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가 되고 난 후로는 몸이 무겁다. 아침에 눈을 뜨면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 30분은 가만히 누워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진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손끝 발끝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한다. 문제는 아침의 상쾌함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 무기력, 피로, 통증이 몸을 휘감으면 자리에 앉고만 싶고 눕고만 싶고 눈을 감고만 싶어 진다.
어릴 때부터 난 병을 달고 살았다. 늘 골골댔고, 병원을 자주 다녔다. 그래도 그럭저럭 별 탈 없이 지냈지만 40대가 되어서는 암이라는 질병을 맞닥뜨리고 완전히 무너졌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하느라 온몸의 근육을 반납한 후로는 몸에서 힘이 빠졌다. 늘 힘이 없고 축 쳐져있었다. 그래도 생명을 연장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 만족할만한 결과였고 또 새로운 상태에 적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건강한 시절에도 찾아오던 이유 모를 통증은 40대가 된, 암이라는 병까지 겪은 나에게 더욱 자주 찾아왔다. 최근 운동을 적게 해서 그런지 아니면 식사를 조금 불규칙하게 해서 그런지 장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불편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은 심각해 보이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처음 비인두암 증상을 검색했던 그때처럼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췌장 쪽의 문제일 수 있다고 한다. 아니면 크론병처럼 까다로운 장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한다. 증상이 장기간 나타난다면 결코 그냥 넘어갈만한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암에 걸린 후 몸에서 통증이 느껴지면 겁이 덜컥 난다. 암이 재발한 것이면 어떡할지, 새로운 암이 생긴 건 아닐지 무섭다. 사실 다시 한번 암을 겪어낼 자신은 없다.
무기력함과 새로운 통증은 정신적인 문제로 변한다. 아침부터 우울한 기분을 견딜 수가 없다. 뭘 해도 흥이 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내 현재 상태에 짜증이 난다.
이 악순환은 우연한 '운동'을 통해 흐름이 조금 끊겼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한 시간을 걷고 뛰었다. 머리가 맑아졌다. 기분도 나아졌다. 몸도 가볍게 느껴졌다.
힘들다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더 우울해지고 우울해지니 더 움직이기가 싫어지는 법이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그냥 나가서 움직여야 했다.
쉽지는 않다. 일주일에 세 번, 30분씩 운동하는 것도 결코 쉽지가 않다. 그래도 이 무거운 몸과 우울한 마음을 극복할 수 있는 건 움직이는 것뿐인 것 같다. 꾸준히 움직여야겠다. 흔하디 흔한 작은 통증도 암에게는 살을 에는 추위처럼 날카롭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는 움직이는 것만이 암 환자가 할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