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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틀무렵 Nov 04. 2024

오징어 게임

- 옛날 놀이

연전에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지금의 오십 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기억에 있는 어린 시절 놀이로써 실제 목숨을 걸고 생존게임을 한다. 드라마도 재미있었지만, 나는 왠지 그 놀이 하나하나에서 기억을 반추해 보는 맛이 더 있었다. 아마 비슷한 또래는 그것을 보면서 어린 시절 추억에서 헤매었을 것이다.

     

이런 놀이는 어떻게 언제부터인지 유래되었는지 알 수도 없고, 명칭도 지역마다 달랐으며 어떻게 전승되어 왔는지도 알 수가 없다. 심지어 가까운 동네끼리도 서로 부르는 이름이 다르기도 했다. 연날리기, 팽이치기, 윷놀이 등의 우리 전통 놀이는 지금도 그 놀이 방법과 이름도 같지만, 드라마 속의 그런 놀이는 그렇지 않다.      

그중에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 자체적으로 전승된 놀이도 있을 것이고, 일본 강점기에 일본에서 전해졌거나, 우리의 놀이가 일본말로 이름 지어진 것도 있을 것이다. 그중 ‘땅따먹기’라는 놀이는 우리나라와 일본 아이들의 공통 놀이인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학자가 쓴 책*을 읽다가 작가가 어릴 때 이 놀이를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것을 보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 같은데 일본에서 만든 놀이일까? 아니면 우리가 만든 놀이가 일본 아이들에게 전파되었을까는 알지 못하겠다.  

   

이렇다 보니 그 어원이 궁금해도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여러 가지 생각을 굴려 보아도 마땅히 그 이름이 된 연원을 알지 못하겠다. 이런 생각까지 해봤다. 드라마에서 ‘다망구/다방구’ 놀이는 ‘도망’가고, ‘’하는 놀이다. 혹시 ‘도망+구하다’에서 이름이 지어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같은 것이다. 물론 아닐 것이다.    

 

이런 놀이는 언제 만나서 하자는 약속이 필요하지 않다. 어기적거리며 동네 공터에 나가서, 몇 친구만 모이면 자연스레 시작된다. 또 규칙도 있긴 하나 그때그때 추가하거나 변형하여 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동네별로 조금씩 다르기도 했다. 이긴다고 별도의 보상도 없으니, 이겨도 그만이고 저도 그만인 이런 놀이의 정의를 굳이 붙인다면 ‘그냥 노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뛰고 숨고 두뇌를 쓰는 등 신체와 정신을 완전히 가동하는 것이었으니 단순히 놀이라기보다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 발달, 체력단련과 두뇌 계발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을 듯하다.     


거의 사라져 버린 이런 놀이는 이제 하나의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옛날 놀이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을 법한데, 인터넷을 뒤져도 제대로 정리된 것은 없는 듯하다. 체계적으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있으나 직접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것이 글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수필은 기록의 의미도 있다고 하니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글로 남겨본다. 놀이의 방법은 각자의 머릿속에서 더 자세히 떠오를 것이기에 대략 기술하고, 그 어원이나 우리 동네 아이들이 불렀던 명칭에 더 관점을 두고 써본다.     


1. 오징어 게임-우리 동네에서는 ‘사이방’이라 불렀는데, 어원을 유추하지 못하겠다. 일본어에서 사이방과 비슷한 단어는 재판(裁判)이나 세모(歳晩)의 발음인 ’さいばん(사이방)‘인데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오징어 모양을 그려 놓고 좁은 길을 통과하며 상대와 몸싸움을 하며 목적지까지 가는 놀이이다. 과격한 몸싸움을 통해 체력단련과 상대의 수를 읽어내는 두뇌도 필요한 놀이였다.     


2. 비석 치기-우리 동네에서는 ‘벽돌 치기’라고 불렀다. 일정한 거리에 상대의 돌을 세워 놓고, 공격자는 정수리, 눈, 얼굴, 어깨, 가슴, 허벅지, 종아리, 발목의 순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차적으로 돌을 얹거나 끼운 뒤, 떨어뜨리지 않고 상대의 돌까지 가서 쓰러뜨리면 이기는 놀이이다. 집중력과 체력단련에 좋은 놀이로 생각된다.     


