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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연 Sep 05. 2024

생일은 셀프

서른 중반의 생일을 맞이하며 나는 나를 위한 작은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을 혼자 생일에 가보기.

평범한 날처럼 보내자니 아쉽고 그렇다고 떠들썩하게 보내자니 그것도 영 내키지 않아 생각해 낸 방법이다.


사실 평소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생일이라는 점이 다르다.

생일에 내가 나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 내가 나를 위해 움직이는 것.

내 선택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만족한다.


어릴 때는 남들이 내 생일을 기억하는 것에 의미부여를 했었다.

그래서 지나치면 그렇게 서운하고 축하가 기대에 못 미치면 세상에서 보잘것없는 초라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 들고 보니 개인적으로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내 생일을 가장 기억해야 할 사람은 나다.

가장 축하해야 할 사람도 역시 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선택에 내 기분을 맡긴다면 내 생일은 남의 선택에 의해 가장 기쁜 날도 될 수 있지만 가장 슬픈 날도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기대라는 감정이 세트로 오기 때문이다. 기대라는 감정은 사람을 하늘 위까지 던졌다가 땅으로 곤두박질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사실 기대라는 감정은 충족하기 어렵다.

대체로 속절없이 무너진다.


하지만 기대라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뭍에 물들어 오듯 언제든, 수시로 올 수 있다.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에 작은 배를 하나를 띄웠다.

물들어오면 노 젓고 물 빠지면 배에서 내릴 수 있게.


작은 배 하나가 나를 위한 그 어떤 것이라도 될 수 있다. 기대라는 감정의 물살에 허우적거리지 않게 나를 감정의 바닷속에서 구해주는 무언가.


그렇게 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시각도 조금 달라진다.

당연하게 여겼던 주변 사람의 축하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진심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하루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 나에게 축하하는 마음을 보내준 것만으로 귀하고 감사한 순간인 것이다.


다 같이 happy birthday to me!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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