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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21. 2024

친누나는 결혼하는데 난?

분명 나에게 있어 친누나가 결혼한다는 것은 평생 종교를 믿어왔던 엄마의 일탈과 비슷한 수준의 충격이었다. 이 이야기는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심지어는 본인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엄마와의 이야기를 누나에게 먼저 연락을 한다는 것도 참 웃긴 일이라서 아무 말하지 않고 꾹 참고 있다. 사실 동생의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골칫거리(?)를 데리고 가서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아, 우리 엄마도 나를 바라볼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은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쓰이긴 하네. 끙


누나와 본격적인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일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20평 남짓한 방이 두 개인 집에서 세 명의 다 큰 성인이 사는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집을 지키면서 일을 다니려고 공부를 하던 엄마는 안방을 사용하고 집을 잘 들어오지 않는 나는 자연스레 거실에 있는 2인용 가죽소파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 그놈의 가죽소파는 내 키를 다 커버할 수 없을 정도로 짧아서 한동안은 발을 내놓고 자거나 바닥에 내려두고 자야만 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그러다가 누나가 사용하고 있던 라꾸라꾸 1인용 침대를 이용해서 베란다에서 창 하나 분리되어 있는 곳에서 겨우내 잠을 잤다. 그곳에서는 잠을 온전히 잘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아침이 되면 해가 가장 잘 들어오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가 뜨고 밝고 뜨거워지기 때문에 깊은 잠을 오랫동안 잘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후까지 잠을 자는 기염을 토하긴 했지만 그게 만족스러운 수면은 아니었다.


그리고 누나는 직장생활을 하고 한창 이사를 간 이후에는 코로나 때문에 그리고 회사 사정 때문에 자택근무를 계속해서 해오던 상황이라 독립적인 방이 필요했다. 사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를 간 날 당연하게도 나는 내 방이라고 생각하고 컴퓨터와 책상 세팅을 마치고 조명까지 완벽히 세팅을 해 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방을 포기하고 누나에게 내어주었다. 아마 곧 집을 나가 독립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독립을 하고 월세와 보증금을 지출하고 생활비, 핸드폰비, 교통비 등을 모두 감당하느라 정말 너무 힘들었다. 월급을 받고 지출해야 할 돈을 다 지출하고 나면 거진 1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생활을 했었어야 했지만 나는 그 상황에서도 50%는 최대한 저축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월말이 다가오고 월급 전까지 생활을 하다 50%로는 절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계속해서 돈을 찔끔찔끔 사용해 댔다.


그렇게 암흑기 같은 지옥을 보내고 난 뒤 얼마 전 누나가 남편 될 사람과 인사를 했고 이렇게 저렇게 계획을 듣고서 나에게 공유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 엄마와 통화를 나누었을 때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흠, 나에게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충격이었다. 이런 사람이 결혼을 하다니- 정도였을까? 물론 가족의 일원이었던 나의 입장에서는 분명 좋은 모습을 본 적이 없지만 이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해 주고 묵묵히 응원해 준다고 하니 엄마도 크게 손을 쓸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나에게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실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누구보다도 좋아하고 행복하셨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고 사랑하고 같이 미래를 꿈꾸고 싶다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분명 운명적인 일이고 축복해줘야 하는 일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누나의 결혼으로 내 상황이 매우 곤란하고 입지가 좁아졌다. 빨리 수습되지 않을 정도로 몸이 나빠지기를 기원해야겠다. 엄마에게 들은 누나의 남편 될 사람은 능력이 좋아서 내년이면 회사에서 이사 직급을 단다고 하는데 그에 비해서 나는 가진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너무 많이 늦었다.


지금 하는 일이 정상궤도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삶과 미래를 계획하기에는 너무 무리니까 자꾸만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인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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