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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옥 Mar 16. 2023

오늘부로 조직 밖에서 생존한지 딱 1000일입니다.

문자 그대로 생존이었어요. 다달이 나가는 돈은 정해져있는데 월급 주는 사람은 없으니, 퇴사하고 첫 1년 반 동안은 첨삭 일에만 매달렸었네요. 돈이 없어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다행히 막연한 기우일 때가 많았지만, 때때로는 눈앞에 성큼 다가와 그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어요.


1000일이 지나며 불안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뭐랄까, 회사원일때 “내가 어쩌다가 10년째 퇴사를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뒷통수를 긁적이던 과장님의 10년이 왜 그렇게 후딱 지나갔는지 이해할 것 같아요. 저도 힘들다가도 좀 살만하네? 싶은 상태로 눈 떴다가 감으니까 갑자기 1000일이 됐거든요. 딱 그정도인 것 같아요. 그럭저럭 살만하다. 대출도 안 나오고 이미 받아둔 대출 이자 걱정하는 자영업자의 삶이 완벽히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다 헤쳐나가게 된다는 걸 겪고 나니 어깨 한 번 으쓱하고 잊게 돼요.


그러다보니 제가 만 3년, 햇수로 4년이 넘도록 이루어낸게 다름아닌 ‘생존’이라는 대단한 성과까지도 잊어먹을 것 같아서, 자신을 위한 케익을 사서 자축해봤습니다. 100일을 열 번 보내며 혼자 밥벌어먹고 산, 그러면서도 고집스럽게 원하는대로만 일하고 쓰고 만든, 나의 생존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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