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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도 가지 않은 길 Jul 01. 2023

한국-사우디 친선축구

3차 기성

                               3차 기성

    

  3차 기성 기간은 9, 10, 11월로 2차 때 보다 일하기 좋은 시기였지만, 암반 고질병이 깊어져 8.78%라는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착공 9개월. 누적 공사실적이 24.93%로 예정 공정인 34.78%에 까마득히 멀어졌다.

           


                                  

                            한국-사우디 친선 축구     


  알 와벨은 언제나 구매자들로 북적댔는데, 그날은 다음 날 있을 한국과 사우디 간의 친선 축구가 화젯거리였다. 이제 중동 경기는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어서, 지난달에는 대통령이 중동 국가를 순방하는 등 산유국과의 친선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축구 경기도 그 일환이었다.

  “내일 경기에서 어느 팀이 이길까?”

  무길이 할리드에게 말했다.

  “그야 당연히 사우디지. 한국은 우리의 적수가 못 돼.”

  할리드는 자신만만했다.

  “누가 할 소리를? 승부는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야. 우리 팀이 몇 골 차이로 이기느냐가 문제지.”

  무길이 기가 눌릴 수 없었다.

  “이기기는커녕 영패나 면하라고 해.”

  할리드가 말하니 옆에 있던 무하마드가 거들고 나섰다.

  “내가 축구 좀 아는데 어린애와 어른의 싸움이 될 거야.”

  “그럼 우리 내기할까?”

  무길이 강공으로 나왔다.

  “100리얄씩 걸자고.”

  “그래, 좋아.”

  할리드가 맞받았다.

  “나도 걸읍시다.”

  “나도.”

  “나도.”

  한국인 구매자 4명이 한국 팀 승리에, 할리드, 무하마드, 쿠레이가 사우디 팀 승리에 걸었다.      

  다음 날은 휴일이어서 직원들이 사무실 TV 앞에 모여 앉았다. 경기는 6:4로 한국이 우세했다. 전반 20분경에는 한국 팀이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맞았으나 그만 어이없게 기회를 놓쳐 버렸다. 공간이 비어 있어 여유 있게 차 넣을 수 있었는데, 볼을 잡은 선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물쭈물하다가 상대 선수에게 볼을 뺏겼던 것이다.

  전반전이 0:0으로 끝나고 후반전에 들어갔다. 역시 한국 팀의 우세는 계속돼 몇 차례나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으나, 그때마다 선수들은 골대와는 상관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강슛을 날렸다. 누가 봐도 고의적이었다.

  결국 0대 1로 패했는데 한국 팀이 실점하는 장면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경기 종료 10분을 앞두고 갑자기 한국 선수들이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맥이 빠진 듯 느리게 움직였고, 골키퍼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일부러 져준 게 틀림없었다.

  “머슴의 아들은 주인집 아들을 이길 수 없는 거야.”

  최소장이 TV 앞에서 일어나며 투덜거렸다.

           

  다음 날. 알 와벨 식구들은 기세등등했다.

  “그것 봐. 실력이 안 되지?”

  할리드가 으쓱거렸다.

  “······”

  무길은 0:1이라는 결과 앞에 할 말이 없었다.

  “한국 선수들은 골 결정력이 없어. 찬스를 맞아도 살리지를 못해. 누가 강슛으로 성공시키면 두 골로 쳐주나? 사우디 선수들은 찬스가 나면 곧바로 골로 연결하지.”

  무하마드가 주먹을 흔들며 말했다.

  “그건···우리가···져···준거야.”

  무길이 어린애 변명하듯 우물거렸다.

  “져 줬다고?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왜 져줬는데?”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지.”

  “정치? 이건 스포츠야, 스포츠. 정치는 정치고, 스포츠는 스포츠지.  축구가 정치하고 무슨 상관이야.”

  “남자가 치사하게 변명은? 솔직히 패배를 인정하시지.”

  쿠레이가 혀를 날름했다.

  그들은 말 상대가 안 된다는 듯 무길을 무시하고, 내기에서 딴 400리얄을 어떻게 쓸까 의논하며 시시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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