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5년 차 넘어가면서부터 (혹은 더 길 수도 짧을 수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라는 대답에 선뜻 대답할 사람이 있을까? 이름을 부른 것처럼 바로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부부는 몇이나 될까? 좀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네' 할 수도 있고 대답을 얼버무리며 다른 말로 돌릴 수도 있다.
결혼하고부터는 연애 때의 바라만 봐도 좋고 같이 있는 것 만으로 재밌고 서로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시절은 초저녁에 지났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것도 모자라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타인이 생긴 것이다. god의 '반대가 끌리는 이유' 노래처럼 나와 다른 그의 모습이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느끼며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결혼 이후 이렇게 안 맞아도 안 맞을 수 있나.부부사이는 로또란 말인가.서로의 다름 때문에 끌려 결혼했지만 그것 때문에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다름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서로 맞춰나가기는 더 쉽지 않다.
또한 그 과정에서 감정이 많이 상하기 쉽다.
손을 내미는 것도 그 손을 잡고 나아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런 게 더 힘들까?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해서 개선의 가능성을 스스로 판단한다.그리고 시도했을 때 대부분 잘 되지 않거나 문제상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를 포기한다.
나의경우는 그런 힘든 시기가 오면 관계 개선 책들이나 내 마음을 다스리는 책들을 많이 읽으며 나를 다독였던 것 같다.
그렇게 다독이며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이들이 제일 큰 이유였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우리 가정의 울타리를 건강하게 지키고 싶었다.내 감정도 너무 둘의 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기를 바랐다.
내가 당장 내일 살지 죽을지도 모르는데 내 시간을 좀먹고 싶지 않았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나면 불 꺼진 부엌 싱크대에 기대 쪼그려 앉아 울던 날도 많고 새벽에 이런저런 생각에 잠 못 드는 날도 많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해결방법을 먼저 나에게서 찾았다.
내 잘못을 먼저 꺼내보고 내 마음의 평화를 얻는 쪽에 집중했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 했었던 이유는 서로 고치라고 언쟁을 높여봤자 상황만 악화되고 더 고통스러웠던 날들만 있었던 기억 때문이었다.경험에서 나온 짬이었다.
그럴 땐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더 외롭고 그렇게 마음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수가 없다.
자존심 때문에 서로 팽팽하게 맞설수록 내 자존감만 낮아졌다.
어느 정도 서로 감정이 누그러진 시점이 되면 남편과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사실 서로의 목표는 같다. 남편도 나도 이 가정을 잘 지키는 것. 우리 가족이 잘 사는 것. 결혼은 사랑보다 더 상위 개념인 정으로 가는 길인 것 같다.
사랑이 남녀사이의 큰 가치라면 부부사이에 최고 가치는 사랑이 보다 더 큰 가치인 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은 세월에서 나온 힘이기 때문에 세월을 무시 못한다라는 말에 적극 동의 한다.
친구들이 결혼에 대해 물을 때 많은 기혼자들이 하는 얘기처럼 나도 '더 놀다 해.', '혼자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이다.
결혼은 로코 드라마처럼 핑크빛 알콩달콩한 내용만 있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사랑과 전쟁을 찍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선뜻 친구들에게 결혼을 추천을 못하겠다.
나는 이제 햇수로 결혼 13년 차가 됐는데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는 해맑은 상태로 결혼을 했었다. 맞춰가는 이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중하게 생각은 하고 시작하라고 조언해준다.
지금의 어느 정도 안정을 얻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면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다른 종류의 행복감과 내 옆에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가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과 안정감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생긴다면 아이가 없었던 삶은 전생이 된 듯 많은 것이 바뀌지만 그만큼 아이가 없는 삶이 상상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