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vid Dec 14. 2023

꿈에서도 무서웠던 암 재발

 모든 꿈에서 그렇듯 내가 꿈속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매우 분주했다. 대부분의 꿈에서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내가 하는 행동에 개연성이라곤 없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던 중 그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내 신체 부위 중 한 곳을 가리키며 말을 멈췄다. 그의 눈 속에는 놀라움, 공포, 경악이 모두 담겨있었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내 손목을 봤다. 그때 봤던 그 녀석처럼 볼록했다. 손목 위에 자리 잡은 볼록한 살덩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정확히 알았다.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3년 전 목 위에 자리한 살덩이를 발견한 후로 난 암 환자가 되어 180도 다른 삶을 살게 됐는데 말이다.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러움에 꺼이꺼이 소리도 질렀다. 그도 나도 같이 흐느낄 뿐 대화는 없었다. 모든 게 끝이구나. 잠시 유예됐던 내 삶도, 3년간 치료를 받으며 가졌던 희망도. 


 눈을 뜨니 사방에는 어둠이 가득했고, 정상적인 손목을 확인하고는 짧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생생했던 그 광경은 마치 내가 직접 겪은 것 같았고 꿈속에서 느낀 절망감은 아직도 내 몸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듯했다. 


 무엇이 그리 서러웠을까? 무엇이 그리 안타까웠을까? 더 이상 살 수 없어 아쉬워서였을까 아니면 더욱 고통스러워질 치료가 두려워서였을까?


 암 진단을 받고 3년이 지났다. 목 위에 튀어나온 그 커다란 살덩이를 보고 덜컥 겁을 집어먹었던 그날로부터. 그 사이에 많은 고민과 걱정, 선택과 실행이 있었다.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끊임없이 선택해야 했다. 목숨을 담보로 결과를 담대히 받아들이고 책임져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었고 삶을 돌아보며  더 평온하고 여유로운, 행복과 사랑이 가득한 삶의 중요성을 체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라는 인간은 간사한 인간의 전형이었다. 욕심을 버리고 더 온화하게 살겠다는 다짐은 건강을 찾으며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이제는 암 환자라는 사실과 재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작은 일에 화내고 걱정하며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인스턴트식품을 입에 대기도 하고 규칙적으로 해야 하는 운동을 건너뛴다. 


 내 무의식의 경고였을까? 꿈에서 깨고 나니 조금 무서워졌다. 암이 재발하면 내가 느낄 절망감을 간접 체험하고 나니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울고 싶지 않다. 설령 암이 재발하더라도 말이다. 어제보다 더 사랑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암 환자의 통증과 우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