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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원 Mar 13. 2024

[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새해 첫날부터 싸우고 싶어?"

2023년 새해 첫날인 1월1일. 휴일이지만 새해인 만큼, 집 정리에 돌입했다. 매년, 매월, 매일 스트레스 받는 집 정리를 이번엔 끝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문제는 집 정리를 하면 할수록 와이프와 다투게 된다는 점이다. 정리해야 할 것들이 내 물건이면 다툴 일이 없지만, 그렇지 않기에... 와이프의 옷과 쇼핑백, 책, 서류들. 여기에 딸 아이의 책과 장난감, 옷. 나 혼자 나서서 정리하고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마음 같아선 안 쓰는 물건들은 다 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와이프와 딸 아이 둘 다 물건에 대한 애착이 심하기 때문이다. 와이프와 다투기 싫어 나름 정리한다고 해도 금세 어지러워지는 집. 거기에 너무 많은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나 역시 어디에 물건을 뒀는지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마다 물건을 찾는 와이프와 다투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포스트잇으로 적어 붙여 놓기도 했지만, 이내 다른 물건들과 섞이면서 다시 엉망이 된다. 


이날 새해 첫날 역시 시작은 나 혼자 조용히 하기로 했지만,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와이프와 다투게 됐다. 입지도 않은 옷들로 가득찬 옷장.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간단한 진리를 살 빼면 입을 것이라고 우기는 와이프. 


목소리의 톤이 높아지고, 결국엔 더 큰 집으로 이사가면 되는데, 서로 감정이 상해 돈을 많이 벌어오라고 쏘아붙이는 와이프의 말에 나 역시 언성이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엄마를 닮아 정리를 안 하는 딸 아이를 다그치기도 한다. 


나 역시 물욕이 없는건 아니다. 그런데 와이프와 살게 되면서 이런 물욕이 모두 사라졌다. 가뜩이나 좁은 집을 짐한테 내주는 게 싫어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서 나름 정리한다고 노력하지만, 어지럽히는 두 모녀 때문에 무너지는 게 일상이다. 출입처에서 선물로 받는 것들 가운데서도 특별히 필요 없는 건 다른 동료에게 주고 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리와 관련한 성향 차이. 이 간극은 지금 사는 집에선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면 해결이 될까? 두 모녀의 행동을 보면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울 대장, 울딸~ 제발 좀 정리한 것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자. 매일 정리, 정리 입에 달고 사는 나도 지겨워. 집이 쉬는 곳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퇴근하고 들어오면 더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도 힘들다. 어느 책에 그러더라 정리 못 하는 사람들이 더 못 산다고... 글고 울딸~ 학교나 학원에서 만들어 오는 것들 꼭 중요한 것 아니면 사진 찍고 처분하자. 이젠 진짜 둘 곳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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