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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연 Jul 05. 2022

공포의 벨소리


공포의 벨소리

 

 여유로운 오후, 집안일을 마치고 달콤한 믹스커피 두봉을 타서 막 식탁에 앉았다.

아무도 없는 집안,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가 나의 휴식에 깜빡이 없이 훅 끼어들었다.

왠지 모르게 예감이 좋지 않아 휴대폰을 집어 올리는 순간, 그 예감은 적중할 것만 같았다. 큰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셨다.

 학교 선생님은 유치원 선생님처럼 아이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전달하지 않으신다.

상담기간 외에는 전화 주시지 않는다.


선생님께서는 2학기에 들어서 큰아이가 반 친구들과 시비가 잘 붙는다는 것이었다.

1학기 때는 너무나 바르게 잘하고 친구들하고 잘 지냈는데 갑자기  2학기 때 이런 모습이 보인다며 방학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하던 동작, 생각도 잠시 멈췄다. 그저 선생님께 '네?'라고 되물을 뿐이었다. 방학 때 잘 놀고 잘 먹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아이의 성격은 본인한테 거슬리는걸 못 참고 꼭 짚고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 중에 어떤 친구가 농담을 하거나 딴소리를 하면 선생님보다 먼저 조용히 하라고 그 친구에게 짜증을 낸다는 것이다.

본인의 생각에 틀렸다 싶으면 지적하고 다니는 거다. 그 과정에서 서로 맞다고 싸우거나 네가 무슨 상관이냐며 다툼이 일어났던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따지고 보면 큰아이의 말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친구의 잘못을 넘어갈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학원에서 돌아온 큰아이와 이야기를 했다. 걔네들이 이상해서 얘기해준 것뿐인데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이 잘못한 게 있으면 선생님이 판단해서 혼을 내실 것이고, 굳이 네가 끼어들어 아이들이 너를 싫어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제 좀 알아들었나 싶었는데, 그러자 큰아이는 지지 않고 애들 잘못을 선생님이 모를 때도 있고 애들이 자기 싫어해도 상관없다고 또박또박 빠르게 말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솔직한 심정으로

 '얘가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걸까.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생각부터 퍼뜩 들면서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얼굴이 화끈화끈해진 나는 아이에게

'그냥 신경 끄라고! 걔네들이 뭘 하든 말든 너랑 상관없으면 신경 꺼!'소리를 질렀고,

애는 입을 대 내민 상태로 대화는 본전도 뽑지 못하고 끝이 났다.


그렇게 흐지부지한 상태로 흘러가던 어느 날, 기분 좋게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오후에 휴대폰의 벨소리가 빨리 전화받으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친구와 또 다이 있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머리가 꽉 조이듯이 아파오는 것 같았다.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얘기 잘해보겠다고 끊고 나서 속에서 천불이 난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 나를 알았다.


그때 부모가 된다는 건 참 죄송할 일도 많으면서 내 마음대로 애가 따라주지도 않으니 말 그대로 미칠 노릇이라는 걸 깨달았다.


큰아이가 학원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화도 좀 가라앉고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얘를 도와줄 수 있을까?

분명 이 아이도 친구들과 싸우고, 선생님께 혼나고 그것 모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큰아이가 집에 돌아온 후 좋아하는 간식을 먹이고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이어 큰아이의 상황을 들어줬다. 나는 일단 큰아이 편을 들으며 맞장구쳤다.'아니 걔는 왜 우리 아들을 짜증 나게 했나몰라. 신경쓰여겠어. 아휴 힘들었겠네. 걔 어떻게 그런 심한 말까지 하고!

안 되겠다. 내가 걔네 부모님한테 얘기해봐야겠어.'일부러 오버를 하며 편을 들어주니 눈이 동그랗게 빛나면서 입가에는 쑥스러운듯한 미소가 번졌다.(이럴 땐 애는 애구나 싶어 그동안 화를 냈었던 게 너무 미안해진다.)

그러자 그럴 필요는 없다며 한걸음 물러서며 자기가 그냥 알아서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아이를 믿어주기로 했다.


나의 염려로 무시했던 누구나 아는 이 진리를 믿어보기로 했다. 뭐든 직접 부딪쳐봐야 배운다. 그리고 응원하기로 했다. 앞으로 무수히 많은 일들이 펼쳐질 너의 인간관계의 시작을!

네가 덜 상처받길 바라며 또 성장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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