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구니 Jul 22. 2024

[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아빠는 봐주지도 않고 나빴어"

최근 딸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자주하는 놀이 중 하나가 바로 '공기놀이'다. 지난번 참관수업 때도 수업 전 친구들과 '공기놀이'를 하는 것을 봤는데, 집에서도 시간이 나면 혼자 '공기놀이'를 하곤 한다.


평일 저녁, 출입처와 저녁일정을 마치고 어느정도 취기가 올라온 상태로 집에 돌아왔는데, 딸 아이는 숙제를 하고 나서 혼자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집에 들어온 나를 보자마자 딸 아이는 같이 하자고 졸랐고, 그 말에 서둘러 세면을 한 후 딸 아이와 '공기놀이'를 시작했다.


아직 어린 딸 아이는 '공기놀이'를 하긴 하지만, 아주 잘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반면 나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릴적 반에서 '공기놀이'를 제일 잘하는 아이 중 하나였다. 


평소 맨 정신이면 봐주면서 딸 아이에게 져주는 식의 '공기놀이'를 했을 것지만, 이날은 나도 모르게 진심을 다해 '공기놀이'를 했다. 


결과는 50년 대 2년으로 나의 승리. 50년까지 하기로 했는데, 5분도 안 돼 50년을 다 채운 것이다. 나는 딸 아이에게 더 연습하라고 말하고 설거지를 하러 부엌으로 향했는데, 바로 딸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엄마의 품에서 울고 있는 딸 아이에게 다가가 왜 우냐고 물어보니 "아빠는 봐주지도 않고 나빴어"라고 말하는 딸 아이.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라고 말했다가 바로 와이프에게 핀잔을 받은 나. "다음엔 아빠가 봐주면서 할게"라고 말했는데, 이게 딸 아이를 더 서운하게 했는지 딸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 결국 딸 아이에게 사과를 한 후 주말 '문구방구'를 가는 것으로 이 사태를 진화했다. 


울딸~ 아빠가 봐주지도 않아서 서운했어? 근데 원래 시합이나 경쟁은 봐주는 것 없이 하는 게 맞는거야. 친구들한테 아빠한테 한 것처럼 하면 친구들이 싫어하는 것 잘 알지? 친구들이랑 할 때는 정정당당하게 하는거 잊으면 안돼? 그래도 울딸 많이 늘었어. 더 연습하면 아빠 이기겠더라.

작가의 이전글 [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연주회서 딸이 제일 이쁘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