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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구니 Jun 28. 2024

[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친구들은 엄마가 왔잖아"

10월의 어느 평일. 평소와 달리 일찍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는데, 먼저 집에 온 와이프가 급하게 나를 찾으며 물었다. 다음주 수요일에 연차를 쓸 수 있냐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날 딸 아이 방과 후 수업 중 컴퓨터 수업이 공개수업으로 진행되는데, 자신은 연차를 쓸 수 없어 나보고 갈 수 있냐는 말이었다.


다른 친구들 모두 부모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오후 연차를 쓰고 공개수업에 가기로 했다. 오전에 인터뷰 일정이 있어 서둘러 갔다 온 뒤 바로 딸 아이의 학교로 향했다. 

학교 5층 컴퓨터실로 가니 딸 아이가 친구와 함께 공기놀이를 하는 게 보였다. 핸드폰으로 몰래 사진을 찍었는데, 카메라 소리를 들은 딸 아이가 나를 발견해 손을 흔들었다. 같이 손을 흔들고 수업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마침내 종이 울리고 선생님께서 안으로 들어오셔도 된다는 말에 교실로 들어갔다. 방과후 수업 참석 일지에 딸 아이의 이름을 적고 교실 뒤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방과 후 수업이라 그런지 참관하는 학부모가 나 포함해 5명에 불과했고, 그 중에 아빠는 나 혼자였다.  

선생님의 수업이 진행되고, 뒤에서 딸 아이의 모습을 관찰하며 몰래 사진을 찍었다. 중간중간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딸 아이. 가장 어린 나이에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선생님의 지시와 가르침에 맞춰 파워포인트를 만드는데, 멀리서도 화면에 나오는 것과 비슷하게 만드는 게 보였다.  

마침내 한 시간 가량의 방과 후 수업이 끝났고, 가방을 메고 뒤로 오는 딸 아이에게 열심히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교실 밖을 나왔다. 딸 아이는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와 먼저 뛰어가고, 그런 딸 아이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고 학교를 나왔다. 그리고 나서 딸 아이 친구와 그 엄마와 인사하고 헤어지고 둘이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대뜸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오는데, 왜 아빠가 온거야?"라고 말하는 딸 아이. 친구들과 달리 아빠인 내가 온 게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다. 이런 딸 아이에게 편의점에서 원하는 것을 하나 사주는 것으로 마음을 풀어줄 수 밖에 없었다. 


와이프가 워킹맘이다 보니 다른 전업주부들과 비교해 학교나 학원 행사에 참여하는 게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내가 돈을 많이 벌어 와이프도 다른 친구 엄마처럼 전업주부면 딸 아이를 살뜰이 챙기겠지만 그러지 못하니...  


울딸~ 오늘 엄마 대신 아빠가 와서 많이 서운했어? 다음엔 엄마가 올 수 있게 아빠랑 일정 잘 조율해볼게. 그래도 아빠가 울딸 혼자 수업듣게 하는 게 싫어서 양해구하고 겨우 온거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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