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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도 가지 않은 길 Mar 28. 2023

분수소동

암반지대에서 해방

  9월 중순에 접어들자 두 달 가까이 악전고투했던 4공구에 숨통이 트였다. 암반이 사라지고 자갈밭이 나타난 것이었다. 이젠 착암기를 내려놓고 포클레인으로 자갈을 퍼내니 일이 한결 수월했고 작업자들의 손바닥도 한숨 돌리게 됐다.     


  마침 끔찍했던 더위도 한풀 꺾인 터. 그동안 거북이 걸음 하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4공구는 공사에 박차를 가했다. 정공구장 호령소리가 전보다 배는 커졌고, 홍기사와 천기사의 잔소리도 잦아졌다.      



     

  이틀 전. 수압 시험을 통과하자 앞서 테스트를 거친 직전 2개 구간까지 물을 채워 재워 놨다. 오늘은 이 3개 구간을 묶어 종합 점검을 하는 날이었다. 직전 2개 구간은 이미 되덮기까지 해 놓은 상태이니, 의례적인 과정일 뿐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게이지 장착을 끝낸 천기사가 펌핑을 시작했다. 5psi, 10psi, 20psi, 30psi, 40psi, 45psi··· 규정 수압 50psi까지 올려야 하는데 어찌 된 셈인지 바늘이 더 올라가질 않았다. 펌프질에 더욱 힘을 가했다. 천기사의 팔에 힘줄이 돋았다.     

  근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중간쯤 되는 부분에서 관을 덮은 흙이 들썩이더니 하늘로 물줄기가 뻗쳐오르는 게 아닌가! 아니, 어찌 이런 일이···!!!???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딱 벌어졌다. 펌핑을 멈춘 천기사와 홍기사가 물이 솟는 곳으로 달려갔다. 관에 난 탁구공만 한 구멍으로 물이 솟구치고 있었다.    

  

  “이, 이게, 어, 어떻게 된 거야! 이게! 노가다 20년에 별꼴을 다 본다, 별꼴을 다 봐! 어떤 x새끼야, 엉!? 어떤 xxx의 새끼냐고!”

  공구장 입이 샐룩 샐룩 경련이 일어나고 말까지 더듬었다. 십중팔구 포클레인 기사 책임이겠지만, 다른 작업자들까지 지레 겁을 먹고 움츠러들면서도, 기괴하게 일그러진 공구장의 얼굴에 참을성 없이 키득거렸다.      


  포클레인 기사가 공구장에게 불려 갔고, 이내 그 정황이 밝혀졌다. 되덮기를 하던 중에 실수로 관에 구멍을 냈는데, 공구장이 하도 무서워 시치미를 떼고 덮어버렸단다.

  종합 점검이 있는 줄을 몰랐기에 그래도 무사할 거로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는 가차 없이 귀국 조치 됐다. 이런 문제를 어물쩍대고 넘어갔다가는 작업장 군기가 잡힐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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