3. 다망구/다방구-우리 동네에서는 ‘다시겟또’라 했는데, 이웃 마을 아이들은 ’다시켈로‘라고 했다. 술래가 잡으면 본부에 잡혀 있다가 같은 편이 술래를 피해 손을 터치하면 다시 도망가고 다 잡히면 술래가 바뀌는 놀이다. ‘다시겟또’는 일본말 ‘たすける(타쓰케루)’에서 온 듯하다. 구조한다는 뜻이다. 술래에게 잡힌 자기 편을 구하는 놀이였으니까 맥락에 맞다. 이 놀이는 체력단련에는 최고의 놀이이다. 뛰고 달리고 숨이 가쁜 놀이였다. 드라마에서는 ‘다방구’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4. 땅따먹기-돌을 튀겨 세 번 만에 시작 지점으로 돌아오면 돌의 궤적 안쪽이 전부 자신의 땅이 되는 놀이이다. 이 놀이는 우리 고유의 놀이로 생각했는데, 일본의 저명한 문화인류학자가 쓴 책에서, 어릴 때 이 놀이를 했다고 하니, 일본과 공유, 또는 상호(어느 쪽이 주었는지는 모름) 전파된 놀이로 생각된다. 큰 사각형의 귀퉁이에 처음에 자신의 기본 영역을 둥글게 그리는데, 고무신 뒤축을 중심축으로 하고, 발 앞 끝에 막대기를 대어 코끼리 코하듯이 한 바퀴 빙 돌면, 정확한 동그란 원이 그려졌다. 돌을 튕기는 손가락 운동으로 두뇌 발달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놀이이다.     


5. 오래(레)-땅에다 여섯 개로 분할된 사각형을 그어놓고, 깨금발로 뛰면서 돌을 차서 각 칸에 넣으며 처음으로 돌아오면 이기는 놀이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오래(레)”라고 했는데 어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한 발로 뛰면서 했으니 마찬가지로 체력단련에 좋고, 칸마다 돌을 정확히 차서 보내야 하니 집중력향상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사방치기 놀이와 거의 같다. 여자애들도 많이 하는 놀이였다.    

 

6. 자치기-우리 동네에서는 ‘마때(떼)’라고 불렀다. 짧은 막대를 긴 막대로 쳐서 멀리 보내고, 얼마나 멀리 보냈는지를 막대기 기준으로 몇 개의 거리가 되는지를 본인이 먼저 이야기한 후, 긴 막대로 거리를 재어 말한 거리가 아내에 들어오면, 그 숫자만큼 본인의 점수가 되는 놀이이다. 자기가 보낸 거리보다 부른 숫자가 많으면 공격과 수비가 바뀐다. 왜 ‘마때’라고 불렀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혹 ‘막대’를 가지고 노는 놀이라서 막대 → 마때로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거리감 익히기와 숫자놀이를 겸하게 되어 두뇌 발달에 좋은 운동으로 생각한다.    

 

7.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말이 필요 없이 오징어 게임 드라마로 세계적인 놀이가 되었다. 여자아이들도 했고, 특히 으스름달밤에 하는 것이 더 묘미가 있다. 재빠른 운동능력과 움직이면서 갑자기 정지해야 할 때의 집중력과 Core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이다.     


8. 말타기-너무나 유명한 놀이다. 편을 갈라 두 팀을 만들어 가위바위보로 공격과 수비를 정한다. 수비하는 쪽은 한 사람은 벽을 기대고 서고, 나머지는 앞사람의 사타구니 사이로 머리를 넣어 엎드린 자세를 취하면, 공격하는 쪽은 그 등의 올라탄다. 공격하는 쪽이 모두 올라탈 때까지 엎드린 대형이 버티면 다시 가위바위보로 공수를 정한다. 엎드린 수비 대형을 무너뜨리려 높게 뛰어 강하게 내려찍듯이 타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꽤 위험한 놀이였는데도 한 번도 누가 허리뼈를 다쳤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니 어린 시절에는 확실히 유연성이 있어서 잘 다치지 않은 모양이다. 사실 내가 살던 도시에서는 ‘말X박기’라는 비속어로 불렀다.    

 

9. Φ : 이런 모양을 땅에 그려 놓고, 각자 돌 2개를 가지고 한 칸씩 이동하면서 상대 진영을 점령하면 이기는 놀이다. 그런데 도무지 놀이 이름과 규칙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릴 적 동무 몇 놈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세월이 많이 지나긴 한 모양이다.     


