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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21. 2024

사진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인생 최대의 고민이 생겼다. 하고 싶은 게 생겼다는 건 나에게 정말 잘 오지 않는 생각과 고민인데 일단 하고 싶은 게 생겼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신기한 일이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없었다. 차, 아파트 등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해봤지만 결국 그것들을 사기 위한 노력을 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매번 타협을 하는 편이었다. 나는 저런 것들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니까 못 가지는 게 당연할 거야-라고 나 자신과 타협을 했고 그렇게 평생 살아오다 보니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게 당연해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의미 있고 소중하고 남들이 봤을 때 대단해 보이는 것들은 나처럼 사는 사람들한테 오면 안 되는 게 당연하고 오히려 더 열심히 살고 매일 최선을 다해서 사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매일 버티고 사네 죽네 하는 말을 하면서도 그런 것을 가지려는 마음 자체가 잘못됐다.


그런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이 생겼고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게 참 놀랍다. 물론 사네 마네 고민만 수천, 수만 번 하다가 결국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몇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이 생각들을 이번에는 꼭 좀 해보고 싶다는 지경까지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럴싸한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고 싶은데 카메라를 사는 것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돈이 들어가는 문제니까 그걸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그걸 돈이 되는 사업으로 키우던지 어떠한 방법이라도 찾아내야 한다.


이 마음이 든 이유는 지금 핸드폰에 가지고 있는 오래전 사진들을 봤다. 몇 년이나 지난 사진이지만 그런 사진들을 봤는데 내가 사진을 찍는 취향은 늘 한결같았구나-라는 생각을 들게끔 했다. 그러니까 2019년 일본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의 취향이 2024년의 지금 취향과 완벽히 일치하는 걸 보고 사진에 대한 의지가 조금씩 생겨나는 것만 같았다.


돈벌이로는 최악인 풍경사진을 찍고 싶은 게 궁극적인 내 목표가 되어버렸다. 차라리 인물 위주의 촬영이라도 하면 차라리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그쪽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돈을 벌어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과 의지가 많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돈이 안 되는 것만 알아보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저런 풍경 사진들을 찍으러 다닌다고 한들 그 사진을 누가 봐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 되겠고 그 사진을 구매를 한다거나 사는 사람은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본인이 촬영한 사진을 거래할 수도 있는 곳이 있다고는 하지만 내 사진을 구매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으며 그런 플랫폼을 이용하면 수수료도 떼갈 것이기에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하등 쓸모도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다.


모든 것을 털어서 카메라를 사려면 사겠지만 그렇게 해서 0부터 플러스가 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나는 하나씩 하나씩 차례대로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다음의 계획이 그려지질 않는다. 이 사진이란 것과 글 쓰는 행위를 엮어서 뭐라도 하고 싶은데 아직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않는다. 일단 저지르고 봐야 할까? 그리고 밥을 먹지 않고 굶고 살더라도 예술가 기질을 가지고 있으니 어떻게든 잘 풀릴까? 내가 카메라만 산다고 행복해질까? 유지보수비와 여행을 다니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몇 주째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피곤한데 거금을 들여서 카메라를 구매하고 나면 나는 과연 이런 고민을 안 하게 될까? 오히려 돈에 더 집착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많은 돈을 썼기 때문에 돈이 없다고 허리띠를 조르고 살 것 같기도 하고 지금보다도 더 예민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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