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도 앵무새를 선물하고 싶었다.
난생처음 앵무새 마을에 따라나설 때 울면서 겨자 삼키는 심정이었다. 반려동물을 들이자는 남편 말을 따르기엔 뭔가가 자꾸 걸렸다. 강아지, 고양이를 키워 봤지만 애정에 따르는 책임은 엄중했다. 사람을 하염없이 다독여주리라 믿었던 정이라는 건, 느닷없이 몇십 배의 고통을 떠안기는, 얄궂은 심술 같은 거였다. 숨을 놓친 후의 슬픔, 잃어버리고 끝내 못 찾았던 안타까움은 오래전 일인데도 선명하게도 되살아나는 아픔이다. 되풀이할 용기는 남아있지 않았다.
아이처럼 떼쓰는 모습이 철없다가도, 나이 들어 마음 줄 대상이 절실해 보였고 안돼 보이기도 했다. 맡겨놓은 것 마냥 한 번씩 들추는 얘기에 안 들리는 척하는 게 능사인 시기는 지난 지 한참이었다. 무작정 사려고만 말고 일단 체험해 보고 결정하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구불텅구불텅 앵무새 마을을 찾아가는 옆모습에서 그의 소년기를 유추할 수 있었다. 젊어 보이는 것도 모자라 해맑아 보였다. 체험요금으로 지불한 모이에 형형색색 자그마한 앵무들이 꽃잎처럼 날아들었고 그의 처진 어깨와 거친 손은 요술처럼 푸른 나무로 변해있었다. 낯가림 없이 와락 달려드는 모습이 기특해 아찔할 정도였다.
얼마 후 그는 용품이 구비된 새장 속에 코뉴어를 데려와 이유식을 떠먹였고 혼자는 외롭다며 급기야 한 마리를 더 들였다. 갓난아이 손톱만 한 주둥이로 이유식을 떠 넣는 모습은 내가 알던 그가 아니었다. 강한 척해야 살아남는 줄 알던 한 남자가 작은 생명을 상대로 한없이 모성을 시늉하는 광경은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어이없어 웃음조차 버거웠다.
나 또한 허물어졌다. 현관에 들어서면 새장부터 쳐다보고 발이 멈췄다. 어깨에 살포시 날아와 앉으면 아이를 등에 업었던 오래전처럼 든든하고 포근했다. 모이 주고 물 갈아주고 똥 치우고 청소하고 틈틈이 말을 걸어주는 보살핌이 우러났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러한 헌신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작은 생명체가 전하는 에너지 덕에 시든 공간엔 생기가 번졌고 엄마에게도 어서 앵무새를 사드리고 싶었다.
탐탁지 않은 것도 모자라 간곡한 거절이었다. 벌써 사 가는 중이라고 하니 극구 못 키운다며 정 갖다 놓으려면 화장실에나 놓으란다. 거실 한쪽 새장 놓을 자리를 정리하는 동안에도 못마땅한 기색이다. 안 쓰는 탁자 위에 새장을 들어앉히고 장난감을 달아주었다. 때깔 고운 연 하늘빛에 홀려서 데리고 왔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 하늘색인 건 어떻게 알았냐?’며 새장 앞으로 다가앉았다.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다. ‘하늘이’란 이름을 얻은 어린 숨붙이와 살게 된 엄마는 실로 오랜만에 자식에게 밥을 떠먹이던 아득한 시절로 돌아가 새장 앞에 머물렀을 것이다.
혼자보단 둘이라는 생각도 고정관념일까? 하늘이의 새장이 휑해 보여 연둣빛 매력적 깃털을 가진 새를 데려갔을 때 엄마는 내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이와 연두의 예쁜 짓이 엄마에게 재롱이 될 것 같은 안심에 푸근했던 날이다.
그날도 아침이었다. 수화기 속 엄마 목소리가 이상했다. 불안정한 음성은 몇 년 전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부음을 들어야 했던 그날 아침을 소환했다. ‘연두가 죽었다.’는 목소리 뒤편으로 하염없는 상심이 침몰하고 있었다. 생명이 다한 순간을 이번에도 혼자 지켜봐야 했던 엄마, 황망한 기억이 채 옅어지기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온기를 지켜 드리고 싶었던 마음이었건만 연거푸 상실감만 안긴 꼴이다. 나갔다 들어오면 적막하던 공간을 가르는 조잘거림이 의지 된다던 마음이 얼마나 안 좋을까. 서로 깃을 부비던 사랑앵무처럼 한 시절 좁은 방에서 몸을 비비던 어린것들은 그들의 둥지를 지켜내느라 고군분투 중이니 참으로 심란한 기간이었다.
마당에만 들어서도 포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제법 재재댄다. 녀석들 장난하는 소리다. 얼마 동안 고민하다 노란빛 털을 가진 ‘노새’를 하늘이의 친구로 데려왔다.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다행히 둘은 잘 지낸다. 털이 날리고 요란하다며 가끔은 투정하는 엄마에게 ‘앵무새 마을에 도로 데려다줄까?’ 물으니 표정 관리 서툰 엄마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데려갈까 봐 겁내는 것 같다. 사랑을 주는 데 있어서 멈춰짐을 두려워하는 존재가 사람임을 또 한 번 인정한다. 사랑 줄 대상을 끊임없이 품어가는 게 사람살이라는 걸 저 여린 숨탄것들이 알고 있는 품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