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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옥 Nov 18. 2023

<위플래시 인 콘서트>를 보고

위플래시가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음 역시 졸라 굴려야만 천재가 된다.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대단히 한국적인 해석이 많이 보여서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그것도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더 열심히 살고 열심히 살려는 사람들을 더욱 채찍질하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싶어서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걸까, 글쎄.


예술이 꼭 인간적이어야할까?

오늘은 이런 질문을 읽어냈다.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만 빼어난 실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고, 그 작품 자체가 무척 아름답고 훌륭하다면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비인간적인 것이 큰 문제일까?

문제겠지. 당연히 드럼 천재를 만들겠다고 학생에게 패드립을 치고 뺨을 갈기면 안 되지. 그렇지만 그런 어떤 도덕적인 논의를 떠나서,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사무치는 고통을 겪는 과정 자체는 비교적 보편적이니까(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는 대체로 자학의 형태로 자주 겪는다. 물론 그렇다고 결과물이 무슨 세계 최정상급으로 아름다운 것도 아님), 유효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인 드럼미치광이는 자신의 정신을 부순 스승으로 인해 부서지고 이상한 방식으로 단단해지고, 그에게 덤빌 수 있을 정도의 광기를 갖춘 뒤에야 비로소 엄청난 실력적인 성장을 거두어낸다.

영화는 그 성장의 절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끝난다.

드럼미치광이의 여생을 마저 보여주었다면 스승의 방법론이 맞고 틀렸고, 아무리 예술하겠다고 해도 역시 자기파괴적인 방법은 안 되고, 이런 질문까지 나아갔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서 영화가 드럼 연주의 한복판에서 끝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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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라이브로 듣는 경험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 음악을 만든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현장에 있을 수 있어 감동이었고.

영화라는 게 집에서 보다보면 중간에 끄기도 하고 건너뛰기도 하고 잠시 핸드폰을 하기도 하고, 마치 책처럼 언제든 읽다가 덮고 흥미가 식으면 바로 다른 작품으로 건너갈 수 있는 매체라고 느꼈었는데(특히 OTT, 그리고 영화를 20분 안에 요약해주는 유튜브의 패스트 무비 영상들이 보편화되면서 더욱) 라이브 음악을 곁들이니 찰나의 순간에만 생겼다가 사라지는 현장감이 극대화되어서 낯설었다.


그렇게 주인공이 고생을 하는 걸 보고도 다 보고나서 ’드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영화의 이상한 매력 같다. 나까지 미치광이로 만든 것 같은 기분. 실제로 중학교 밴드에서 드럼을 쳤었는데 나와 잘 맞았었다. 나처럼 화가 많고 때려부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드는 사람이라면 배워보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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