이와 같은 놀이는 두뇌를 쓰거나, 과격한 신체 활동이 되는 놀이로 어린이들의 체력과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였다. 그리고 정적인 상태에서 약간의 도박성을 띤 놀이도 있었다. 주로 딱지나 구슬을 주고받았으나, 돈을 걸면서 하기도 했다. 그런 놀이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딱지치기-드라마에서 첫 장면에 등장하는 놀이다. 규칙도 단순했다. 종이를 두툼하게 네모로 접어 내려치는 힘으로 상대를 딱지를 젖히면 이기는 놀이다. 사실 더 설명이 필요 없다. 다만 상대 딱지를 잘 넘기려고 딱지에 발은 받치고 하는 것이 반칙이다, 아니다로 말싸움을 자주 한 기억이 있다. 종이가 귀한 시절이었으니, 심지어 교과서 표지를 찢어서 만들기도 했다.     


2. 가기- ‘딱지’라는 것을 가지고 하지만 딱지치기의 딱지는 아니다. 동그란 종이에 그림, 글씨와 별이 그려있는 딱지였다. 문방구에서 팔았다. 선이 딱지를 사람 수만큼의 무더기로 만들어 덮어 놓고, 사람마다 걸고 싶은 만큼의 딱지를 건다. 먼저 선이 딱지의 어떤 것으로 승부를 겨룰지를 선언하는데 딱지 그림의 별이나 글자의 수, 사람 수 등으로 보통 선언한다. 모두 건 후에 딱지를 뒤집어 선언한 것이 선보다 높으면 자신이 건만큼 받고, 작으면 선이 그 딱지를 가져간다. 거는 딱지 수량이 많으면 일일이 세기가 힘들어 새끼손가락 두 마디 두께로 대략 백 장으로 쳐서 거래하였고, 줄 때도 수량이 많으면 일일이 세지 않고 양쪽 딱지를 꾹 눌러 같은 높이만큼을 같은 수량으로 쳐서 주고받았는데, 그 오차는 한 장씩 헤아리는 것과 거의 오차가 없었다. ‘가다’의 명사형인 ‘가기’로 생각하기 쉬우나, 일본어의 ‘~를 걸다, 내기, 도박’의 의미인, ‘카케(かけ)’가 어원으로 생각된다.     


3. 구슬치기-삼각형 안에 구슬을 서로 태우고, 정해진 기준선에서 구슬을 던져 튀어나오는 구슬을 가지는 놀이이다. 운동신경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놀이이다. 우리는 ‘삼각구’ 또는 ‘삼각치기’라고 한 것 같은데 기억이 흐리다.     


4. 땡깡-구슬 따먹기의 일종이다. 땅에다 다섯 개의 구멍을 파고, 처음부터 순서대로 넣고 돌아오면 이기는 놀이인데, 제일 위쪽에 있는 구멍은 중심구멍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상대의 구슬이 구멍에 들어가지 않고 부근에 있으면 쳐서 멀리 보낼 수 있다. 일본에서 ’은하‘, ’간질‘의 발음이 덴칸(てんかん)인데 연관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혹시 제일 먼 구멍이 은하처럼 멀다고 이름 붙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상대 구슬을 쳐서 멀리 보낼 때 ‘땡깡’ 보낸다고 했으니까. 


5. 삼치기- 한참 전에 정치권에서 ‘짤짤이’로 유명해진 놀이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주로 세 명이 한다고 해서 ‘삼치기’로 불렀다. 선이 구슬을 주먹에 쥐면, 상대는 숫자 1~3중에 선택하여 구슬을 건 후, 선이 손에 쥔 구슬을 3으로 나누어 나머지 숫자로 승자를 결정되고 선이 이기면 다 가져가고, 건 사람이 이기면 건 구슬 수만큼 선이 주는 놀이이다. 세 명 이상도 할 수 있다.     


이런 놀이는 조금의 도박성도 있지만, 상대를 읽어야 하는 두뇌게임에 가깝다. 이렇듯이 어릴 적 놀이는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체력단련과 협동심, 상대에 대한 배려와 두뇌 훈련을 할 수 있는 학교 밖의 공부였고, 지금의 학원보다 더 우수한 방과 후 학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 잊힌 놀이다.  

    

오는 12월에 오징어 게임 2편이 나온다고 한다. 또 어떤 놀이가 드라마를 이끌어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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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사이토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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