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8 발매
발매형태 정규
앨범명 Real Love
타이틀곡명 Real Love
아티스트명 오마이걸 (OH MY GIRL)
발매일 2022.03.28
장르 댄스, 발라드
발매사 Sony Music
기획사 WM엔터테인먼트
1. Real Love
2. Drip
3. Eden
4. Replay
5. Parachute
6. Kiss & Fix
7. Blink
8. Dear Rose
9. 항해
10. Real Love (instrumental)
*
오마이걸의 흥행에 대해 흔히들 '느리지만 단단한(내밀한) 성장'이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하지만, 이것을 조금 부정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중소 기획사가 가진 자본력의 한계라든지, 중요한 타이밍에 저지른 실수가 빠른 성장을 할 수 없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단 의미로도 보일 수 있다. 특히 후자 같은 사례들이 오마이걸에게는 많지는 않지만,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순간에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그 사례로는 소위 '킬링 파트'에 매몰되던 K-POP 유행 시기에 과도하게 힘을 주어 가사 전달력에 다소 실패한 [컬러링북(Coloring Book)], [비밀정원]과 [불꽃놀이 (Remember Me)]의 순서로 바로 이어져도 됐을 흐름에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듯이 끼어든 오마이걸 반하나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Real Love]를 안타깝게도 이 사례 목록에 추가할 수밖에 없다.
[Real Love]는 곡 자체로 보나, 발매 타이밍으로 보나 아쉬운 곡이다. 먼저 곡 스타일에 관해, 이렇게 나른하고 느긋한 스타일은 분명 지금 시류에서 긍정적으로 도드라질 수는 있다. 최근 K-POP 내에서 걸그룹이 발매하는 곡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이지리스닝에 대한 수요를 어느 정도 인식한 결과물로 보인다. 그러나 이지리스닝에도 전략은 필요하다. 이지리스닝이라고 해서 마냥 늘어지고 안일한 결과물을 내라는 것은 아닌 지라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이 곡은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훅이 시종일관 곡 내내 네 번이나 등장한다. 그나마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 대표적으로 미미가 잘 소화하고 있는 '낯선 과일 향기가 퍼져~ ', '웅성거린 소리는 모두~ '와 같은 파트들이다. 그러나 'real real love'만 주구장창 외쳐대는 브릿지 파트에서 또다시 실토를 내뱉게 한다.
의외로 이 곡의 구조를 보고 떠오른 곡이 소녀시대의 [Oh!]와 같이 도입부부터 훅을 등장시키는 스타일의 곡이다. [Oh!]의 경우에는 프리 코러스와 코러스를 적절한 타이밍에 배치하였고 비슷하게 들리는 점을 방지하기 위해 편곡에서 세심한 차이를 두었다. 거기에 빠른 속도감으로 쉴 새 없이 탄력감을 부여하고 나서 비어 보이는 부분에는 퍼포먼스로 야무지게 채우는 전략까지 취했다. 그렇게 전략을 취했어야 하는 곡이 이 곡이다. 이 곡에는 프리 코러스도, 적당한 속도감도, 퍼포먼스적인 세심함도 모두 실종된 트랙이다. 게다가 그것을 가수마다 중요한 정규앨범이라는 타이밍의 타이틀로 내거는 WM의 저의가 궁금해진다. 차라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프로모션 트랙으로 제작했던 [Shark]와 교체를 하고 싶을 정도. 그렇다고 앨범 내 다른 수록곡과 위치를 교체하자니, 일종의 타이틀감을 수록곡이 소화해내기에는 어색한 구석이 있어 여러모로 충돌과 균열을 내재하고 있는 앨범이라고 볼 수 있겠다.
*
WM의 안일한 프로모션은 오마이걸의 데뷔 초기 디스코그래피에서 매 순간 (작사는 서지음 작사가의 가사 위주로 갔을지 몰라도.. 그나마 서지음 작사가는 일관적으로 칭찬받는 가사를 많이 써냈다.) 사운드만큼은 매번 다채로운 선택을 한 것과 대비되는 일처리를 보여주고 있어 더 아쉽다. <NONSTOP>(2020) 앨범부터 '라이언 전 작곡 - 서지음, 서정아 작사가' 라인이 고착화되가고 있음이 눈에 띈다.
싱어송라이터가 직접 만드는 거 아닌 이상 K-POP 작사라는 것이 멜로디 라인이 구축된 후에 따라붙는 작업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Real Love]라는 소재 자체를 분석해보아도, '진실된 사랑'이라는 소재에서 '수많은 형태의 사랑을 고려해보았고 그에 대한 판단을 보유하고 있음'이라는 전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것을 잘 구현해낸 [다섯 번째 계절 (SSFWL)] 같은 트랙처럼 드라마틱한 서사가 담긴 가사 및 멜로디 구성을 비교해봤을 때, 이번 가사 역시 아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
수록곡을 살펴보면 괜찮은 균형감을 이루고 있다. 먼저 무게감이 있는 [Drip]와 [Replay] 사이에 부드럽게 이어주고 있는 [Eden]에서 오마이걸의 소화력과 사운드의 다채로움 간 균형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Replay] 뒤에도 디스코를 기반으로 한 [Parachute] 같은 트랙으로 산뜻하게 해소시키는 전개 역시 괜찮다. 그리고 [Parachute]와 비슷한 결로 유쾌하게 풀어가는 [Blink]도 인상적이다. [Drip]와 [Replay]의 경우, 정규 1집에서의 [Vogue]나 [Checkmate] 같은 트랙들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데, 정규 1집에서 후반부에 배치되었던 것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 전면에 배치된 것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방향성을 짐작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
뒤로 갈수록 오마이걸이 잘하던 정서의 긍정적인 변주가 이루어진 트랙이 연이어 나온다. [Kiss & Fix]나 [Dear Rose]와 같은 트랙들에서는 몽환적인 감성과 발랄한 텐션을 적절히 섞던 기존의 오마이걸의 정서를 감지할 수 있다. [항해]로 마무리하는 감 역시 좋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수록곡의 배치가 전략적으로 강화-해소에 대한 감각을 기반으로 배치되었음은 인식되지만, 정서적 흐름까지 고려한 건 잘 모르겠는, 최선의 배치 같아 보이지는 않는 것 역시 흠으로 작용한다. 좀 더 나은 트랙 배치가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들게 만든다.
분명 건질 만한 트랙들은 있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면에서 단점만 모아놓은 듯한 인상을 보이고 있는 앨범. 좋은 재료로 포장을 잘 못한 느낌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멤버들을 적극적으로 등장시키던 과거의 앨범 아트와 다르게, 무심한 듯 나태한 앨범 케이스의 등장 역시 장기적인 인내심의 저하의 요인으로 보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