못할 짓이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상에서 만나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전화통화를 마치면 전화가 오거나 걸고, 전화통화를 마치면 전화가 온다. 존경하는 변호사님 페북글에서 봤는데, 이런 모습을 본 택시 기사님께서 자긴 시켜줘도 못하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변호사의 휴대폰만큼 변호사의 손도 바쁘다. 전화통화 내용을 수첩이든 핸드폰에든 어디든 메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전화기를 쥐고 있다면 나머지 손으로 메모를 하는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휴대폰에 대고 있는 뺨은 뜨겁고 땀이 줄줄 난다. 어깨와 뺨 사이 낀 휴대폰때문에 담이 온다. 그러다 휴대폰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대참사가 일어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화통화용 블루투스다.


전화통화용 블루투스를 사용하면, 휴대폰에서 자유로워진다.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핸드폰은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둘 수 있다. 보행시 시야가 넓어져서 안전해진다.


지금은 무선 이어폰이 대세여서 길거리를 보더라도 유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런데 무선 이어폰은 착용하지 않고 있다가 재빨리 착용하는 것이 어렵다. 무선 이어폰은 케이스 안에 각 유닛이 담겨있는 형태다. 케이스를 찾아 뚜껑을 열고, 유닛 2개를 꺼내 양 귀에 꽂아야 한다. 전화가 울리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하기 만만치 않은 미션이다. 전화가 끊어지면 어쩌나 불안감이 들고, 그럴때마다 터치식 버튼은 잘못 눌린다. 외부의 소리도 함께 들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불편함도 있다. 그래서 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직역에서는 여전히 전화통화용 블루투스가 애용된다.



플랜트로닉스 보이저 3240


고심 끝에 선택한 제품은 [플랜트로닉스 보이저 3240] 모델이다. 2020년 8월에 구매했다. 2년 가까이 고장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구매후 주저없이 추천할 수 있는 제품 중 한개다. 다만 지금 [보이저 3240] 모델은 단종되어 병행수입으로 밖에 구매할 수 없고, 개량품인 [보이저 엣지]가 출시됐는데 이 모델도 아직 우리나라 공식사이트에 출시 전인 것같다.


플랜트로닉스 보이저 3240




나무위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 본사를 둔 미국의 음향기기 제조회사. 1961년, 유나이티드 항공의 파일럿이었던 Courtney Graham과 Keith Larkin이 당시 파일럿들이 사용하던 무겁고 불편한 교신용 헤드셋을 대체할 경량화된 헤드셋을 개발하면서 창립된 회사이다. 현재도 이어폰, 헤드셋 등의 음향기기 제조회사로 자리잡고 있다. 2018년 폴리콤(Polycom)을 20억 달러에 인수합병하였으며 합병 이후 플랜트로닉스와 폴리콤을 합쳐 하나된 폴리(Poly)라는 통합된 명칭을 내세우고 있다. 합병 이후에도 두 회사의 제품은 여전히 기존의 브랜드네임으로 출시되고 있다."고 한다.


플랜트로닉스는 좀 재미있는 회사다. 또다시 나무위키에 따르면, "1961년 7월 21일, 머큐리 계획의 일환으로 NASA가 발사한 리버티벨 7호(머큐리 레드스톤 4)가 우주비행사 거스 그리섬(Gus Grissom)을 태운 채 15분간의 탄도비행을 마치고 바다에 착수했으나 비상분리장치 오작동으로 해치가 분리되어 캡슐이 바다로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리버티벨 7호의 전자기기들은 단선되어 라디오를 포함한 모든 통신장비가 작동되지 않았고 그리섬은 익사위기에서 구조대가 올때까지 교신불가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사건 이후 NASA는 통신장비의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ITT 켈로그 전자(ITT Kellogg electronics)와 계약해 우주비행복 내부에 장착가능하며 캡슐의 전력상실 상황에서도 작동가능한, 작고 경량화된 휴대용 무선 송수신기(Portable radio transceiver)의 개발에 착수한다. 이 소식은 플랜트로닉스의 영업 부사장 Steve spragen의 귀에도 들어가고 Spragen은 자신들이 개발한 MS50 헤드셋을 Kellogg의 전담부서에 제공한다. Kellogg는 제품검토 후 NASA의 응급라디오솔루션에 MS50을 포함시켰고 이로써 NASA의 응급 무선통신장비에 플랜트로닉스가 참여하게 된다."라고 한다.


우주인이 쓰는 블루투스라니 멋지지 않은가. 실제로 플랜트로닉스는 NASA와 협업 이후 굉장한 인지도를 쌓았다. 우주인이 쓰는 제품이라 그런지 몰라도, 들리는 음성도 또렷하게 잘 들리고, 내 말도 잘 전달된다. 구라철 유튜브 방송에 목소리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 블루투스를 사용했다. 나중에 방송으로 확인하니 꽤 괜찮은 음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화통화용 블루투스 외에 무선 이어폰을 쓴다. 갤럭시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어서 버즈 제품을 쓴다. 처음에는 구입시 가장 최신 제품이었던 [프로 2] 모델을 구매했다. 귓구멍이 작아 애를 먹었다. 인턴 변호사님 추천을 받아 이어팁을 따로 구매해서 사용해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소비자들 중에는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으신 분이 많았고, 외이도염 발현이 이슈가 됐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래서 [프로 2]는 환불받고, 통증이 없고  안쪽에 걸쳐 쓰는 [라이브] 모델을 구매했다.


갤럭시 버즈 라이브


가지고 있던 전화통화용 블루트스는 20년도에 구매했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기술도 많이 발전했을 것이기 때문에 버즈를 사면 블루투스를 사용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블루투스가 주는 편리함, 가령 한 손으로 쉽게 빼서 귀에 꽂고 뺀다든지, 한쪽 귀로 통화하면서 다른 귀로 멀티 사무를 본다든지 하는 측면때문에 오히려 버즈 라이브를 잘 사용하지 않게 됐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인 취향 차이가 있으니까 전화통화용 블루투스가 무선 이어폰보다 낫다고 잘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무선 이어폰으로 대체될 수 없는 용도가 분명히 존재한다. 만약 독자분이 시도 때도 없는 전화를 받아야 하는 직군에 계신다면 플랜트로닉스 블루투스 제품을 권하고 싶다.



장점

1. 한쪽 귀만 사용하니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

2. 평소 착용하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전화를 받고 끊을 때 편리하다.

3. 케이스가 배터리라서 충전없이 오랜 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4. 전화통화 품질이 우수하다.


단점

1.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는 용도는 아니다.

2. 아저씨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 전화를 자주 쓰는 직업이 아니라면, 무선 이어폰 외 굳이 구매할 이유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변호사용품#05 반디 사무용 골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